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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박동영 파인우드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산업 구조조정→ 한계기업 증가’ 대비해야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유암코와 600억원 규모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 조성... 해외 자동차 부품업체 인수에도 관심

▎박동영 파인우드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사모펀드(PEF) 시장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월 1일 기준 사모펀드 설정액은 246조2689억원으로 공모펀드(233조8792억원)를 앞섰다. 지난 9월 역전된 이후 꾸준히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공모펀드 설정액이 사모펀드보다 40조원가량 많았다. 공모펀드의 부진한 수익률과 정부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 움직임이 함께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사모펀드 최소 가입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고, 운용사 설립 요건도 자본금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조정했다.

전문 분야를 특화한 PEF가 다수 등장한 것도 최근 들어 달라진 분위기다. 박동영 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부사장도 그중 하나다. 그는 9월 초 사모펀드 운용사 파인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를 설립했다. 파인우드PE의 초기 자본금은 20억원이다. 규제 완화의 혜택을 본 셈이다. 1987년 쌍용증권에 입사한 박 대표는 뱅커스트러스트·살로몬브라더스·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를 두루 거친 실력파다. 2009년 대우증권으로 옮긴 후 2013년 부사장을 끝으로 업계를 떠났다. 2014년에는 대우증권 사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한동안 쉬면서 한성대 특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했다. “현역에 있을 때부터 특강 형태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죠. 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하게 사는 것도 보람 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의미 있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3년쯤 하고 나니 강의라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교수가 참 대단한 직업이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웃음). 아예 업계를 떠난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습니다. 부족하지만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한창 일할 30~40대를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에서 보냈는데 글로벌 금융회사가 앞서 있는 부분을 국내에 이식하고 싶은 욕심이 항상 있습니다.”

외국계 IB서 20년 경력 쌓은 실력파 증권맨

사실 사모펀드는 글로벌 증권사에서 투자은행(IB)이나 세일즈 업무를 주로 해온 그의 전공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 대상 발굴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박 대표는 자동차 부품산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파인우드PE는 설립과 함께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손을 잡았다. “9월 8일 유암코와 ‘자동차 부품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두 회사가 자동차부품 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는 공동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내용입니다. 일단 600억원 규모의 1호 펀드를 함께 조성하기로 하고, 자금 유치를 시작했습니다. 파인우드PE는 당장 어렵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유암코가 업체에 유상증자, 신규여신 등 다양한 지원을 하는 방식입니다.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방법이나 부실채권(NPL) 등 투자 방식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그는 최근 구조조정 펀드 시장이 커지는 건 시의 적절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외 경기가 나빠지면서 벼랑 끝으로 몰리는 한계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경제의 근간인 주축 산업이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조선·해운은 물론이고 자동차도 예외가 아닙니다. 작은 기업을 중심으로 경영난에 처하는 곳이 급증할 가능성이 작지 않습니다.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죠. 멀리 보면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자동차 제조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는 1~3차 부품업체들이 덩달아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인수하면 한국 자동차부품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전략적 투자자와 손을 잡고 전기차와 자율주행, 경량화라는 큰 추세에 부합하는 실력 있는 해외 기업을 사들이는 그림까지 그리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 경제를 둘러싼 제반 여건이 좋지 않지만 지나치게 위기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이미 예고된 것이라 큰 영향이 없을 거라고 보는 시선이 강한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금리 인상이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하면 신흥국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고,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죠. 금융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게 변동성이거든요. 실물 경제도 좋지 않은 상황이니 여러 면에서 악재가 쌓여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외환위기 데자뷰’까진 아닙니다. 과거와 달리 급격한 유동성 감소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고,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처럼 기업 관리시스템도 나름 잘 정비돼 있습니다.”

구조적인 붕괴를 걱정할 만큼 심각한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다. 해외 시장에 대해선 비교적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중국에 대한 낙관론이 그 근거다. “눈에 띄게 강하진 않지만 미국 경기는 확실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힘들죠. 문제는 중국과 유럽인데 특히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걱정하는 이가 많습니다. 몰론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부실채권이 화약고가 될 수 있지만 이는 중국 정부도 이미 인지하고 있습니다. 조정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는 얘기죠. 재정적인 여유가 있고, 무역 흑자 등을 감안해도 더 나빠지진 않으리라 예상합니다. 다만 유럽은 도이체방크 사태처럼 그간 잠재적으로 이야기해왔던 유럽 리딩뱅크의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한국엔 생소하지만 이탈리아 은행만해도 덩치가 매우 큰데 이들이 가진 부실 규모가 의외로 크다면 또 다른 대형 악재로 작용할 겁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줄줄이 무너질 것이란 예상은 너무 과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화 경쟁력 갖춘 증권사·운용사 인수에도 관심

최근 들어 주요 연기금의 사모형 대체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 펀드는 아직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 파인우드PE도 업계 전체로 보면 스타트업이나 마찬가지여서 투자자를 모으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한 단계씩 ‘믿음’을 쌓아가면 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뱅커스트러스트에서 일할 때였어요. 한 대만기업이 유럽 시장에서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금액이 상당한 거래였죠. 오랜 기간 조건을 조율해서 마침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양측이 헤어졌는데 뒤늦게 실수를 발견했습니다.

콜옵션 관련 조항을 하나 빼먹은 건데 계약 자체가 취소될 수 있는 엄청난 실수였죠. 공항까지 쫓아가 대만으로 떠나기 직전인 그들을 붙잡는 데 성공했지만 조항을 새로 삽입하는 걸 거절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수 차례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려는데 의외로 상대방은 웃으며 쉽게 이해해줬습니다. ‘이미 당신을 믿고 있다’는 말과 함께요. 결국 신뢰가 열쇠란 깨달음을 얻었죠.”

박 대표는 자동차부품 분야에서 산업 전반으로 점점 시선을 넓혀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를 인수해 특정 분야에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키워보겠다”며 “업무 영역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헤지펀드 시장까지 두루 살피며 사업을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1359호 (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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