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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의 이 한 문장] 외공은 필요조건 내공은 충분조건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장
여러 상대를 만나서 다양한 실전 경험을 쌓다 보면 저절로 상대방의 의중을 헤아릴 수 있게 되고,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가장 적합한 병법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상대방의 검을 보지 않고도 검의 움직임과 속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 바람의 장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단지 껍데기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어떤 것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건 오직 마음으로 볼 때이다.”

프랑스 소설가 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구절이다. 마찬가지로 검법의 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눈에 보이는 적의 자세와 무기, 동작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의 마음을 보는 것이다. 현대 검도 고단자들의 대련에서도 상대방의 죽도가 아니라 눈을 본다. 눈을 보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기를 제압하기 위해서이다. 무사시는 공을 보지 않고도 다양한 기술을 사용해 공을 차는 사람, 사물을 보지 않고도 곡예를 부리는 사람을 예로 들어 감각으로 칼을 사용하는 경지에 이르러야 무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사람도 외양만 보아서는 알 수 없다. 여러 번의 만남을 거치고, 실질적인 문제가 결부되어야 비로소 그 사람을 알게 된다. 사람관계에서도 중요한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안목(眼目)이라는 단어도 육체의 눈으로 보는 목(目)과 마음의 눈으로 보는 안(眼)의 조합이다. 마음으로 보는 심안(心眼)을 키워야 피상이 아니라 본질을 볼 수 있다.

개개인과 마찬가지로 조직도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조직에서 눈에 보이는 외공을 필요조건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내공을 충분조건으로 확보해야 강한 역량을 갖춘다. 군대에 비유하면 외공은 병력 숫자, 무기, 화력이고 내공은 리더십, 전술능력, 사기다. 첨단무기로 무장해도 투지가 없는 군대는 오합지졸이 되지만 투지가 넘쳐도 절대열세의 무기로 이기기는 어렵다.

고대 서양을 제패했던 로마의 성공을 뒷받침한 로마군단이 ‘무적’이라는 명성을 얻은 이유는 물질적 여건을 최대한 확보한 후에 정신력을 강화하는 로마군 특유의 방식 때문이었다. ‘훈련은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이고, 전쟁은 피를 흘리는 훈련’은 로마군의 신조였다. 또한 로마군은 병력, 무기, 군량, 도로나 교량 등 눈에 보이는 요소를 먼저 정비한 다음 정신력, 사기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역량을 극대화한 후 전쟁을 시작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준비를 마치고 나서 신들에게 행운을 기대했기에 무적이 될 수 있었다.

실제로 로마인들은 준비도 없이 허풍 떠는 것을 무엇보다 경멸했다. 전쟁을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철저한 물질적·정신적 준비 없이 전쟁을 치르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여겼다.

현대 기업에서도 건물, 인원수, 설비 등 외공은 눈에 보이지만 리더십, 조직력, 기술력 등 내공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자본주의(資本主義)가 아니라 지본주의(知本主義)'라는 신조어가 상징하듯이 지식과 기술 등 무형자산이 핵심경쟁력이 되는 시대에서 조직 역량이란 눈에 보이는 외공이라는 필요조건과 눈에 보이지 않는 내공이라는 충분조건을 겸비해야 확보된다.

1372호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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