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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와 상반된 정책트럼프 대통령의 ‘튀는 정책’은 에너지 분야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대신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는 화석연료 중심주의 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앞으로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은 로널드 레이건과 놀랍도록 닮았다. 레이건은 1980년 공화당 대통령후보 수락 연설에서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해야만 합니다. 엄청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미국 해안가에 그대로 놓여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행정부(지미 카터)는 미국 국민이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대신 더 많은 규제·세금, 그리고 국가의 통제를 원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저서인 [불구가 된 미국]에서 자신의 에너지 정책을 이렇게 밝혔다. “에너지 정책에 대한 내 입장은 분명합니다.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더 나은 ‘대안’ 내지 ‘친환경’ 수단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레이건처럼 트럼프도 미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에너지 자원, 즉 화석연료를 최대한 개발해서 사용하는 정책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이런 정책은 필연적으로 원유와 가스의 개발과 생산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재임 기간에는 상당 기간 저유가 시대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이런 트럼프 에너지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국 내에 존재하는 석유·가스·셰일가스 등 화석연료 개발의 강화다. 미국 내 부존 화석연료 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에너지 독립’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에너지산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9월22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중 “화석 자원 개발로 미국을 더 부유하게 만들겠다”라고 외쳤다.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태양광·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견인했던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환경·에너지 정책과 사뭇 차이가 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막는 일을 미래 세대를 위한 의무로 여겨 상당한 노력을 펼쳐왔다. ‘파리기후협정’ 타결을 이란 핵 합의, 쿠바 국교 정상화, TPP(환태평양동반자협정) 타결과 함께 대표적인 치적으로 내세울 정도다. 파리기후협정 당시 최대 난제인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오바마가 직접 시진핑 국가주석과 통화했을 정도였다. 온실가스 배출 규모에서 중국은 1위, 미국은 2위다. 하지만 트럼프는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고 대놓고 말한다. 기후변화 음모론을 내세우며 화석연료 선호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 트럼프 에너지·환경 정책의 핵심이다. 트럼프는 TPP에서 이탈하고 이란 핵 합의 폐기를 주장한 데 이어 에너지와 환경 분야에서도 오바마와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임기 중 미국에선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에너지·석유화학 사업은 상당히 성장하고, 태양광·배터리·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에너지 수출 나설 것트럼프 행정부 에너지 정책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석유 개발과 생산과 관련한 규제의 축소다. 이는 미국의 석유 생산을 증가시키며 에너지 시장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의 경쟁을 지속적으로 유발한다. 이에 따라 저유가 시대가 연장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을 비롯한 에너지 소비국들에 유리한 상황이다. 석탄과 관련해서는 석탄 광구의 규제와 석탄 발전 축소 정책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석탄 공급과 수요를 모두 늘리게 되는 정책이다. 과도한 생산 증가도, 소비 확대도 이뤄지지 않고 균형이 잡힌다. 이는 결국 글로벌 석탄 교역이나 가격에 제한적인 영향밖에 주지 않는다. 석탄을 수입해서 쓰는 한국 등지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요인이다.트럼프는 세일오일·가스의 개발과 생산과 관련한 규제도 대대적으로 완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 정부에서는 셰일가스의 개발이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채취 과정에서 환경에 주는 악영향이 다른 영향보다 크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텍사스 주 등에서 활발하던 셰일가스 채취는 줄어들어 왔다. 일정 부분 셰일가스 채취를 유지하는 캐나다와 대조적이다. 일단 파놓고 채취는 미루고 있는 비채취공(DUC)이 미국 내에 4000여 개에 이른다. 당장은 환경 문제를 들어 채취를 보류하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이 국내 경제에 주름을 안겨줄 정도로 오르면 즉각 생산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에너지 예비군인 셈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60만~70만 배럴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많아 보이지 않은 물량이지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유가 하락으로 지난해 11월 OPEC은 물론 비회원국인 러시아까지 2001년 이후 15년 만에 공동 감산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 셰일오일 생산 증가분은 감산 효과를 상쇄할 정도다. 국제 유가가 계속 가라앉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다.눈여겨볼 점은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이 오바마는 물론 미국이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석유자원의 미래 전략자원화와도 다르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자국 석유의 해외 수출을 금지했다. 다른 나라에 석유가 고갈돼도 미국은 국내 부존 에너지 자원으로 버틸 수 있도록 여력을 남겨두는 전략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개발하는 것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내 자원 개발을 강화하면 과잉 생산된 석유와 가스를 처리하고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필연적으로 에너지 수출에 나설 수밖에 없다.여기에 무역적자를 줄이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한국 정부와 업계가 선택할 묘수가 숨어있다. 바로 가스 도입선을 미국으로 다변화하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무역적자도 줄이고 가스 도입의 안정화도 기할 수 있다. 특히 가스 교역에는 기술적으로 중간 허브가 필수적이다. 동아시아의 경우 한국이 이를 선점할 수 있다. 일본은 지진 때문에 대규모 가스 허브를 설치하기가 곤란하다. 중국이 에너지 다소비국이기는 하지만 트럼프가 불공정 무역국이라고 비난하며 일전을 예고하고 있는 나라에 이를 설치하려고 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결국 한국이 동아시아 가스 허브의 최적지라는 이야기다. 평택이나 광양만에 대규모 가스 허브를 건설해 이를 수용하는 국가 에너지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은 한국에 도전이자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