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런 사람에 대한 자비코칭 경험이 많고 코칭을 잘하는 선배가 있다. 그는 코치가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에 대해 강조한다. 내용이 간결하면서도 파워풀하다. 후배 코치들에게 조언한다.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문제는 조언하는 방식이다. 선배는 자기 방식이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의 방식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혹독할 정도로 피드백한다. 피드백이 아니라 비난이나 비판으로 여겨질 정도다. 선배의 방법은 훌륭하지만 후배들은 받아들이길 꺼린다. 큰 소리를 지르면서 조용히 하라고 말하는 전달 방법 때문이다.이 선배도 자기 고집의 덫에 걸려있는 것 같다. 코치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은 그 자체가 최종 목적이 아니다. 코칭을 잘하는 게 본질이다. 그런데 핵심역량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본말이 전도되었다. 코칭을 잘하는 게 본질이 아니라, 마치 코칭 핵심역량을 갖추는 게 최종 목적인 것처럼 여겨진다. 선배는 ‘코치는 핵심역량을 완벽하게 갖추어야 한다’는 또 다른 고집의 덫에 걸려있는 것 같다.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다른 분야에 대해선 그만큼 문외한이 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른쪽으로 간다는 건 왼쪽과는 그만큼 멀어지는 것이다. 무언가를 정의한다는 건 다른 측면에서 보면 틀린 말이 된다. 어느 한 쪽의 생각을 선택한다는 건 다른 쪽의 생각은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고집스런 사람에 대해 자비’를 가지라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자신이 부리고 있는 또 다른 고집을 알아차리라는 뜻이다.S기업 부사장에게 어떤 사람을 임원으로 승진시키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싱거운 대답이 돌아왔다. “역지사지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너무 뻔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더니 부사장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사람들은 역지사지라는 말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데 그게 그리 간단한 게 아닙니다. 임원들은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은 전문가들입니다. 동시에 그게 바로 그들의 최대 약점인데 그걸 모릅니다. 자기 전문분야 외에는 문외한인데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기 분야의 전문가인 것만 주장합니다. 다른 부서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다른 부서에 대해선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갈등을 일으킵니다. 조직 성과를 헤치는 주범이지요. 반면에 다른 부서의 입장을 잘 헤아리는 사람들은 갈등을 넘어선 더 좋은 방법을 찾아냅니다. 서로 다른 생각들을 모으고 조정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나가는 것, 이게 바로 경영의 핵심입니다. 그러므로 역지사지할 줄 안다는 건, 갈등조정을 넘어서서 창조적 경영능력이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S기업 부사장에 따르면, 역지사지할 줄 아는 게 임원의 가장 큰 능력이라고 한다.
당신의 주장이 오른쪽이라면, 왼쪽은 무엇일까요?코칭을 하다 보면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이럴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하면 불편해 한다. ‘내가 틀렸다는 겁니까?’ 이렇듯 사람들은 역지사지라는 말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 묘하게도 역지사지라는 말의 밑바탕에는 ‘당신이 틀렸다. 그래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뉘앙스가 깔려있기 때문이다.역지사지를 해야 지혜가 생기는데 사람들은 역지사지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내가 고안해 낸 방법이 있다. 이른바 ‘오른쪽 질문과 왼쪽 질문’이다. 이렇게 묻는다. ‘지금 당신의 주장이 오른쪽이라면, 왼쪽은 무엇일까요?’ ‘지금 생각이 왼쪽이라면, 오른쪽 생각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은 당신이 틀렸다는 것을 밑바탕에 깔고 있지 않다. 가치중립적이다. 이 질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관점을 전환하고 자기 고집의 덫에서 빠져나온다.어느 일방의 주장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또 다른 고집이다. 이런 개념을 잘 이해해야만 자기 고집의 덫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언제든지 틀렸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 이게 바로 양쪽을 모두 볼 줄 아는 양면성의 지혜다.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