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SPC’ 인정 여부가 핵심박삼구 회장에게는 한가지 무기가 있다. 바로 우선매수권이다. 지난 2009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과정에서 박 회장은 사재를 출연했다. 채권단은 이에 대한 일종의 보상 성격으로 우선매수권을 부여했다. 채권단이 추후 이들 기업 지분을 매각할 때 박 회장에게 우선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만약 더블스타가 1조원을 써 낸 것이 맞다면, 박 회장 역시 1조원을 제시해야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채권단이 오는 2월 중순쯤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 박 회장에게 정확한 인수가격을 알리고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물을 것이다. 박 회장은 이로부터 한 달 안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권리행사 후 45일 이내에 계약금과 함께 자금조달 방안을 채권단에 제출해야 한다.현재로선 우선매수권 행사는 거의 확실하다. 시장의 관심은 자금 마련 방법에 집중되고 있다. 채권단은 박 회장과 장남 박세창 전략경영실 사장 등 2명의 개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했다. 우선매수권은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고, 제3자와 공동으로 행사할 수도 없다고 채권단은 못박아 놓았다. 금호아시아나 계열사 지원 없이 개인 자격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금호아시아나 안팎에서 현재 많이 거론되고 있는 인수 방안이 있다. 박 회장이 페이퍼컴퍼니(SPC)를 만들어 100% 주주가 되고, 이 SPC가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우선매수권 행사의 법적 주체는 SPC가 된다. 따라서 이 방법이 가능하려면 박 회장이 SPC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고, 채권단이 SPC를 박 회장 본인과 동일한 것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채권단은 지난해까지만해도 박 회장이 SPC 지분 100%를 가져도 'SPC=박삼구'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채권단이 우선매수권을 박삼구 개인으로 한정하고, SPC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금호타이어를 다시 돌려줄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채권단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SPC 활용도 인정할 수 있다는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조짐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채권단의 입장 선회에 대해, 중국업체로 금호타이어를 넘기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글로벌 순위 30위권인 더블스타와 14위권인 금호타이어가 결합한다면 세계 10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다. 국내 한국타이어나 넥센타이어 입장에서는 강력한 글로벌 경쟁업체가 출현하는 셈이다. 기술 유출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과거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뒤 기술만 빼먹고 회사를 버린 사례를 거론한다.
고민에 빠진 채권단SPC를 인정하더라도 FI로부터의 과도한 차입과 FI에 대한 담보 제공, 수익 보장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번 금호타이어 인수 SPC에는 제3자가 출자자로 참여할 수 없다. 박 회장이 100% 주주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금호산업 인수 때와 달리 현재 박 회장이 SPC에 출자할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다. 금호기업(현 금호홀딩스)에 대한 개인 지분 중 상당수는 이미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 있기 때문에, 이 주식을 활용해 SPC 출자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SPC의 자본규모가 작다면 결국 FI로부터의 차입규모가 커질 수 밖에 없다. FI들에게는 박 회장측이 인수할 금호타이어 지분이 담보로 제공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LBO(차입매수)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인수자가 매수할 예정인 주식을 인수금융에 대한 담보로 제공하는 것에 대한 법적 논란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예컨대 SPC가 금호타이어의 현금흐름 등 자산을 담보로 제공한다면 모르겠으나, SPC의 소유가 될 금호타이어 지분을 담보로 활용한다면 법적 문제는 비켜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SPC의 인수자금은 크게 3가지로 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박삼구 회장측의 출자금이다. 두 번째는 SPC가 CB(전환사채)를 일부 발행하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 순수 차입금이다. 출자금의 규모는 현재 박삼구 회장 형편으로 봤을 때 그 규모가 수백원대밖에 안될 것이다. CB는 주식발행이 전제된 잠재적 의결권이다. SPC가 CB발행으로 인수자금 일부를 조달한다면 이 SPC에 대한 박삼구 회장의 100% 지배력을 인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즉 우선매수권 행사에 문제가 생길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순수 금융차입을 일으킨다면 그 규모가 문제다. 일반적인 M&A 과정을 보면 이 SPC는 인수작업 종료 뒤 금호타이어와 합병함으로써 자기가 지고 있던 차입금을 자연스럽게 금호타이어로 넘기게 된다.채권단으로서는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금호타이어 채권을 최대한 많이 조기 회수하는 것이 목표다.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의 SPC 인정 여부를 놓고 고심할 수 밖에 이유 중에는, SPC가 인수자금 거의 대부분을 차입으로 해결하고 이 차입금이 결국 금호타이어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깔려있다. 금호타이어 인수 SPC의 경우 FI로부터 자금을 대출받는 형태기 때문에 지분가격 보장같은 문제는 없다하더라도 이자 비용 등 재무 부담이 만만찮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삼구 회장이 이번 금호타이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중국업체를 전략적투자자로 끌어들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켐차이나가 회자되고 있다. 한편으로 사모펀드와의 연대설이 제기되기도 한다. 금호아시아나는 이 같은 시장의 소문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우선매수권을 반드시 행사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필자는 국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미디어&리서치 ‘글로벌모니터’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