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4차 산업혁명 시대 보험의 미래는 인슈어테크] 인공지능·블록체인·사물인터넷 바람 타고 진화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보험에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접목 … 위험 분석 넘어 위험 자체 줄이는 역할도

▎보험업계는 6월 2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4차 산업혁명과 인슈어테크 활용’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 사진:생명보험협회
온라인 전업 보험사인 미국 클로버 보험(Clover Health)은 ‘인슈어테크(insurance+technology)’에서 선두 주자로 꼽히고 있다. 인슈어테크는 보험을 온라인·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더 쉽고 알뜰하게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클로버 보험은 이미 웨어러블(wearable) 장치를 통해 건강보험과 집보험, 애완동물 보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보험계약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한다. 특히 단순한 위험 분석을 넘어 보험의 본질인 위험 자체를 줄이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박소정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사물인터넷으로 단순히 빅데이터를 수집해 가격 결정에만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슈어테크로 손실에 대한 보상에서 위험까지 관리해주는 방향으로 보험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보험금 지급 사정


사물인터넷·빅데이터·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의 발달로 세계 보험 업계에서 ‘인슈어테크’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인슈어테크 관련 세계 스타트업의 투자는 2011년 750만 달러에서 지난해 5억 달러로 급증했다. 60%에 가까운 투자가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고, 독일·영국·중국·일본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인슈어테크는 먼 미래의 이야기거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인슈어테크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판매 채널(판매망)이다. 온라인을 통한 판매 증가와 성공 사례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가격비교 사이트의 정착이다. 이에 따라 기존 보험사가 온라인 채널을 추가하거나, 온라인 전용사를 설립하고 있다. 클로버 보험과 같은 온라인 전용 보험사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다른 분야의 핀테크회사가 보험 상품을 금융상품과 함께 교차 판매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덕분에 고객과 거리를 좁히고, 비용을 낮춰 새로운 형태의 보험 상품과 보험사의 등장하고 있다.

한국과 보험 환경이 가장 유사한 일본에서도 인슈어테크를 향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 침체로 인해 일본에서는 2006년을 전후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누락 사태가 일어났다. 여기에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지급 실수 문제까지 겹쳤다. 결국 일본 금융청은 보험사에 업무 개선 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새로운 지급 시스템과 다중체크 시스템을 도입하고, 인력을 대거 투입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 후코쿠(富國)생명은 업무 프로세스 개선에 중점을 두고 인공지능(AI) 시스템인 IBM의 ‘왓슨 익스플로러’를 도입했다. 보험금 청구 직원을 대신해 병원 기록과 복용 의약품 등 관련 정보를 분석하며 실수 없이 보험금 지급 사정 업무를 해냈다. 하타 타카시 후코쿠생명 부장은 “앞으로 보험 전반에서 인공지능을 전제한 상품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다만 사람만이 진행할 수 있는 일정 영역과 인공지능을 정확히 조합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은 인슈어테크의 화룡점정?


하지만 국내는 어떨까. 아직은 보험이 국내 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인슈어테크는 걸음마 단계라는 게 중론이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슈어테크와 관련해 보험 업계의 노력에도 아직까지 새로운 사업 모형을 세우고 확장하는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금융 당국과 업계가 유연성과 다양성을 현재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생명보험협회와 보험연구원은 지난 6월 28일 ‘4차 산업혁명과 인슈어테크 활용’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며 머리를 맞댔다.

화제를 모은 것은 블록체인(Block chain)이다.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특정 기업의 중앙 서버가 아닌 개인간 거래(P2P) 네트워크 형태로 분산시켜 계약 당사자 모두가 공동으로 거래 내역을 기록·관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최근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는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이 대표적인 블록체인 기술이다. 가상 장부에 거래 내역이 실시간으로 기록되는데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가 똑같은 거래 장부를 공유한다.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하기 때문에 보안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인슈어테크에서도 큰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기존의 보험 계약은 서류 작업과 회계 등 거래 데이터를 중앙 집중형 서버에 보관했었다. 그런데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기존 방식과 달리 계약자가 모든 내용을 공유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교보생명이 소액 보험금 자동 지급 시스템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일부 활용하고 있다.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블록체인 시스템이 병원비 수납 내용과 보험계약 정보를 활용해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세계 보험 업계도 지난해 10월 B3i(Blockchain Insurance Industry Initiative) 컨소시엄을 만들어 블록체인 기술을 보험에 활용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세미나에 참석한 재보험사 RGA그룹의 조르지오 모시스 혁신 담당은 “컨소시엄 참가자의 첫 번째 프로젝트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며 “올해까지 보험 산업에서 이행 가능성을 점검하고, 내년부터 실제 보험 계약에서도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인슈어테크가 가장 진화한 분야로 자동차 보험이 꼽히고 있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는데 외국 보험 업계도 그 성장 속도에 놀라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판매 채널은 보험 가입자와 대면 여부에 따라 대면 채널과 비대면 채널로 나눠진다. 설계사와 대리점을 통한 보험 가입은 대면 채널(오프라인), 전화 상담원을 통해 가입하는 텔레마케팅(TM)과 인터넷·모바일로 가입하는 온라인(CM)은 비대면 채널로 각각 불린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같은 회사에서 대면 채널의 보험료를 100이라 할 때 평균적으로 TM은 90, CM 84 수준이다. 현재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국내 11개사 모두 텔레마케팅과 온라인 채널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개인용 자동차 상품에 가입한 1524만대 중 266만대가 온라인(CM)을 통해 계약해 가입률은 17.5%를 차지했다. 2012년 온라인 가입률은 5.7%에 불과했으나 4년 만에 세 배 이상 커졌다. 대면 가입률은 2012년 61.9%에서 지난해 53.9%로 감소했다. 텔레마케팅(TM) 가입률 역시 2013년까지 꾸준히 늘었으나, 2014년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 이후 금융사의 개인정보 수집·보관·활용에 대해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텔레마케팅 영업이 하락세로 변한 상황이다. 공진규 보험개발원 자동차보험통계팀장은 “인슈어테크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www.e-insmarket.or.kr) 효과로 지난해 온라인 가입률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의 위상에도 2010년대를 넘어서도 국내 자동차 보험사(손해보험사)는 기존 채널과의 갈등을 이유로 온라인 채널 도입에 소극적 입장이었다. 그런데 회사별 보험료가 손쉽게 비교할 수 있는 보험다모아 사이트가 2015년 말 문을 열며 온라인 판매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1년여 만에 11개사 모두 보험다모아에서 자동차보험료를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인증 수단 다양화 등 규제 완화도 인슈어테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인터넷에서 보험계약을 하는데 전자서명(공인인증서) 외에 안전성과 신뢰성이 확보된 다양한 인증 수단도 가능하도록 보험업법 시행령을 바꿨다. 이에 따라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도 인증 수단에 포함됐다.

낮은 보험료 덕분에 보장 더 늘려

인슈어테크의 발전은 소비자의 자발적 요구에 따라 힘을 얻었다. 최근 금융산업 환경이 인터넷·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자 소비자도 온라인을 통해 보험에 접근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온라인(CM)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42.8세로 다른 채널보다 낮은 것이 특징이다. 오프라인과 텔레마케팅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각각 48.9세, 48.5세다. 연령대별로 봤을 때 30대가 온라인 가입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특징으론 수입차(외산차) 보유자의 온라인 가입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오프라인과 텔레마케팅 가입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8.1%, 6.0%다. 그런데 온라인 내 수입차 비중은 12.6%로 텔레마케팅의 두 배 수준이다. 공진규 팀장은 “수입차는 차량 가격 등으로 보험료가 비싼 특징이 있어 온라인 가입을 통해 보험료 부담을 낮추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입차 선호 계층이 젊은 것도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기본 보험료가 저렴해진 대신 추가 보장을 늘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온라인 가입자의 대물 배상 가입 금액은 3억9000만 원으로 다른 채널보다 1억원가량 더 보장을 원했다. 또 자기차량 손해담보 가입률도 81.3%로 높았다. 온라인 가입자는 배터리 충전, 긴급 견인, 타이어 교체 등 긴급출동서비스특약에 96.8%가 들었다. 형사 합의금, 방어 비용, 벌금 등 형사 책임 관련 법률 비용을 담보해주는 법률비용지원특약도 마찬가지로 더 많이 가입했다. 온라인 가입자는 보험 보장의 필요성을 느껴 스스로 상품에 대해 정보를 파악하고 계약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추가보장특약 가입률이 다른 채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대규 보험개발원장은 “인슈어테크의 대표 사례인 ‘보험다모아’를 보다 개선하겠다”며 “온라인 가입자가 보다 높은 보장을 원하기 때문에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신규 시장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393호 (2017.07.2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