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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비서 시대 소비자의 선택은] 카카오·네이버, 연계 서비스 ... 이통사, 생활밀착형 서비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스피커·셋톱박스·스마트폰에 탑재해 접근성 높여 … 카카오 아이로 삼성 가전제품 제어

카카오는 자사 인공지능(AI) 스피커인 ‘카카오미니’의 정식 출시를 앞두고 9월 18일 사전 판매 시작했다. 사전 예약 구매자는 정상가인 11만9000원의 절반 수준인 5만9000원에 구입할 수 있는 데다 다양한 추가 혜택이 주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판매 시작과 동시에 사이트가 마비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결국 예판 개시 40분 만에 준비한 물량 3000대가 모두 동나며 카카오미니의 인기를 입증했다. 카카오미니 열풍에 대해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예약 판매 조건이 좋았고, 소비자가 카카오에 거는 기대가 컸다고 생각한다”며 “AI 스피커는 기술뿐 아니라 연계되는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미니는 카카오의 AI 플랫폼 ‘카카오 아이(I)’가 탑재된 스마트 스피커다. 카카오 계정에 기반해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멜론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동되는 점이 강점이다. 카카오는 카카오 아이 플랫폼을 아파트와 차량·가전 등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앞서 현대기아차·포스코건설·GS건설과 업무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롯데정보통신과도 제휴를 맺고 모바일 키오스크, 음성 주문, AI 플랫폼 서비스 등 신사업 발굴에 협력할 계획이다.

카카오미니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제품은 네이버가 출시한 AI 스피커 ‘웨이브’다. 웨이브에는 네이버의 AI 비서 ‘클로바’가 탑재됐다. 이 제품 역시 앞서 8월 진행한 예약 판매에서 30분 만에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카카오미니가 국내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다양한 서비스를 내세운다면 네이버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높은 음성 인식률과 높은 출력의 스피커가 장점이다. 두 제품은 모두 음성명령을 기반으로 하는 대화형 AI 비서로, 검색과 뉴스 제공, 음악 감상 등 기본 기능을 갖추고 있다. 4개의 마이크가 달린 블루투스 스피커를 적용해 다각도에서 음성 인식이 가능한 것도 공통점이다.

AI 스피커에서 가장 사용률이 높은 음악 서비스의 경우 웨이브는 네이버 뮤직을, 카카오는 멜론과 연동해 서비스한다. 기존에 어떤 서비스를 주로 이용했는지에 따라 소비자의 선호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스피커 출력과 무게에도 차이가 있다. 웨이브의 출력은 20W로, 카카오미니(7W)보다 크다. 다만 카카오미니는 AUX 단자와 블루투스를 이용해 다른 고사양 스피커와 연결할 수 있어 한계를 극복했다.

LG유플러스, 소프트뱅크 페퍼 도입

이통사 업계는 한발 더 빠르게 AI 비서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AI 스피커 ‘누구’를 선보였다. 누구는 IPTV와 연동해 SK텔레콤의 다양한 인프라와 연계할 수 있다. 스마트홈 제어와 검색, 길 안내 기능도 갖췄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연구소인 ‘누구나 주식회사’를 설립해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그 결과 주문·배달 기능 등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30여 가지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추가로 적용해 기능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KT는 스피커가 아닌 셋톱박스에 음성인식에 기반한 AI 시스템 ‘기가지니’를 탑재했다. 청각을 넘어 시청각 기반의 AI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이 기기는 TV 채널을 설정하는 것을 비롯해 음악·교통정보·날씨 등 15가지 실생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지니를 TV와 연계하면 원하는 서비스를 화면으로 구현할 수 있다. 예컨대 네이버나 유튜브 검색을 할 때 TV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다. 이혜림 KT 융합기술원 서비스연구소 팀장은 ”초기 제품이 가정에 초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공간에 제약 없이 휴대할 수 있는 기가지니 출시도 고려 중”이라며 “앞으로 자동차나 회의, 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통사 가운데 마지막으로 AI 시장에 뛰어들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을 로봇 ‘페퍼’에 최초로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퍼는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계열사인 소프트뱅크로보틱스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소셜 로봇으로, 감정인식이 가능하다. 유플러스는 10월부터 자사 플래그십 매장을 비롯해 금융·서점·의료·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고객 응대에 페퍼를 도입해 본격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유플러스 측은 “1년 간 시범 운영을 거친 뒤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소프트뱅크로보틱스와 협의, 지속적인 서비스 보완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빅스비’ 한국어 사용자 130만 명 넘어

삼성전자는 갤럭시 S8·S8+, 갤럭시 노트8에 AI 비서 ‘빅스비 보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갤러리·날씨·계산기·카메라 등 30여개 애플리케이션과 기능을 지원한다. 사용자가 음성으로 ‘빅스비’를 불러 원하는 작업을 지시하거나 스마트폰에 탑재된 전용 버튼을 누르면 이용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사용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은 3000여개에 달한다. 지난 5월 국내에서 시작한 한국어 서비스는 4개월 만에 130만 명 이상이 이용 중이며 누적 건수 2억5000만 건 이상의 음성 명령을 수행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9월 카카오와 손을 잡고 AI 협업에 나섰다. 이에 따라 빅스비의 활용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두 회사는 당시 빅스비와 카카오 아이를 연동해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협업을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첫 시도로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제품에 카카오 아이를 연동한다. 카카오톡이나 카카오미니를 통해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삼성전자 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 예컨대 카카오톡으로 냉장고 안 식재료를 확인해 부족한 재료를 주문하거나 음식 레시피를 추천받을 수 있다. 구성기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패밀리허브 냉장고 등 차별화된 스마트가전 기술 리더십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모바일라이프 플랫폼인 카카오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IoT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1405호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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