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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등 켜진 P2P 대출 시장] 대출금 상환 안 되면 투자금 전부 잃을 수도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P2P 대출 규모 1년 새 20배 증가… 빌리·펀다·어니스트펀드 등 연체율 높아

▎일러스트:중앙포토
부동산 P2P(개인 대 개인) 대출업체 빌리는 지난해 6월 법인 사업자에 대출을 위해 투자자들에게 11억5000만원을 모집했다. 만기는 4개월, 수익률은 연12%라는 조건에 자금은 빠르게 모였다. 그러나 그해 10월 만기일이 도래했지만 대출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연체가 발생했다. 그후 투자금 상환날짜가 3개월 이상 지났지만 대출금은 현재 절반만이 회수된 상태다.

지난해 빠르게 성장했던 P2P 대출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P2P 대출이란 은행이 아닌 온라인 상에서 개인 간에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형태를 말한다. 금융당국이 2015년 초 핀테크 활성화의 일환으로 P2P 대출 규제를 완화한 게 계기가 됐다. 가령 건축비용 5억원이 필요해 P2P 업체에 요청하면 이들이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모아 건축주에 빌려준다. 대출기간이 끝나면 P2P 업체가 대출자로부터 대출금을 받아 투자자에게 원금과 약정 이자를 지급한다. P2P 업체는 대출자로부터 대출금의 연 1~3%, 투자자에겐 투자금액의 연 1% 정도의 서비스 이용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P2P 대출 규모는 2015년 235억원에서 지난해 4682억원으로 급증했다. P2P 대출시장에 진입한 업체는 160개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가파른 성장세는 대출자와 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신용도가 낮고 담보물이 없어 은행·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개인 또는 사업자들은 대부업체에서 최고 27.9%(법정 최고 이율)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을 받아왔다. 그러나 고금리 대출을 연 10%대의 중금리로 갈아탈 수 있고 대출심사 기간을 포함해 승인까지 3~4일이면 충분하다. 투자자에게도 연평균 10~15%(세전)의 수익이 가능해 예금 금리가 연 1%대 중반인 저금리 시대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

P2P 대출 연체율 갈수록 높아져


문제는 앞으로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P2P 업체를 이용하는 대출자들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져 빚을 갚지 못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그동안 연체율 0%라고 광고했던 P2P 업체들도 대출상환이 지연되면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34개 회원사들 가운데 연체율(전체 대출금 중 30일 이상 대출상환이 지연된 상태)이 가장 높은 곳은 빌리(2.15%)다. 그 다음으로 펀다(1.65%), 어니스트펀드(1.57%) 순으로 높다.

연체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돈을 떼일 가능성이 커진다. P2P 대출은 은행처럼 돈을 빌려주는 건 비슷하지만 차용이 아닌 투자다. 때문에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아 대출자가 대출금 상환을 못 하면 투자금 전부를 잃을 수도 있다. 부동산 P2P 업체 테라펀딩 양태영 대표는 “대출금 상환이 안 되면 P2P 업체로부터 위임을 받은 부동산신탁회사가 건물을 대신 분양·임대하거나 경매 처분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며 “만약 경매에서 낙찰가가 투자금보다 낮으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P2P 업체는 연체 채권을 신용정보회사에 추심을 위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채권추심 권한이 P2P 업체에 있다. 만약 P2P 업체가 사라지면 대출자들은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

현재 대부분의 P2P 업체들이 지난해 문을 연 신생업체인 만큼 올해부터 대출금 만기가 도래한다. 이 가운데 부동산 관련 대출이 많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주택시장 호조로 부동산 관련 대출에 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한국P2P금융협회의 대출현황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담보·PF) 관련대출 규모는 전체 대출 금액의 74%를 차지한다. 부동산 대출은 신용 대출보다 대출 규모가 크고 분양이나 임대가 되지 않으면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지금처럼 주택경기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양태영 대표는 “부동산 규제 등으로 주택시장 둔화하는 상황인 만큼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수백억원 규모의 PF가 아니라면 아직까지는 부실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업 선별하고 분산투자해야

금융위원회는 P2P 업체 관리·감독을 위해 지난해 11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개인의 투자 한도를 1000만원으로 제한하고, 선(先)대출을 금지토록 했다. 현재 많은 P2P 업체가 대출자에게 자기 자본으로 우선 대출을 해주고, 투자자를 모집해 원리금수취권을 판매하는 선대출 모델로 운영 중이다. 금융위 서민금융과 전동연 사무관은 “선대출을 허용하면 투자자와 차입자를 매칭한다는 P2P 본연의 의미가 축소돼 금지키로 했다”며 “가이드라인은 2월 중순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수익만 보고 무리하게 투자하는 건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이승행 한국P2P금융협회장은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 때문에 P2P 대출에 투자하려는 수요도 많지만 원금 손실에 대해서는 보호책이 없다”며 “투자자들은 수익만 좇지말고 P2P 투자 약관과 합법적인 업체인지 등을 확인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요가 몰리는 만큼 P2P 업체들의 불법 투자금 모집, 횡령·부도 등에 따른 피해도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해 P2P 업체 골든피플은 5억원의 투자금을 모은 후 대출자에게 대출을 진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편취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P2P 업체가 어떤 사업에 투자하는지, 연체율은 높지 않은지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6개의 P2P 회사가 폐업신고, 2개 회사가 잠정 휴업을 한 상태다. 이 회사 차미나 선임연구원은 “투자하기 전 대출 기간과 수익은 물론 회사의 규모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가능하면 민원이 제기되거나 업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협회가 회원사를 감사할 수 있도록 한국P2P금융협회에 가입된 업체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전동연 사무관은 “P2P 업체는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투자된 자금이 대출 형태로 운용된다”며 “중도 회수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1371호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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