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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루프 개발 중인 비밥 그레스타 HTT 공동창업자 겸 회장] “기술은 이미 완성 실전 도입만 남아”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미래형 교통 시스템 초고속 튜브 운행 열차...기존 철도 대비 건설·유지비 저렴

▎비밥 그레스타 HTT 공동창업자 겸 회장. / 사진:김현동
“기존 철도는 초기 건설과 운영 비용이 많이 든다. 경제성과 에너지 효율을 따졌을 때 철도를 오래 유지하는 건 미친 짓이다.” 미래형 교통 시스템인 ‘하이퍼루프’를 개발 중인 미국 HTT 공동창업자 겸 회장 비밥 그레스타는 7월 4일 서울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다소 급진적으로 보일 수 있는 말이다. 그만큼 그가 생각하는 대안에 대한 확신이 묻어난다.

하이퍼루프(Hyperloop)는 진공 상태의 튜브 속에 자기부상 캡슐이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하는 차세대 초고속 튜브 운행 열차다. 전기모터로 캡슐형 차량을 가속시킨 후 공기 저항이 없는 튜브에서 음속에 가까운 속도를 낸다. KTX로 2시간 넘게 걸리는 서울-부산 구간을 20분 내 주파할 수 있다. 100년 전 공상과학소설에도 이런 개념이 나왔지만 실제 상용화는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제안하면서 유명해졌다.

‘속도’가 아닌 ‘효율성’이 핵심


▎하이퍼루프 콘셉트 이미지. / 사진:HTT
HTT는 하이퍼루프 핵심 기술과 시스템 라이선스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2013년 11월 하이퍼루프 개발을 위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보잉의 전문 기술진이 모여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설립됐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를 비롯해 유럽과 중동 등지에 법인을 두고 있다. 세계 20여 개국에서 시스템 판매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슬로바키아, 아부다비, 체코, 프랑스, 인도네시아, 한국 등 총 7개국에서 업무 협약과 전략적 제휴를 했다. 아부다비의 경우 타당성 검토를 마치고 국왕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이퍼루프의 핵심은 튜브 안을 진공상태로 유지하는 것과 전자기 모터를 이용해 차량을 부양시키고 추진력을 얻는 기술이다. HTT의 경우 ‘인덕 트랙’ 방식 기술을 개발했다. 자극을 띤 물체를 일정하게 배열하는 기술로, 차량에 적은 추진력을 가하는 것만으로 부상력과 추진력을 얻을 수 있어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승하차시 문이 열리고 닫힌 뒤 공기를 다시 튜브에서 빠르게 빼내는 기술도 확보했다. 그레스타 회장은 “승객과 화물을 나를 수 있는 첫 단계는 이미 기술적으로는 완성됐고 테스트도 마쳤다”며 “실제 규모의 프로토타입을 운행하는 실전 단계만 남았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하이퍼루프가 달리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스타 회장은 하이퍼루프의 경제성을 특히 강조했다. “기존 철도는 대규모 토목공사 등 인프라를 까는 데 대부분의 돈이 들어갑니다.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지고 전 세계 정부는 이를 메우기 위해 철도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하이퍼루프는 구축비용이 적게 듭니다. 많은 동력이 필요치 않고 기존 화석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유지비용도 적고요. 그만큼 투자 비용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다는 얘기죠. 기존 철도와 달리 자녀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그는 “차량 운행에서 재생산한 에너지를 판매하고, 튜브 스크린을 통해 광고 수익을 내면 승객 이용료를 줄이면서도 수익성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나라마다 교통환경이 다르다는 점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미국 등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장거리 이동보다는 도심 내 교통문제가 심각한 편이다. 도심의 교통 수요가 집중된 점은 장거리 교통수단의 사업성이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그레스타 회장은 “HTT 하이퍼루프의 핵심은 단지 ‘빠른 속도’에만 있는 게 아니라 어떤 구간에서도 비용 효율적이라는 점”이라며 “친환경 에너지만을 이용해 효율적인 운행으로 에너지 순이익을 이루어 낸다면 한국 경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특징은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높은 부동산 가격을 못이기고 서울 외곽으로 밀려 나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만약 훨씬 더 먼 곳에서도 서울 시내까지 10분 이내로 도착할 수 있게 된다면 많은 경제·사회적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1200㎞로 달리는 캡슐이 안전할까. 그레스타 회장은 “비행기보다 10배 안전하고, 고장률은 10분의 1밖에 안 된다”며 “안전면에서 하이퍼루프가 오히려 유리하다”고 밝혔다.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운행하기 때문에 설비가 마모될 우려가 적고, 진공 튜브 안을 운행하는 만큼 비행기처럼 날씨의 영향이나 ‘버드 스타라이크’의 가능성이 작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하이퍼루프는 전력 공급이 중단돼도 공중부양 상태로 속도만 낮춘다. 비상시에 6.4초 안에 운행을 멈추고 15초 안에 문제 구간을 격리하는 기술 시스템 등 안전에 관련된 여러 기술도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서울 접근성 개선되면 경제·사회문제 해소”

그가 우려하는 것은 오히려 각국의 규제 장벽이다. 전에 없던 교통 시스템인 만큼 어떤 방식으로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레스타 회장은 “세계 각국에서 규제 이슈에 부딪친 우버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며 “사업 초기부터 규제분석 전문기관과 연계해 조언을 받고 있고, 글로벌 보험사와의 협력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지역에서건 HTT는 기술 라이선싱에 집중하고 나머지 부분은 그 분야의 역량 있는 지역 업체와 정부 기관들과 협력해 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며 “하이퍼루프 기술 또한 여러 기술 회사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HTT는 독특한 사업구조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의 일반적인 창업은 초기 자본과 투자를 바탕으로 몇몇 주주가 회사를 소유하고 인력을 고용해 사업을 이어가는 형태다. 하지만 HTT는 인력을 고용하지 않고 자발적 참가자를 모집했다. 그들에게 월급을 주지 않는 대신 일하고 회사에 기여한 만큼 스톡옵션을 나눠주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운영 방식을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실제 현재 HTT에 고용된 팀원은 30여명에 불과하다. 대신 800여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회사에 각기 다른 형태로 기여하고 대가를 받는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장의 현금 지출 없이 고급 인력을 사용하는 셈이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사례 분석에서는 HTT가 어떻게 초기 비용 지출 없이 여러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됐는지 소개했다.

그레스타 회장은 “사실 내 아이디어는 아니었다. 파트너의 생각이었는데, 처음에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런데 얼마 후 이 시스템을 통해 우리 프로젝트와 관련된 진단과 해법 등이 담긴 연구 자료를 받았는데, 이걸 우리 회사 안에서만 하려 했다면 얼마의 시간과 돈을 들였을지 계산해보니 훨씬 이득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미래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머리를 모아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 내는 유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394호 (20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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