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급증에도 전체 담배시장 점유율 5% 불과...1갑당 세금은 1746원→2986원으로 늘어날 수도
▎KT&G가 11월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 ‘릴’. / 사진 : KT&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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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하는 지방세가 인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2월 5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한 갑(20개비) 기준 현행 528원의 담배소비세가 897원으로 오른다. 지방교육세는 현행 232원에서 395원으로 인상된다. 이는 일반 궐련담배 세율의 89% 수준에 달한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그동안 일반 담배 세율의 52%가 적용돼왔다. 지난 5월 국내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자기기를 통해 연초 고형물을 고열로 가열해 니코틴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다.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와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의 ‘글로’, KT&G의 ‘릴’이 대표적이다. 전기로 작동되지만 일반 담배처럼 종이로 연초를 말아서 만든 궐련을 쓴다는 점에서 기존 전자담배와 다르다. 실제 일반 담배와 큰 차이가 없지만 세금은 절반가량에 불과해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특히 올해 담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급증했다. 기획재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일반 담배 판매량은 29억1300만여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억4600만갑가량 감소했다. 이와 달리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빠르게 늘었다. 필립모리스코리아와 BAT코리아가 직접 판매량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세수 산정의 기준이 되는 담배 반출량이 확연한 증가세를 보였다. 4월 궐련형 전자담배 반출량은 10만갑에 그친 반면 10월 2070만갑으로 200배 이상으로 늘었다. 1∼10월 반출량 합계는 7190만갑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담배를 피우던 흡연자의 상당수가 가격 부담이 덜한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탄 것으로 파악된다”며 “세금 인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이 오를 경우 일반 담배에 대한 가격 경쟁력이 지금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반출량 6개월 만에 200배 이상으로국회는 앞서 11월 본회의를 열어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현행 126원에서 529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개별소비세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더불어 국회는 현재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나머지 세금을 일반 담배 수준으로 인상하는 법안도 심의 중이다. 업계에서는 관련 세율이 모두 오를 경우 궐련형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은 1갑당 2986원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은 1갑당 약 1740원이다. 나머지 세금마저 줄줄이 오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격 인상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아이코스와 글로·릴 등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에 꽂는 전용스틱의 가격은 모두 4300원으로 동일하다. 기존 가격에 세금 인상분을 반영하면 가격은 5000원대를 훌쩍 넘길 수 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이 경우 일반 담배의 평균 가격인 4500원대보다 비싸질 수 있다. 앞서 2015년 담뱃세가 올랐을 때 인상분을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한 점을 미뤄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관측이다.업계는 가격 인상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세금을 고려해 가격을 올릴 경우 소비자 반발이 불가피한 탓이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내부 논의 중이나 확정된 것은 없다”며 “본사와 협의를 통해 결정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BAT 역시 “세금 인상분을 반영할지 여부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무리한 가격 인상은 자칫 소비자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전체 담배 시장의 5%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시장 규모가 워낙 작아 가격을 높이는 것보다 궐련형 전자담배 이용자 수를 늘리는 게 시급한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일반 담배에서 나오는 마진으로 전자담배 세금 인상분을 감내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이제 막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한 KT&G는 가격 인상을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11월 27일 나온 릴은 출시 보름여 만에 2만5000여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변수를 고려해야겠지만 현재까지는 인상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출시에 앞서 정부의 세금 인상 가능성이 논의됐지만 타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출고가를 정했다”고 덧붙였다. 6개월 전에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다. KT&G는 당분간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아직 서울에서만 파는 릴을 지방에서도 본격적으로 팔면 대체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12월 이후부터는 릴의 점유율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가격 인상폭 크지 않을 것”세 업체 모두 당장의 가격 인상을 부인했지만 세금이 늘어난 이상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이 많지 않은 덕분에 일반 담배에 비해 이익율이 높았던 게 사실”이라며 “담뱃세가 올라가면 원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업체의 경우 세금이 올랐다고 전용스틱 가격을 올리면 국내 소비자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아이코스 히츠 1갑의 가격은 460엔(4715원)으로 일반 담배(440엔)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큰 차이는 없다. 세금이 일반 담배의 80~90%인 포르투갈과 그리스의 경우에도 일반 담배와 가격 차이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이 현실화돼도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