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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디자인과 협업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조차 ‘어떻게 휠만 바꾼다고 전기 자전거가 되느냐’는 의문을 가진다. 전기 자전거의 중요 부품은 크게 배터리·모터·컨트롤러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 자전거와 전기 자전거를 구분하는 것도 몸체에 붙은 배터리를 보고 알 수 있다. 센티넬 휠은 중요 부품을 모두 휠 안에 장착했다. 페달을 밟으면 모터와 컨트롤러가 작동하면서 일반 자전거를 전기 자전거처럼 구동 시킨다. 센티넬 휠의 무게는 약 6kg, 가격은 80만원 정도다. 박 대표는 “일반 자전거 무게가 10~12kg 정도니까, 센티넬 휠을 장착해도 20kg 이하”라며 “6kg 이하로 무게를 줄인 제품을 곧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센티넬 휠은 한번 충전하면 최대 15km 속도로 50km까지 운행할 수 있다. 박 대표는 “다른 경쟁사가 우리를 따라오지 못하는 게 듀얼 모터”라고 강조했다. 전기 자전거에 장착되는 모터는 파워와 스피드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처음 출발할 때는 파워를 높이고, 주행을 시작하면 스피드를 올리는 역할을 한다. 하나의 모터만 있으면 출발할 때부터 멈출 때까지 계속 작동해야 한다. 힘도 좋고, 오래 버티는 모터를 장착해야 한다. 가격이 그만큼 비싸진다.박 대표는 이런 단점을 듀얼 모터로 해결했다. 두 개의 모터가 각각 파워와 스피드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처음 페달을 밟을 때는 파워를 담당하는 모터만 작동하고, 이후에는 스피드를 담당하는 모터만 구동한다. 어느 정도 속도가 올라가면 두 개의 모터는 작동을 멈춘다. 박 대표는 “듀얼 모터를 사용하면 내구성이 높아지고, 가격도 낮아진다”고 강조했다.센티넬 휠이 타사 제품에 비해 경쟁력을 가지는 또 다른 요인은 ‘호환성’이다. 박 대표가 “해외 자전거 전시회에 나가면 우리 제품의 호환성이 좋다고 칭찬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말하는 호환성은 ‘어떤 자전거에도 휠을 쉽게 탈부착할 수 있다’로 정리할 수 있다. 타사 제품은 24인치, 26인치, 30인치 등의 자전거 크기에 맞는 휠을 구매해야 한다. 예를 들면 24인치 휠을 구매하면 24인치 자전거에만 사용할 수 있다. 30인치 휠은 30인치 자전거에만 장착할 수 있는 식이다. 이와 달리 센티넬 휠은 간단한 부품 하나만 교체하면 어떤 크기의 자전거에도 장착할 수 있다. 박 대표는 “트라이 포크와 휠을 연결하는 부품만 갈아 끼우면 어떤 크기의 자전거에도 센티넬 휠을 장착할 수 있다”면서 “자전거를 교체해도 사용하고 있는 센티넬 휠을 이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사용자가 직접 부품도 교환할 수 있다는 점도 센티넬 휠의 특징이다. 나사만 풀면 트라이 포크의 케이스를 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모터·컨트롤러 등 주요 부품을 교체할 수 있게 된다. 박 대표는 “한국은 A/S가 잘 되어 있지만,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는 A/S를 받기 힘들다. 사용자가 직접 부품을 교체할 수 있게 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부품이 고장이 나면 센티넬 휠을 본사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 부품만 사서 교체하면 된다. 박 대표는 “센티넬 휠에는 블루투스 칩이 들어가 있어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서 다양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당분간 스마트폰 앱은 기업 간 거래(B2B)로만 제공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센티넬 휠 제작에 필요한 20여개의 특허를 국내외에 출원했고, 이 중 4개의 특허는 등록했다. 박 대표가 “경쟁사가 우리 제품을 베끼기 어려울 것”이라며 자신하는 이유다.
첫 공략지는 유럽과 미국한국은 자전거의 불모지로 통한다. 세계적인 자전거 브랜드가 하나도 없는 나라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전기 자전거 휠을 만든다고 한들 어떤 나라에서도 관심을 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하이코어의 첫 수출은 자전거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유럽이다. 현재 계약을 마치고 선적을 준비 중인 곳이 오스트리아 자전거 유통업체 BCL 체크포인트와 스페인 이모비티 솔루션이다. 각각 1만 5000대, 1000대 계약을 맺었다. 박 대표는 “이모비티 솔루션이 가장 먼저 계약한 곳인데, 원래 유럽 독점을 원했다”면서 “그건 곤란하며 우선 1000대부터 시작하자고 해서 계약했다”고 말했다. 최소 물량이 1000대이니까, 팔리면 팔릴수록 이 숫자는 더 올라가게 된다. 이 외에도 미국 라이드 써카와 1000대 계약을 맺었고, 일본의 인덱스 상사와도 수천대의 계약을 앞두고 있다. 박 대표는 “해외에서 먼저 성과를 낸 후에 한국에 론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렇게 자전거의 본고장에서 하이코어를 높이 평가한 것은 끊임없는 도전 덕분이다. 박 대표는 “자전거 전시회가 열리면 무조건 참가했다”고 말할 정도다. 유명하지도 않은 한국의 스타트업은 그렇게 해외에 조금씩 이름을 알려나갔다. 꾸준하게 계약을 맺으면서 박 대표가 예상하는 올해 매출은 80억원이 넘는다. 그동안 매출 하나 없이 버틸 수 있던 것은 자전거 기업 알톤스포츠와 송현인베스트먼트, 코리아에셋증권 등으로부터 20억원의 투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30억~40억원의 정부 과제를 따낸 것도 R&D에 투자하면서 버틸 수 있던 원동력”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