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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오 창업학 박사의 스마트 창업(11) | 키워드로 본 2016 창업시장] 쏟아지는 자영업자 과당경쟁, 폐업 속출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이사
중저가 커피, 도시락, 코인 노래방 등 인기... 불황·김영란법에 동네상권 선전

▎일러스트:중앙포토
올해 자영업 창업시장을 한마디로 말하면 ‘워스트 오브 워스트(Worst of Worst)’라고 할 수 있다. 해마나 이맘때면 언제나 작년보다 올해가 더 어려웠다는 말이 회자되곤 했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자영업 창업환경이 사상 최악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연례행사처럼 수년 간 계속되는 대기업발 대규모 구조조정과 실직으로 은퇴자가 어느 해 못지않게 많았다. 청년실업률 또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로인한 ‘과당경쟁’과 ‘폐업속출’이 올해도 여지없이 계속됐다. 더구나 올해는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으로 대형 음식점과 일부 유통·서비스 업종은 직격탄을 맞았다. 가계부채가 천정부지로 증가하고, 급기야 최순실 게이트까지 터지면서 소비심리가 극도로 얼어붙고 있다. 최근에는 조류 인플루엔자까지 창궐하고 있는 중이다. 국가 경제의 총체적 난국이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서도 작은 틈새를 비집고 성장한 업종도 있었다. 올해 창업시장을 키워드로 정리해 본다.

‘가성비’ 높은 업종과 ‘저가 음료’ 돌풍: 올해 창업시장에서 가장 핫(hot)한 키워드는 단연 ‘가성비’였다. 가격 대비 품질이 높아야 한다는 소비 트렌드를 모든 업종이 추종할 정도로 강력한 트렌드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격파괴 업종도 가성비가 높은 업종이라는 그럴 듯한 포장을 하면서 가성비 트렌드에 묻어가려는 경향도 있었다. 사실 올해는 너도나도 가성비가 높다는 주장이 난무했지만 그 중 많은 부분은 ‘저가’ ‘대용량’이라는 키워드가 더 어울린다. 극심한 불황에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가장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바로 저가 정책이기 때문이다. 마케팅 수단으로 가성비를 내세웠을 뿐 엄밀히 말해서 가성비의 본질에는 맞지 않는 업종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가성비 트렌드로 인식했다.

가성비 돌풍은 합리적 소비성향이 낳은 결과다. 나에게 필요한 적당한 품질만 보장된다면 감성적 과시욕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의 공유로 거품이 낀 상품은 이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소비시장 환경이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기존 패스트푸드 햄버거나 서양식 패밀리레스토랑은 힘을 잃고, 이를 대체하는 실속형 스테이크 전문점, 수제버거 전문점 등이 새롭게 부상했다. ‘마미쿡’은 냉장육만을 사용하는 수제버거 전문점이다. 신선한 재료로 주문 즉시 갓 만들어낸 수제버거를 3000~4000원대에 판매한다. ‘토니버거’는 웨스턴 카우보이 스타일의 수제버거 카페다. 주 메뉴인 투빅버거는 치킨패티의 대용량이 특징인데, 가격은 3400원이다. 이들은 올해 가성비 트렌드에 힘입어 크게 성장했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2500원 대의 중가 커피는 올해도 성장을 이어갔다. 이디야·커피베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커피원두의 품질을 높이고, 다양한 디저트 메뉴를 선보이면서 아메리카노 한잔에 4000원 대의 커피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소비자 불만을 파고들었다. 지난해에 이어 저가 커피 및 주스 전문점의 열기는 올해도 계속됐다. 아메리카노와 주스 한 잔에 1500원 이하의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우면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표적인 브랜드인 ‘빽다방’은 점포를 500여 개로 늘였고, ‘쥬씨’는 800호 점을 열었다. 무한리필·원플러스원 등을 내세운 식당들도 선전했다.

도시락 등 ‘간편식’ 열풍: 가정식사 대용 시장의 성장으로 도시락의 인기가 높았다. 1인 가구 27.2% 및 소형가구 증가, 맞벌이 정착 등으로 집에서 직접 해먹는 밥 대신 도시락·빵으로 간단히 해결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상차림은 식재료 구입부터 마무리까지 최소 30분에서 1시간은 공을 들여야 하는 반면, 간편식은 바로 먹거나 데우기, 볶기 등 간단히 조리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가정간편식(HMR) 시장 규모를 2조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매년 20% 이상 성장한다고 보고 있다. HMR 시장의 대표주자 도시락 전문점은 올해 크게 성장했다. 69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솥도시락’은 본사 매출액이 작년 860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대로 예상한다. 특히 가맹점 매출이 작년보다 15% 증가했다. 올해 들어 국내 외식업종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적게는 10%, 많게는 30% 이상 떨어졌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놀라운 성과다. 근자에 도시락 창업시장은 신규 브랜드가 속속 생겨나면서, 도시락에 대한 수요 증가 못지않게 도시락 전문점 매장도 많이 생겨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또한,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전국 4만여 개의 편의점 도시락 종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도시락 전문점은 바로 이러한 편의점 도시락과 경쟁해야 한다. ‘본도시락’ ‘오봉도시락’ 등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코쿤(cocoon) 문화’의 변화: ‘코쿤(cocoon)’은 누에고치를 말한다. 외부에서 활동하는 대신 자신만의 공간에서 안락함을 추구하는 ‘코쿤 문화’의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까지 전형적인 코쿤 문화는 PC방·노래방·스크린골프장·만화방·비디오방 등이었다. 노래방은 코인 노래방이 많이 생겼다. 주머니가 가벼운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 혼밥·혼술 문화에 이은 혼자서 노래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만화방은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세련된 만화카페로 부활했다. 전국 7000여개나 있는 스크린골프를 대신해 스크린야구가 업종 도입기에서 성장기로 진입할 채비를 갖췄다. 독서실 또한 카페형 프리미엄 독서실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성장했고, 모임공간을 대여해주는 스터디센터와 소호사무실 대여 비즈니스센터도 선전했다. 특히 이들 업종은 시설과 인테리어 분위기에 역점을 두는 사업이지만, 동시에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으로 차별화된 운영 프로그램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화이트칼라 창업 아이템으로 선호되고 있다. 경영의 노하우가 중요하고, 이를 지원해주는 본사의 경쟁력도 필요한 셈이다. 최근 수년 간 힘든 일을 꺼리는 중산층 창업자들이 커피전문점 창업 붐을 일으켰듯이 향후 새로운 중산층 선호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큰 업종이다.


▎중가 커피 전문점의 성장세는 올해도 두드러졌다. 지난 8월 이디야커피 용인신갈점에서 열린 2000호점 오픈 기념식.
창업비용 ‘거품 제거’ 및 동네상권의 선전: 창업비용의 거품이 제거됐다. 가맹비·교육비·로열티·인테리어비용을 없앤 이른바 3무(無), 4무(無) 창업 상품이 쏟아졌다. 창업자금 융자, 가맹 선착순 지원 등 가맹점 창업을 유인하는 본사의 지원 정책도 어느 해보다 많이 시행된 한 해였다. 이는 중소기업인 본사 또한 생존이 어려웠음을 의미한다. 점포 매출이 지난해 대비 적게는 10%, 많게는 30% 선까지 폭락하고 있는 현실에서 신규 창업자를 확보하기 위한 무한 경쟁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창업비용의 거품이 덜한 동네상권에서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업종이 인기를 끌었다. 해물포차 ‘오징어와친구들’, 닭발요리 전문점 ‘본초불닭발’ 등이 동네상권에서 인기몰이를 했는데, 이는 비교적 경쟁이 덜한 업종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당경쟁을 하는 점포의 업종전환 아이템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닭갈비 전문점 ‘홍춘천’은 오징어치즈 닭갈비와 문어치즈닭갈비 등 해물 퓨전닭갈비로 차별화해서 창업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끌었다. 청양고추·마늘·생강 등 10가지 천연재료를 사용해 만든 양념 맛이 질리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경쟁이 심한 중심 상권보다 골목상권에서 품질과 인테리어 디자인의 수준을 높인 업종이 선전했다. 전형적인 불황형 업종인 명태조림, 동태탕, 곰탕, 순대국밥, 시래기 요리 등도 골목상권에서 소주 한잔 하려는 서민들의 마을을 사로잡으면서 창업 인기 업종 대열에 끼어들었다.


▎토종 액세서리 주얼리 잡화 전문점 ‘못된고양이’가 필리핀 카비테주 이무스에 연 6호점.
배달시장 성장과 ‘푸드테크’ 바람: 온디멘드(On-Demand) 경제,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하나 되는 세상이 되면서 O2O(온·오프라인 연계) 시장이 급성장했다. 자영업 역시 시장의 변화에 따라가고 있다.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인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맛집 정보 배달 앱인 ‘식신히어로’ ‘배민라이더스’ ‘푸드플라이’ 등도 크게 성장했다. 이처럼 올해는 맛집 정보 앱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마케팅 플랫폼 역할을 했다. 음식과 기술의 결합인 푸드테크가 장기 불황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외식업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식신e식권’ ‘식권대장’ 등 모바일 식권도 자영업자들의 큰 인기를 끌었다. 식사 후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식사 값을 계산할 수 있는 모바일 식권은 기업에게는 식권을 발행하고 장부관리, 정산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단축시켜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 또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등 운영비도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이점으로 올해 기업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속속 도입되고 있다. 자영업자에게는 홍보와 매출 둘 다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와 같은 O2O를 기반으로 하는 푸드테크는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 귀차니즘 문화의 확산으로 당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에듀테크·뷰티테크 등으로 기존의 자영업종과 기술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업종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000원 숍’ 등 저가 소매점 성장: 저가와 다양한 상품군을 내세운 생활용품 전문점과 액세서리 전문점도 성장을 했다. 다이소는 올해 매장 매출이 20% 성장했고, 한국 토종 액세서리 주얼리 잡화 전문점 ‘못된고양이’도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면서 올해 큰 성장을 했다. 이 밖에 실업 등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일시적으로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형뽑기방이 기계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올해 많이 생겼다. 점포 앞이나 건물 내 공간의 자투리땅을 활용한 무점포 창업아이템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쾌적하고 편안한 인테리어와 음악을 갖춘 카페에 안마의자를 비치하고 일상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의 스트레스와 피곤함을 덜어주는 힐링카페 창업도 올해 등장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계 장치 사업은 유행 업종으로 유행이 빨리 끝날 수 있고, 기계 AS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본사인지를 사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강병오 -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국내 1호로 창업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FC창업코리아 대표이사와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창업가정신, 벤처창업, 프랜차이즈 전략 및 자영업 창업 등이다.

1364호 (201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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