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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다모아’ 정부·보험업계·네이버 삼각 갈등] 보험업계 등 떠밀고 한발 빼는 금융위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보험 업계 “광고비 중복 부담” 불만 … 공공재 정보로 특정 기업 특혜 비판도

▎네이버 검색창에 노출되는 보험다모아 서비스 예상 화면. 실제는 그림과 다를 수 있음.
정부가 제공하는 보험상품 비교 사이트 ‘보험다모아’의 정보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 검색 화면에 노출시키는 사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검색 광고비를 두고 보험 업계와 네이버가 기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정책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민간에 전가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정부 책임론도 나온다.

보험 업계 “광고비 늘면 보험료 오를 수도”

보험다모아는 2015년 금융위원회 주도로 만든 공익 성격의 보험 비교 사이트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가 맡아 운영한다. 사이트에 간단한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원하는 보험 종류를 선택하면 보험사별 상품 가격과 보장 내용을 쉽게 비교하고 해당 보험사 홈페이지로 이동해 바로 가입할 수 있다. 원활한 비교·공시를 위해 보험업법은 각 보험사가 상품 관련 정보를 협회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보험다모아는 상품별 비교가 쉽고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한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사이트 이용자 중 22%가 자동차보험료를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트를 통해 전체 개인용 자동차 보험 상품 가운데 93%를 조회할 수 있다.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보험 상품을 일목요연하게 비교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평가가 좋다.

금융위는 오는 7월 보험다모아의 상품 비교·공시를 최대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와 연계해 검색만으로 확인하는 서비스를 내놓을 방침이다. 가령 네이버에서 ‘자동차보험’ 등을 검색하면 화면 우측 상단에 배너와 함께 가격비교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그림 참조). 사이트 방문수가 하루 3000~7000회에 불과해 이용률이 저조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인터넷 포털 등이 자동차보험료 비교 공시를 위한 주민등록번호 처리 근거를 마련하는 감독규정 개정도 추진 중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네이버에 보험다모아의 비교 정보를 표출하는 대신 치러야 하는 검색광고 비용이다. 네이버는 보험다모아의 가격비교 정보가 노출되면 검색광고를 통한 유입이 줄고, 그만큼 광고 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화면 우측 상단 역시 광고로 활용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손실을 메우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광고비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 비용은 보험사들이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다모아로 비교 검색한 내용을 통해 보험사 사이트로 이동하면 해당 보험사가 클릭당 광고비를 내는 방식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보험 업계 일부에서는 “자발적인 참여가 아닌데도 포털 연계로 인해 광고비용 부담만 늘어나게 됐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서비스의 포털 도입을 추진하면서 보험사의 광고비만 늘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이미 네이버의 ‘파워링크’ ‘비즈사이트’ 같은 검색 광고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자동차보험’을 검색하면 파워링크로 등록된 업체의 이름과 홈페이지 주소가 화면 상단에 노출되는 방식이다. 입찰을 통해 파워링크 상단에 이름을 올린 보험사들은 클릭당 2만~3만원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광고비를 중복 부담해야 하는 만큼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광고단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일부 언론을 통해 네이버가 클릭당 7900원 수준의 광고비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공익 목적’을 내세워 클릭당 200~300원 수준의 광고비를 주장하는 보험 업계와 이견이 커갈등이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기존에 없는 방식의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이 오래 진행되고 있다”며 “여러 방식에 따른 적절한 방법과 과금 방식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일 뿐 갈등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논란을 두고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다. 판을 깔아 놓은 정부가 논란에서는 발을 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주관 기관이자 포털 연계를 주도한 금융당국은 광고비 논란에 대해 “업계와 포털 업체가 협의해서 풀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등 떠밀린 보험사들 입장에선 정부가 아무런 대안도 마련해주지 않아 난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업체가 어느 정도의 부담을 져야할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서비스를 시행해 나가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털 업체 선정 과정의 타당성이 논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한 핀테크 업체 대표는 “네이버가 국내 최대 포털이긴 하지만, 정부가 수집한 공공재적 성격의 정보를 먼저 나서서 특정 업체의 수익 사업에 제공하는 셈”이라며 “시각에 따라서는 특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시장 대형사 위주 재편 전망도

또 보험상품 비교를 공시할 수 있는 업체에 대한 규정이 모호한 점이 부작용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협회 회의 기관이 보험상품 정보를 비교·공시할 수 있도록 감독규정을 개정했다. 이에 따르면 지정한 준수사항만 지킨다면 별도의 자격 요건 없이 누구나 보험 상품을 비교·공시를 할 수 있다. 여러 온라인 업체가 해당 정보를 싣겠다고 나서면 막을 명분이 없고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들 모두에게 광고비를 지불하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별도 등록 요건이 없어도 개인정보 취급할 수 있는 수준의 시설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 비교·공시 업체에 대한 진입장벽이 된다”며 “협회 재량 안에서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 정보가 포털을 통해 노출되면 보험시장이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광고 비용을 감당하면서도 상품 가격을 낮춰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보험사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보험 업계 안에서도 보험다모아의 포털 연계를 두고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광고비를 더 내고라도 온라인 상품을 홍보하겠다는 보험사도 있지만 고객층이 확보된 회사들은 굳이 추가 광고비를 부담하고 싶어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보험사 규모와 상품 전략에 따라 온도차가 있다”고 말했다.

1371호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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