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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욕 드러낸 아베의 성동격서 작전] 아베, 푸틴에게 뺨 맞고 소녀상에 화풀이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조기 총선, 헌법 개정 위한 돌파구로 소녀상 악용... 대(對) 일본 외교·경제 대응책 시급

동북아시아가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일본은 부산총영사관 앞의 소녀상 설치를 이유로 주한대사와 부산총영사를 본국으로 소환해 외교적 소란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사드와 관련해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서 전략폭격기 6대를 포함한 대규모 편대를 출격시켜 한국비행정보구역(KADIZ)과 일본비행정보구역(JADIZ)을 침범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대(對)중 문제는 한미동맹, 동북아에서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 등 다양한 사안과 관련 있는 복잡한 사안이다. 앞으로 다각도의 논의를 바탕으로 전략적인 숙고가 필요하다. 이에 비해 대(對)일 문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속셈이 드러나는 사안이다. 소녀상 자체가 아닌 아베의 오랜 야망을 실천하기 위한 전술적인 소란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아베 총리에게 2017년은 정치적 기로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계에서는 아베 총리가 올해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아베 총리와 집권 자민당의 인기가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다. 지난해 12월 26일로 집권 4주년을 맞은 아베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율은 50%가 넘는다. 12월 27일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희생자를 추념하면서 지지율은 63~64%로 더욱 뛰었다.

이렇게 지지율이 높을 때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 총선을 치러 더욱 많은 의석을 확보하는 것은 의원내각제의 기본적인 정치 전술이다. 이를 통해 아베가 노리는 것은 단순한 장기 집권이 아니다. 아베에게는 오랜 정치적 야심이 있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를 고쳐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아베는 2012년 12월 재집권한 이후 이를 목표로 정국을 관리해왔다. 2015년 안보법을 국회에서 강행 통과한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참의원 선거 승리로 중·참의원 모두에서 개헌안 발의선인 의석의 3분의 2 이상 확보에 성공했다. 이제 아베에겐 결정적인 시기를 잡아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해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는 일만 남았다.

아베노믹스가 높은 인기의 원동력

아베가 높은 인기를 누리는 원동력은 경제 정책의 성공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요인이 일자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아베가 집권한 지난 4년 동안 경기가 회복되면서 취업자 수가 250만 명이나 늘었다. 특히 여성 취업자가 170만 명 증가했다. 출산과 육아로 현업을 떠났던 25~39세의 여성들의 취업이 두드러지게 늘었다. 40~59세의 중년 여성 취업도 증가세를 보였다.

아베 정권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여성 취업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결혼과 출산·육아로 일을 그만뒀던 ‘경력 단절 여성’들의 직장 복귀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아베 총리 정권은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등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고 보육시설을 늘리고 육아휴직 기간을 2년까지 연장하는 등 여성들이 일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해 왔다. 이를 통해 취업자와 출산율을 동시에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일본 인구는 2008년 1억2800만 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해 왔다. 이에 따라 아베는 2015년 10월 ‘1억 총활약상’이라는 장관 자리를 신설했다. 50년 뒤에도 일본 인구를 1억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임무다.

그런 아베의 급소는 외교다. 지난 12월 이전까지 아베는 외교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둬왔으며 이는 높은 인기로 이어졌다. 특히 대미외교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대단하다. 지난해 5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원폭 투하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베는 또한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 발 빠른 외교로 주목받았다. 당선 직후 트럼프와 전화 통화를 한 데 이어 당선 1주일 뒤 미국으로 날아가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당선인을 만났다. 현역 미국 대통령을 두고 발 빠르게 당선인을 찾은 이 같은 조치가 백악관의 분노를 사자 12월 27일에는 하와이 진주만을 찾아 진주만 공격 희생자 추념 시설에서 오바마와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아베는 1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와 공식 회담을 하는 첫 외국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외교 당국이 트럼프 측과 1월 말, 늦어도 2월에는 정상회담을 목표로 협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르면 1월 27일쯤 아베의 방미가 실현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아베는 러시아와의 외교에서는 ‘굴욕의 한판패’를 당했다. 지난 12월 15~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일격을 당했다. 아베는 푸틴을 자신의 고향인 야마구치현에 초청해 이틀간 정상회담을 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일본이 2개 정도 반환을 노리는 쿠릴열도 4개 섬(일본에선 북방영토로 부르지만 국제법상으론 맞지 않다)과 관련한 논의에선 한발도 나가지 못했다. 일본은 경제력을 내세워 이 지역에서 공동 경제활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세권 등을 둘러싸고 러시아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러시아의 법률을 바탕으로 이 지역에서 경제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3억 엔에 이르는 막대한 경제협력을 약속했지만 푸틴만 바라는 것을 얻어갔을 뿐 아베는 빈손으로 일어나야 했다. 이 과정에서 아베는 푸틴의 외교적 결례까지 감수해야 했다. 푸틴은 애초 예정을 1시간 이상 넘겨 일본에 도착해 아베를 기다리게 한 것은 물론 마지막 회담도 30분 늦게 시작했다. 이 사건 직후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아베의 지지율은 11월보다 5.9%가 떨어졌다. 사실 아베는 애초 올해 1~2월에 기습적으로 국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푸틴 사태가 터지면서 인기가 일시 흔들리자 이를 잠시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돌파구가 필요한 아베

올해 어느 때보다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아베로서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아베는 부산의 일본총영사관 앞에 강제연행된 종군위안부 소녀상이 들어서자 한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10억엔을 받았으니 성의를 보이라”는 외교적인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내부 정치를 위해 한국과의 외교 관계 손상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아베에게 필요한 것은 일본 내부의 지지율과 표심이지 한국과의 좋은 관계가 아니라는 계산이 작용했을 것이다. 결국 ‘푸틴에게 뺨 맞고 소녀상에 화내는’ 형국이다. 한국은 리더십 공백 상태라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외교적 소란을 통해 한국이 아베의 조기 총선과 헌법 9조 개헌 시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도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 입장에서 소녀상 문제로 인한 한·일 관계의 손상은 작은 손해이고, 조기 총선과 여기서 얻은 정치적 동력을 바탕으로 하는 일본의 평화 헌법 포기와 보통국가화는 대형 손실이다. 한국이 아베의 손가락이 아니라 눈동자를 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통화스와프 논의 중단 장기화를 비롯한 경제 카드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외교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이중삼중의 대책이 필요하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한국이 허점을 보이면 항상 기회로 이용해왔다. 외환위기 때 가장 먼저 돈을 빼간 측이 일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1369호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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