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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잃은 자유무역지역(FTZ) 미래는] 맞춤형 외국인 투자 유치로 활로 뚫어야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국가 균형 발전 논리로 지정된 곳은 성과 부진 … 경제적 효과 감안한 차별적 인센티브 부여 필요

▎자유무역지역(FTZ)은 수출 진흥과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전진기지로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경제적 논리보다는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정치적 논리에 따라 입지 결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사진은 2000년 군산자유무역지역의 기공식 장면.
자유무역지역(FTZ, Free Trade Zone)은 말 그대로 한 국가 내에서 교역·생산·투자 등 경제활동에 대해 비관세 등 예외적인 조치를 허용해 주는 특정 지역을 뜻한다. FTZ에서는 국내법이 아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국제적 경제 규범이 주로 적용돼 외국인 투자에 대한 친화적 환경이 마련된다. 2011년 산업단지로 전환한 익산을 제외하고 현재 마산·군산·대불·동해·율촌·울산·김제 7곳에서 FTZ가 운영되고 있다.

원조는 역사 교과서에도 나오는 마산자유무역지역(경남 창원)이다. 1970년 수출 진흥과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전진기지로 출발했다. 입주 업체를 위해 외국인 투자 신고, 공장 건축 허가, 수출입 승인 등 모든 행정 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 마산 자유무역지역관리원에서 원스톱 서비스로 일괄처리해준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관련 법령의 일부 배제, 조세 감면, 저렴한 임대료, 지원 시설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비관세 지역으로 어느 지역보다도 수출입 활동이 편리하다. 마산자유무역지역은 2000년 7월 12일까지는 생산 중심의 수출자유지역(FEZ, Free Export Zone)으로 운영됐다. 그런데 2000년 7월 13일부터는 ‘자유무역지역의 지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생산은 물론 무역·물류·유통·정보처리·서비스업 등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FTZ로 확대 개편됐다.

첨단산업 분야의 외국인 유치에 유리


FTZ에서는 저렴한 산업 용지를 미리 공급받아 입주와 동시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규모 투자라도 입주 요건만 충족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첨단 산업 분야의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FTZ는 물류·유통 기능을 갖추고 있어 가공·제조 기능과 연결할 수 있고,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 간 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지역 경제 발전에도 기여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FTZ를 지역의 여건에 따라 생산 중심형, 교역 중심형 또는 복합형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던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세계적인 기술력과 시장망을 지닌 글로벌 기업이 입주함에 따라 첨단 기술이 이전되고, 선진 경영 노하우도 전파돼 국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외국인 직접 투자 통계에 따르면 2009년 115억 달러 수준의 외국인 직접 투자는 2015년 처음 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21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FTZ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선진 기술의 도입과 수출 활성화를 통해 국가와 지역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제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늘어남에 따라 관세 유보 지역으로 입지적 우위가 약해지고 있다. 또 새로운 특구 제도의 도입으로 위상이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2000년대 이후에는 경제적 논리보다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정치적 논리에 따라 FTZ의 입지 결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후발 FTZ의 성과 부진이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마산을 제외한 군산(2000년)·대불(2002년)·동해(2005년)·율촌(2005년)·울산(2008년)·김제(2008년)는 모두 2000년 이후 FTZ로 지정된 곳이다. 특히 FTZ마다 관리원이 설치돼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인력과 예산 투입에 비해 성과가 부진하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김제의 경우 2015년 말 기준으로 자가 공장 부지의 임대 가능 면적은 71만6016㎡인데 그중 9만2627㎡만이 들어와 입주율은 12.9%에 불과하다. 7개 FTZ의 외국인 투자액 변화를 보면 2005~07년 줄어들다 2009~13년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다시 감소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이후 외국인 직접 투자의 신고 건수 역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4147건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어 지난해는 2987건으로 떨어졌다.

외국인 주거·생활·문화 등 통합 지원도

이에 따라 산업연구원(KIET)은 올 1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자유무역지역의 관리지원기능 강화를 통한 외국인투자 촉진방안’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본지가 입수한 이 보고서에는 FTZ의 미래에 대한 해법이 잘 나와 있다. 우선 맞춤형 외국인 투자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획일적인 유치 전략보다는 외국인 투자를 투자목적별, 산업별, 투자국별, 투자유형별 등으로 나눠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투자목적별로 내수 시장 진출형, 국내 기술 이용형, 지역 거점형 외국인 투자로 구분해 차별화 지원책을 펴고,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예를 들면 동아시아 지역거점형 외국인 투자에는 동아시아 시장에 아직 진출하지 않은 선진국의 중견기업을 유치하고, 동아시아 지역과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지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직접 투자의 경우 투자 결정 후 제품 생산기간 단축을 위한 행정 절차 간소화와 막대한 초기 진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우선 필요하다. 기존 투자의 확대를 위해서도 경쟁국의 유치 전략과 국내 여건 변화에 대응한 탄력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세제 등 인센티브를 지속적으로 늘릴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경쟁국과 투자 유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 인센티브를 경쟁국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 창출, 기술 이전, 산업 구조 고도화 등 경제적 효과를 감안한 차별적인 인센티브 부여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인센티브 자체가 투자 결정의 요인이었다면 그 인센티브가 사라질 경우 철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인센티브는 초기 투자 위험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 좋다. 홍진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FTZ는 상대적으로 비즈니스와 생활 환경이 열악한 지방에 위치하기 때문에 활성화를 위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며 “외국인의 신속한 국내 정착을 위한 주거·생활·문화 등을 통합 지원하는 센터를 지자체별로 확대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1377호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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