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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4대 관전 포인트(4) 기업 실적] 매출·이익 동시에 늘어날 듯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수익 구조의 근본적 개선 이뤄...삼성전자·현대차에 편중된 구조

2018년에도 증시의 대세 상승이 이어지려면 기업 실적 증가가 필수적이다. 2000년 이후 대세 상승의 동력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거시경제의 역할이 컸던 반면 지금은 기업 단위의 영향력이 세졌다. 2017년에 종합주가지수가 30% 가까이 상승할 수 있었던 것도 분기당 영업이익이 37조원에서 50조원으로 늘어나는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긍정적이다. 2016년 하반기 이후 상당수 기업의 이익이 30% 가까이 늘었는데, 이는 수익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수치다.

대다수 기업 2016년 하반기 이후 이익 30% 늘어


2000년 이후 기업 이익이 단절적으로 증가한 경우가 세 번 있었다. 2004년과 2011년, 그리고 2016년 하반기가 그 때다. 2004년은 분기 평균 영업이익이 10조원에서 15조8000억원으로 58% 늘었다. 2011년에는 20조원에서 35조원으로 증가했다. 2017년에는 분기별 영업이익이 5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똑같이 이익이 늘었지만 주가는 다르게 움직였다. 2004년은이익 증가에 힘입어 주가가 700에서 시작해 2000까지 올라간 반면, 2011년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2011년 이익 증가율이 75%로 2004년보다 월등히 높았는데도 말이다. 반면 2016년은 이익 증가를 기반으로 주가가 2500를 넘었다. 똑같은 이익 증가에 대해 시기마다 다른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04년에 이익이 늘어난 동력은 세 개다. 우선 생산된 부가가치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몫이 커졌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기업에서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면 가계:기업:금융회사가 각각 60%:20%:20%로 나눠 가졌다. 외환위기 직후 이 비율이 요동을 쳐 1998년에 기업의 비중이 최저로 떨어졌다. 이후 구조조정과 함께 기업의 비중이 빠르게 상승해 2002년에 가계의 비중을 넘어서더니 2004년에 60%까지 올라갔다. 가계와 금융회사는 각각 35%, 5%로 줄어들었고 이 비중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는 2002년 이후 구조조정을 통한 생산성 개선 효과의 상당 부분이 기업에 넘어간 결과다.

두 번째는 중국 특수다. 2003~2009년은 우리나라 대외거래가 미증유의 변화를 겪던 시기다. 2001년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자본재 수요 증가가 특히 컸는데, 상당수가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던 부문이었다. 중국 특수기간 거래소 상장기업의 연간 영업이익이 36조9000억원에서 100조 3000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2009년에는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신흥국 경제가 두드러지게 호전돼 중국 특수의 영향이 더 커졌다.

마지막으로 순환적인 경기 회복도 역할을 했다. 당시 성장률은 최고치가 5%에 달할 정도로 높아, 경기 회복이 기업 이익을 늘리는 역할을 했다. 다만 이 부분 중 상당 규모가 중국 특수와 겹쳐 정확하게 분리해 내기는 힘들다. 이익의 기간별 패턴도 좋았다. 2004년 1분기에 영업이익이 16조4000억원을 기록한 후 2010년 3분기에 27조2000억원으로까지 계속 높아졌다. 금융위기 때에 일시적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사태가 수습된 후에는 상승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 영향으로 종합주가지수는 816에서 2080까지 상승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2011년은 이익 발생 요인은 물론 패턴도 좋지 않았다. 2011년에 이익이 급증한 후 곧바로 정체 상태에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2011년에 이익이 크게 증가해 35조3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5년까지 늘어나지 못했다. 가끔은 30조원대 밑으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 그 영향으로 6년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익 증가 요인도 순환적 경기 회복 하나로 줄었다. 2011년은 금융위기 직후 내놓았던 저금리-고유동성 정책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던 때이지만 성장률이 3%대를 넘지 못하는 등 거시지표가 한계에 부딪친 시기이기도 하다. 특정 종목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컸는데 스마트폰 호황으로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 이익이 10조원을, 현대차는 1500원대 원·엔 환율과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로 연간 이익이 12조원을 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전체 영업이익이 늘어나긴 했지만 두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에 40%를 넘을 정도여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시가총액이 적은 기업이면 이익이 2~3배가 될 때 주가가 한꺼번에 3~4배 가까이 오를 수 있지만, 시가총액 1, 2위 기업은 힘들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증시에 가장 우호적 상황

2018년은 앞의 두 경우, 즉 2004년과 2011년에 이익이 늘어났던 특성 모두를 가지고 있다. 물론 세부적인 내용 모두가 같을 수는 없지만 형태가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 건 인정할 만하다. 2004년의 특징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건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종목까지 30% 가까운 이익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이익이 골고루 발생할 수 있는 건 구조적 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하다. 2016년 하반기부터 세계 교역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선진국의 수요 증가 때문인데 소비를 중심으로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 증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수년 간 경기 둔화로 낮아졌던 글로벌 재고가 원상태를 회복한 영향도 있다. 이 과정에서 제품 가격이 상승했는데 대표적인 게 반도체다. 제품 가격이 배 이상 오르면서 인상분만큼 이익이 발생했다.

구조조정 상시화에 따른 영향도 있다. 기업 이익이 2013년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3년 넘게 이익이 정체 내지 감소를 면치 못했는데, 이 기간에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2016년 말부터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은행·조선·철강·화학 등이 그에 해당하는데 해당 업종에서 규모가 가장 큰 회사의 이익이 증가해 전체 이익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10년~현재까지 매출액과 이익 간의 사이클을 통해서도 2018년에 안정적인 이익 증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2010년 4분기부터 2011년 4분기까지 다섯 분기 동안 이익 증가율은 낮은 반면 매출은 늘어나는 국면이 진행됐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95%에서 23.8%로 떨어지는 동안 매출액 증가율은 12.3%에서 48.3%로 늘어났다.

이익 증가율이 낮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20%를 유지할 정도로 상황이 좋았지만, 종합주가지수는 2011년 중반부터 박스권에 들어간 후 시간이 흐를수록 진폭이 줄어든다. 2014년 1분기부터 2015년 중반까지 1년 반은 이익과 매출이 동시에 줄어드는 국면이었다. 영업이익의 절대치가 줄어들고 매출 역시 증가율이 낮아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2015년부터 2016년 중반까지 매출이 정체하는 동안 이익이 늘어나는 상황이 진행됐다. 이익 증가율이 15%까지 올라갔지만 매출은 정체하거나 약간 줄어들었다. 2016년 중반부터 현재까지에 이익 증가율이 30%에 육박하고 매출도 10% 넘게 늘어났다. 주식시장에 가장 우호적이라는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늘어나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건데, 영업을 통한 이익 증가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 2018년 매출액 증가율 전망치가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전망대로라면 2018년에도 이익 증가가 어렵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 시스템 리스크(system risk) : 결제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는 한 금융회사의 도산 또는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결제 불능이 연쇄적으로 다른 참가 기관의 결제 불능을 유발해 결제시스템 전체의 기능 마비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결제리스크의 유형(신용, 유동성 및 시스템 리스크)중에서 파급범위가 가장 넓고 위험도 높아 각국 중앙은행이 시스템 리스크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1415호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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