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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현 회장 “좋은 배가 저가에 많이 나왔다”국내 조선·해양산업의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업계 중견기업의 활로 모색이 주목받고 있다. 조선 빅3(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해운 빅2(현대상선·한진해운)의 수주가 줄면서 역시 타격이 컸던 중견기업들이 저가에 나온 물량을 확보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덩치를 키우는 모습이다.그동안 중소선사들의 한진해운 미주노선 인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됐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무너진 미주노선 내 영업망·네트워킹을 초기에 재구축해 운영하는 데에는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M그룹의 대한해운은 한진해운 미주노선과 함께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 54%, 아시아지역 터미널인 HPC 터미널, 장기간 배를 계약하는 연속 항해용선계약 1건의 우선매수권도 확보했다. 롱비치터미널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이 있는 MSC가 매수권을 포기하다면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 대부분은 대한해운이 가져가게 된다.대한해운은 벌크선 비중이 70%를 상회하는 대표적인 벌크선사다. 1976년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과 장기 수송계약을 하며 국내 최초로 전용선 사업에 뛰어들었다. 1994년 한국전력 전용선을 투입한 데 이어 2000년과 2010년 한국가스공사와 현대글로비스와 각각 계약을 하며 대형 화주들을 늘려왔다. 그러나 업황 악화로 2011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2년 후인 2013년에 졸업했다.대한해운은 같은 해 SM(삼라마이더스)그룹에 편입되면서 보유 선종 다양화와 화물 다변화 등 체질 개선에 주력해왔다. 그 결과 대한해운은 9월 말 기준 포스코·한국전력공사·현대글로비스 등과 12척의 선박에 대한 장기 운송계약을 했다. 또 한국가스공사와도 2척의 LNG선 장기 운송계약을 맺었다. 현재 보유 사선은 29척으로 벌크선 19척, LNG선 8척, 탱커선 1척, PCTC 1척 등이다. 해운 불황 여파로 올해 10월 말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808억원, 28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2%, 60% 감소했다.SM그룹은 한진해운의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를 현대상선과 절반씩 인수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터미널이 없으면 경쟁사들에 밀려 환적 등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눠 먹기’를 해서라도 터미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SM그룹 관계자는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현대상선과 나눠 갖는다면 우리로서는 한진해운의 기존 미주노선을 원활히 운영할 수 있고, 현대상선은 해운 얼라이언스인 2M 가입이 더 수월해지는 등 윈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롱비치터미널의 매각 예상가는 1000억원대에 이른다.해운 업계의 지독한 불황에도 나홀로 성장하고 있는 팬오션도 주목된다. 상장된 국내 해운 업체 7곳 중 6곳이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었지만 팬오션은 올 1~9월 매출이 1조361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3072억원)보다 4.1% 증가했다. 증가세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STX그룹 핵심 계열사였던 팬오션은 2013년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 7월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하림그룹에 인수되면서 새롭게 출발했다.팬오션의 매출 성장은 리스크가 줄어든 데 따른 화주들의 주문량 증가 덕분으로 분석된다. 물동량 증가에 따라 선대(선단 규모·상시 운영 기준)도 지난해 6월 170여척에서 202척으로 18.8% 증가했다. 법정관리 때 불리한 장기 용선계약을 정리해 잠재적인 부실 위험을 없앤 것도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해운사들이 시황이 좋을 때 비싼 용선료를 내고 장기 계약한 것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대조적이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길게 잡아도 10년 후면 세계 곡물 시장에서 카길 다음가는 회사로 팬오션을 키울 것”이라고 비전을 밝힌 바 있다.
팬오션, 상장 해운사 7곳 중 유일하게 매출 늘어올 초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에서 기회를 잡은 기업도 있다. 경남 고성에 본사를 둔 조선기자재 중견기업 삼강엠앤티는 지난 9월 이란에서 ‘대박 수주’에 성공하며 업계에 화제가 됐다. 삼강엠앤티는 이란 국영조선소 이소이코(ISOICO)와 3억 9880만 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하고, 앞으로 3년간 1000t급 골리앗 크레인을 공급하는 등 조선소 야드 조성과 설비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1999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이자 지난해 매출액(1924억원)의 두 배 이상의 수준인 규모다. 송무석 삼강엠앤티 회장은 “우리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간극을 파고드는 틈새전략을 펼쳐 중견기업 중 조선과 해양플랜트에 전문화된 대표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빅3가 하지 않는 중형 원유생산설비(FP)를 선점하고, 부유식 생산저장설비(FPSO) 분야에 특화한다는 계획이다. 마침 빅3의 위기로 조선·해양의 인재가 중견기업으로 이동하고 있어 인적 인프라가 갖춰지는 등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해양플랜트산업 재도약에 대비해야조선·해양 업계 전문가들은 새로운 사업 개척으로 불황을 뚫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2019년부터 본격적인 유가 회복 시기에 맞춰 성장이 예상되는 해양플랜트산업에 대한 투자다. 조선해양산업의 위기를 초래한 해양플랜트산업의 비효율·고비용 체계를 구조고도화로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다. “대형 조선소에서 제조·탑재하던 모듈생산을 중견·중소기업으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최근 해양환경 규제와 맞물려 새로이 부각되고 있는 LNG 벙커링도 조선산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벙커-C유, 경유 등 기존 선박 연료유 대신 LNG를 선박 연료유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2030년까지 현존 선박의 최대 60% 이상이 LNG 연료추진 선박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 LNG추진선 수주율 70%를 목표로, 기술단계별 로드맵에 따라 해외 의존도가 큰 핵심 기자재의 국산화에 나섰다.
[박스기사] 송무석 삼강엔앤티 회장 - 기술력·신뢰 바탕으로 틈새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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