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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4대 관전 포인트(3) 가계부채] 가계부채 시한폭탄 아직은 안전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
주택가격 하락-금리 상승 충격 받아낼 완충장치 갖춰 …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우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0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 가계부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예고된 위기는 오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2016년 11월 발표한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를 보면 국내외 금융 전문가의 30%는 한국 금융 시스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가계 부채를 꼽았다. 앞서 국제결제은행(BIS)은 2016년 9월 한국의 민간신용을 ‘주의’ 단계로 평가했다. 그러나 가계부채 위험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금융 전문가들은 다시 가계부채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국내외 금융 전문가 중 87%가 가계부채를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주요 리스크 요인 5가지 중 하나로 들었다. 응답자의 35%가 가계부채 문제를 1순위로 꼽았다고 한국은행은 2017년 11월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를 통해 밝혔다.

예고된 위기는 오지 않는다?


가계부채의 ‘뇌관’은 2018년에도 터지지 않을 전망이다. 가계부채의 뇌관을 터뜨릴 ‘도화선’은 집값 하락과 금리 상승인데, 두 요인에 동시에 큰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 또 한국 경제는 주택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의 충격을 받아낼 완충장치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가계부채 충격 완화 시스템에 2017년 10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추가했다.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핵심은 금융회사가 개별 가구에 상환능력 이내의 금액을 대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2017년 8월부터 실수요 거주가 아닌 투자목적의 두 번째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가계부채는 금융의 문제이자 주택 시장과의 문제이며 거시경제의 문제인 복합적인 사안이다. 그래서 가계부채의 위험을 분석하려면 기본 사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가계부채가 왜 문제인지 생각해보자. 가계부채도 시스템 리스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시스템 리스크는 개별 금융회사가 부실해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금융시스템 전체가 부실해지는 위험을 뜻한다. 가계부채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가 현실이 되면 채권이 부실해진 금융회사들은 재무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대출을 줄인다. 그렇게 되면 신용경색이 빚어지고 돈줄이 말라 기업 경영이 어려워진다. 가구는 씀씀이를 줄인다.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

한국의 가계부채가 우려되는 것은 빠른 증가세 때문이다. 국내 가계부채는 2014년 1분기 말 1024조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한 이후 2016년 3분기 말에는 1300조 원에 가까운 1295조8000억원으로 불어났다. 2017년 2분기 말 1388조 원으로 집계됐고, 3분기 말에는 1400조원을 넘어섰다.

집값도 가계부채의 건전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가계부채는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으로 나뉘는데, 가계대출이 약 95%를 차지하고 판매신용의 비중은 5% 정도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신용대출 등)로 구분되고 주택담보대출은 가계대출의 54% 정도를 차지한다.

이제 가계부채의 시스템 리스크 시나리오를 살펴보고 가능성을 분석해보자. 금리가 오르면 빚을 갚지 못하는 가구가 증가할 위험이 커진다. 주택가격이 내리면 금융회사는 주택담보대출금액 중 한도를 초과하게 된 금액을 회수하려 한다. 이 초과대출금을 갚을 여윳돈이 없는 한계가구는 집을 팔아야 한다. 한계가구가 많아져 주택 매물이 대거 쏟아지면 집값이 더 하락한다. 집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가구가 속출한다. 집이 팔리지 않아 원리금을 연체하는 경우도 증가한다.

집값 20% 급락도 버틸 만큼 탄탄

그러나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점차 개선돼 금리 상승에 영향을 덜 받게 됐다. 우선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 비중이 2010년 이후 계속 높아졌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커질수록 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를 더 내는 부담이 줄어든다. 분할상환 대출은 비거치 분할상환 방식을 가리키며 이 비율이 높아지면 원금 상환 시기 도래에 따른 부담이 덜 간다. 정부는 2017년 말까지 고정금리 비중을 45%로, 분할상환 비중은 55%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아울러 만기도 길어졌다. 잔존만기 10년 초과 대출의 비중이 2010년 말 40.9%에서 2017년 1분기 말 52.3%로 높아졌다.

집값 하락 위험은 크지 않다. 혹자는 국내 주택 가격이 거품으로 크게 부풀었다고 주장하지만 국내 집값이 버블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왜냐하면 거품은 시간이 지나 정점에 도달한 후 제풀에 터지고 특히 경기가 꺾이면 붕괴할 수밖에 없는데, 국내 집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견뎌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작다. 또 주택 가격이 하락해도 우리나라는 담보여력 감소로 인한 상환 압박이 크지 않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과거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낮게 유지했고, 그래서 집값이 폭락하지 않는 이상 한도 초과 대출 금액이 발생하지 않는다.

채무상환능력이 탄탄하면 금리가 올라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채무상환능력의 기준은 소득과 자산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2017년 1분기 말 153%로 1년 새 9%포인트 상승해 채무상환능력 측면에서 악화됐다. 그러나 이 비율은 2016년 말과 비교하면 비슷했다(0.1%포인트 하락).

가계금융자산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2017년 1분기 말 45.8%로 추정돼 2010~16년 평균인 45.5%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 비율이 45%선이라는 것은 가계의 평균 금융자산이 부채의 2.2배 규모임을 뜻한다. 한국은행은 “금융자산으로 평가한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이 대체로 양호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집값 하락의 충격에 대한 분석은 2016년 11월에 발표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주택가격 변화가 가계부채와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집값이 전국적으로 20% 하락할 경우 최대 금융 손실액을 15조2000억~28조8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로 인한 국내 금융권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폭은 1.4~2%포인트로 산정했다. 그러나 하락한 후에도 자기자본비율은 12~12.9%로 1등급 기준인 1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와 한국은행이 분석한 이후 가계부채의 구조와 질은 더 개선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 시스템 리스크(system risk) : 결제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는 한 금융회사의 도산 또는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결제 불능이 연쇄적으로 다른 참가 기관의 결제 불능을 유발해 결제시스템 전체의 기능 마비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결제리스크의 유형(신용, 유동성 및 시스템 리스크)중에서 파급범위가 가장 넓고 위험도 높아 각국 중앙은행이 시스템 리스크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1415호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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