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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 (27)] 장성한 자녀의 귀환을 막아라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dongho@joongang.co.kr
노후 부모 세대에게도 큰 부담 … 독립성 키워줘 의존도 줄여야

▎사진:중앙포토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댄 카일리(Dan Kiley)는 1983년 [피터팬 증후군]에서 신체적으로 어른이 되었지만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 자신의 의지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으려는 심리 상태를 설명했다. 처음에는 어른이 되어서도 타인에게 의존하는 남성의 심리상태를 주로 설명했는데, 지금은 남녀 구분없이 쓰이는 용어다. 1970년대 미국에서 피터팬 증후군이 나타나기 시작한 데는 경기 침체의 여파가 컸다. 고도성장이 멈추면서 마초 같은 남성들의 사회·경제적 활동력이 약해졌고 실업률 증가로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지면서 가족을 비롯해 타인에게 의존적인 모습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미국에 이어 일본으로 퍼져나가더니 최근 한국에서도 슬슬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잃어버린 20년’을 거쳐오면서 피터팬 증후군에 빠진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알바’를 비롯해 단시간 근로자로 20~30대를 보낸 후 40대로 접어들어 어쩔 수 없이 부모의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다. 사회 진출과 결혼을 미룬 결과 종국에는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피터팬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에도 이런 현상이 슬슬 나타날 때가 됐다. 그런데 장성한 미혼 자녀의 귀환은 백세시대에 꼭 피해야 할 세 가지 폭탄의 하나로 꼽힌다. 그 세 가지는 첫째가 치명적 질환이다. 암이나 치매에 걸리면 노후는 ‘폭망’이 된다. 둘째는 사별이다. 젊은 시절 아무리 잘 지냈어도 노후 사별은 인생 후반전을 황폐하게 만든다. 연인에서 부부를 거쳐 황혼의 반려자가 필요한 시점에 사별하면 인생의 안정감이 무너지고 삶의 질은 급격히 저하된다. 셋째 폭탄이 바로 장성한 미혼 자녀의 귀환이다.

한국보다 앞서 이 경험을 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사실상 피터팬으로 볼 수 있는 30~40대 인구가 3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탈, 노후빈곤]). 사회 진출과 결혼을 미루다 불혹의 나이에 다시 부모 품으로 돌아오는 것은 이들 세대의 사회·경제적 여파라고 볼 수 있다.

만성적 불황과 저성장으로 취업이 잘 안 되니 교육 기간이 길어지고 낙타바늘 구멍만큼 좁아진 취업 관문을 뚫는 것도 어려워지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처럼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현상은 한국에서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 3포(연애·결혼·출산)니 5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유행어가 되고 ‘수저계급론’까지 나오고 있으니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자녀를 외면할 수도 없다. 과거의 잣대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기성세대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자칫 결혼 이후에도 계속 돈을 대느라 노후가 고달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평소 자녀에게 독립성을 강조하고 자신의 노후대책은 스스로 마련해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래야 자녀가 독립성을 갖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

피터팬 증후군은 2030세대의 기혼 캥거루족과는 구분해야 한다. 기혼 캥거루족은 불황의 여파로 부모집에 신혼방을 꾸리는 젊은 세대다. 서울에선 수억원씩 하는 아파트 전셋값을 무리해서 마련할 바에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할 때까지 부모와 동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핵가족이 일반화된 현대 사회에 새로운 형태의 3대(代) 동거가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여기서도 피터팬 증후군 감염을 경계해야 한다. 꼭 같이 살지 않아도 결혼하고 나서도 부모에게 매달 용돈을 받고 아이 유치원비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dongho@joongang.co.kr).

1364호 (201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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