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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6) | 로켓뷰] 삼성전자 C랩서 70대 1 경쟁 뚫고 창업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스마트폰 카메라 인식 기술 활용한 ‘라이콘’... ‘찍검’ 서비스 선보여 … UI·UX 분야 전문가

▎스웨덴 왕립공대 출신 창업가인 김화경 로켓뷰 대표가 5월 8일 서울 역삼동의 디캠프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 C랩을 통해 창업에 성공했다. / 사진. 신인섭 기자
삼성전자는 2012년 12월 창의개발센터를 만들었다.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다. 창의개발센터가 운영한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C랩이다. 모든 임직원이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선정된 아이디어는 사업화를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제도다. ‘1년 동안 해봤더니 사업 가능성이 있다면?’ 이런 경우 삼성전자는 회사를 나가 창업을 할 수 있게 투자도 해준다. 꿈의 직장이라는 삼성전자를 나와 창업을 하고 싶은 이들이 갈수록 늘어났고, C랩의 경쟁률도 높아지고 있다. C랩을 통해 창업에 성공해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도 계속 배출되고 있다.

2015년 C랩에 응모한 아이디어만 700여 개. 1~2차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11개 과제가 선정됐다. 경쟁률은 70대 1. 11개 팀 중 하나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물을 인식하는 기술을 내놓았고, 아이디어를 인정 받아 C랩에 선정됐다. 1년 후 이 팀은 스핀오프(회사 분할)했고 창업을 했다. 1년 동안 이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냉장고나 에어컨 같은 전자기기를 인식하면 기기를 작동할 수 있는 리모컨이나 기기 작동을 도와주는 매뉴얼 기능을 보여주는 라이콘(Licon)이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얼마 전에는 대형마트나 화장품 전문점에 있는 상품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면 바로 최저가를 검색할 수 있는 ‘찍검’이라는 서비스도 내놨다. 삼성전자 C랩 출신의 스타트업 로켓뷰(Rocket View) 이야기다. 지난 5월 8일 김화경(37) 로켓뷰 대표를 서울 역삼동에 있는 로켓뷰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로켓뷰를 창업했다. 그는 “로켓은 발사가 되고 나서 목적지까지 여정을 하게 되는데, 마치 스타트업의 모습 같았다. 뷰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이 리모콘으로 변신

라이콘은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이기 때문에 아직 일반인들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김 대표의 설명을 들으면 라이콘 서비스는 상당히 재미있다. 특히 해외 여행을 자주 가는 이들이라면 무릎을 칠 만한 서비스다. 동남아시아나 북유럽, 아프리카 같은 곳에 여행을 갈 때 숙박업소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전자기기 사용법이다. 대부분 전자기기 사용법은 영어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언어로 써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는 감으로 리모컨을 작동하게 마련이다. TV나 에어컨 작동은 눈치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지만, 라디에이터 같은 난방기기는 감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김 대표는 “해외 여행을 가면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하는데, 라디에이터 같은 기기는 전혀 사용할 수가 없어서 호스트를 직접 호출한 적도 있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떠올렸고, 그게 바로 라이콘”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방문한 해외여행객들도 마찬가지로 라이콘을 이용하면 영어 설명서 없이 전자기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작동법은 아주 쉽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라디에이터를 비추면 전원이나 온도 조절을 할 수 있는 리모컨이 스마트폰에 뜬다. TV나 에어컨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놓은 가전제품은 대부분 라이콘으로 작동을 할 수 있다. 샤오미의 공기청정기나 필립스 스마트전구인 ‘휴’도 인식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현재 20여 종류의 전자기기 제품을 인식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라이콘을 서비스하기 위해 호텔·리조트나 에어비앤비 등 다양한 업체와 만나고 있다. 그는 “숙박업소에 들어가는 기기는 종류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라이콘 하나면 모두 해결할 수 있다”며 “에어비앤비나 야놀자 같은 온·오프라인 연계(O2O) 기업들과 제휴를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가 요즘 집중하는 또 다른 서비스는 지난 3월 선보인 ‘찍검’이다. 찍검을 사용해보면 편리함에 놀라게 된다. 요즘은 물건을 앞에 두고 온라인 최저가를 찾는 쇼루밍족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 조사업체인 칸타월드패널의 ‘스타일 쇼핑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6명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보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에서 가격표와 상품 모델 사진을 찍은 후 집에 와서 PC로 가격 비교를 하거나, 현장에서 모델명을 외워서 가격 비교 서비스에 직접 입력한다. 하지만 제품명은 영어와 숫자로 10자리가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외우기도 어렵고 입력도 힘들다. 찍검은 상품명만 카메라로 찍어서 바로 최저가를 비교 검색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우리가 스마트폰 카메라에 집중하다 보니 찍검이라는 서비스도 내놓게 됐다”며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한 최저가 검색 서비스는 로켓뷰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쟁이 치열한 최저가 비교 서비스의 후발주자”라는 지적에 대해 “편리함은 어느 서비스보다 뛰어나다”면서 “화장품 같은 분야의 최저가 비교 서비스 플랫폼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핀오프할 때 삼성전자로부터 투자를 받은 게 있어서 찍검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올해 목표는 찍검이나 라이콘에서 매출을 올리는 것“이라며 웃었다.

벤처기업 다니다 스웨덴으로 유학

김 대표는 여러모로 독특한 경력이 있는 창업가다. 동덕여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벤처기업에서 3년 동안 경력을 쌓은 후 도전한 곳이 스웨덴 왕립공대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왕립공대에 다니는 한국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그런 곳에서 2006년 8월부터 2년 동안 공부를 했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 덕분이었다. 김 대표는 “당시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환경이 무척 열악했다. 너무 지쳐 있는 때에 스웨덴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의 모습을 보고 나도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왕립공대에서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를 전공했다. 김 대표는 “당시 대학원 과정에 한국인은 단 3명 있었다. 정말 한국 학생에게 알려지지 않은 학교였다”고 말했다. 석사 학위를 마친 후 현지에서 터를 잡고 싶었지만, 비자 문제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으로 유턴했고, 삼성전자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는 “내가 배운 학문은 유저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이었고 삼성전자에서도 이 분야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면서 “안드로이드 개발팀,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는 태스크포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서도 인정받는 UI·UX 전문가였지만 그는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 이유에 대해 “스웨덴에서 공부한 경험 때문인지 주어진 일만 하는 조직 생활을 견디는 게 무척 어려웠다. 누구 하나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일하는 창의적인 조직이 그리워서 창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로켓뷰를 스스로 알아서 일하고 휴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의 기업문화로 만든 이유다.

1384호 (20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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