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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역사상 네 번째 대세 상승장 오나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코스피지수 8개월 간 22% 올라 … 삼성전자 등 IT주에 향방 좌우될 듯

1975년 종합주가지수가 만들어진 이후 6번의 큰 상승이 있었다. 세 번은 대세 상승으로 발전한 반면, 나머지는 전 고점을 회복하는 데 그쳤다. 상승이 시작되면 과거에는 3년 가까이, 최근에도 1년 6개월 정도는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상승은 저점에서 고점까지 한번에 올라가는 게 아니라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2~3 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그래서 각 단계의 주가 움직임을 통해 다음 상승을 예측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대세 상승은 1975년 6월에 시작됐다. 상승은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됐다. 1차 상승은 75에서 102까지, 2차 상승은 95에서 153까지 이어졌다. 1차 상승의 상승폭은 30%로 상승 기간이 1년 가까이 유지됐던 것에 비해서는 오름폭이 크지 않았다. 이런 흐름은 전체 상승폭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3년 6개월 동안 106% 오르는 데 그쳤다. 1975년 상승은 우리 경제의 중심이 경공업에서 중동 특수에 따른 건설업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나타나 상승률이 크지 않았다.

1985년 두 번째 대세 상승의 1차 상승은 9개월이란 짧은 시간에도 상승률이 94.3%에 달했다. 주가순이익비율(PER)이 3~4배로 낮았던 데다 3저 호황이 겹친 결과였다. 시장에 에너지가 넘쳤던 만큼 전체 상승은 4년 간 4.5배에 달할 정도로 강했다. 세 번째 대세 상승은 2003년에 있었는데 1차 상승이 11개월 간 이어졌고, 상승률은 65%를 기록했다. 전체 상승은 2003년 3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4년 6개월에 걸쳐 288.1%가 올랐다.

이를 통해 볼 때 주가가 대세 상승을 시작하면 10개월가량 지나야 첫 번째 조정이 시작되고, 그 이전에는 60% 넘는 상승을 기록했다는 걸 알 수 있다. 1975년은 예외였는데 너무 오래전 일이고, 시장 규모나 상장기업의 질적인 면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아 동일 선상에 놓고 분석하기 힘들다.

대세 상승으로 발전하지 못했던 나머지 세 번도 전체 상승이 대세 상승에 비해 적을 뿐, 1차 상승은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9개월 동안 평균 81%가 오를 정도여서 대세 상승보다 오히려 컸다. 이는 상승이 시작되기 전에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인데, 첫 번째 상승이 직전 하락을 메우는 형태로 진행되므로 상승률이 클 수밖에 없었다.

대세 상승 후 10개월가량 지나면 조정 받아

주가 상승이 시작되고 8개월이 지났다. 별다른 하락이 없었던 만큼, 지금도 1차 상승이 진행 중이라고 보는 게 맞다. 상승률은 22%를 기록하고 있다. 앞의 세 번의 대세 상승은 물론, 대세 상승으로 발전하지 못한 경우보다 훨씬 적다. 주가가 얼마나 더 오른 후 1차 상승을 마무리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진행 상황을 보면 시장 에너지가 과거보다 못한 것 같다.

주가가 강하게 오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둘이다. 우선 과거에는 상승 직전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이번에는 6년 넘게 게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바닥이 낮아 첫 번째 상승이 크게 이루어질 여지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바닥이 높아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두 번째는 경제 구조의 차이다. 과거에는 경기의 진폭이 커 불황기에서 회복기로 넘어올 때 성장률이 급등한 반면, 지금은 침체와 회복 사이에 성장률 격차가 1% 포인트도 되지 않아 변화를 느끼기 힘들다. 성장률 변화가 크지 않은 만큼 주가 상승이 적을 수밖에 없다. 2000년 이후 1차 상승폭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종합주가지수가 2400을 넘었다. 6월 이후 속도가 약해지기는 했지만 상승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시장의 구조상 주가 급등하긴 힘들지만, 점진적 상승은 계속될 걸로 전망된다.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낮은 주가 상승률 문제는 쉽게 바뀌지 않을 텐데, 경제와 주식시장이 선진국형으로 바뀌면서 주가가 짧고 강하게 움직이기보다 조금씩 오래 오르는 형태로 바뀐 때문으로 이해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도주가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선 자본금이든 시가총액이든 회사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 돼야 한다. 그래야 이들이 오르면서 시장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재료도 필요하다. 그게 현재 이익일 수도 있고 미래 성장성일 수도 있는데, 이런 요인 없이 수급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건 한계가 있다. 기업 가치와 관련된 부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주가가 더 크게 움직인다. 마지막은 가격이다. 상승이 시작될 때 주가가 적정 수준 이상이어서는 안 된다. 적정 수준이란 실적 대비 합리적 수준을 의미하지만, 절대 가격이 너무 높아도 안 된다. 절대 주가가 너무 높으면 시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주도주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업종이 IT다. 뚜렷한 선두주자가 있다. 2분기에 삼성전자가 14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세계에서 수익성이 가장 좋은 회사가 됐다. 그 조건 하나만으로도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는데, 거기에 삼성전자의 위상 강화가 더해졌다. 시가총액이 330조로 전체 시장의 20%를 넘으면서, 삼성전자의 이익 증가가 IT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당분간 IT의 영향력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업종을 찾긴 힘들 전망이다. 주도주로 자리잡고 상승이 계속되려면 현재 실적은 물론, 미래 이익 전망도 양호해야 한다. 지금 어떤 업종도 수익성 면에서 삼성전자가 속해있는 IT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IT 주식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동안 IT지수는 미국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2000년 이후 미국은 다섯 차례의 경기 확장 국면을 겪는 동안 IT는 4번이나 상승 업종 중 수익률 1~2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둘이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IT에서 새로운 제품이 가장 많이 나오면서 경제 전체의 수요 창출에 크게 기여한 만큼 전체 경제와 연관성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부터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 작년 10월 이후 우리 주식시장에서 전기전자 업종의 상승률이 55.5%를 기록해 전체 업종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해외 시장에서도 IT는 금융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모두 경제가 확장되고 있는 덕분이다. 앞으로 국내외 IT 주가는 미국 경제 확장 여부와 함께 선진국 통화정책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미 경제, 선진국 통화정책에 IT 희비 갈릴 전망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가 약화되면서 미국 경제의 확장 국면이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추진 속도가 기대보다 부진한 점도 미국 경제 전반을 의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다행히 3분기가 IT의 계절적 성수기여서 경기 둔화로 인한 충격의 상당 부분이 흡수될 걸로 전망된다. 문제는 연말인데, 자산 재투자 축소가 시작되고 미국 경제의 둔화가 가시화될 경우 국내외 IT주식 모두가 약세로 기울 수도 있다. IT가 주도주라는 걸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주도주 교체는 전체 시장이 1차 조정에 들어간 이후에나 이루어질 텐데 증권·자동차 등 새로운 업종이 힘을 얻지 않을까 생각된다.

1394호 (20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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