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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바이오 종목 옥석 가리기 이어질 듯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실적 대비 주가 높아 하락 위험 커… 종목 난립해 정리 필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가 지난해 1월 10일(현지시간) 회사의 경쟁력과 미래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바이오로 시작해 바이오로 끝나고 있다. 코스닥 제약업종의 시가총액이 76조원을 넘었다. 거래소 제약주보다 30% 많다. 오랜 시간 거래소에 상장돼온 45개 제약사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게 셀트리온 한 회사만도 못하다. 바이오 주가 상승은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지금 개발하고 있는 신약이 완성되면 엄청난 수익이 발생할거라 전망하고 있다. 이런 기대 때문에 연간 100억원에도 못 미치는 매출과 적자에도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신약 개발 이후 이익이 크게 늘지 않아

이런 생각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걸까? 우리 제약사는 그동안 29개의 신약을 개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신약을 개발 후 1, 2, 3년 간 이익 흐름을 보면 전년에 비해 각각 35억4000만원, 41억2000만원, -12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2년차까지는 이익이 늘어나지만 3년차부터 효과가 빠르게 사라진다는 걸 알 수 있다. 규모도 문제다. 증가 액수가 인상적이지 않았다. 1998년 이전부터 상장을 유지하고 있는 30개사의 영업이익이 연간 회사당 평균 34억 정도씩 늘어난 걸 감안하면 신약 개발의 영향력이 미미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익이 크게 늘지 않다 보니 주가도 인상적이지 않았다. 신약이 개발되기 6개월, 3개월 전에서 개발 때까지 주가가 각각 33.0%, 31.4% 상승했다. 뉴스가 현실화되지 않았을 때 주가가 크게 오른다는 사실이 신약 개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인데 신약 개발이 완료되고 3개월, 6개월, 1년, 2년이 지난 후 주가 상승률은 각각 1.2%, -4.0%, -7.4%, -15.3%를 기록했다. 신약이 만들어진 후 주가가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제약업 지수가 830% 상승한 사실까지 감안하면 주가에 미치는 신약 개발의 영향력은 더 약해진다.

최근 유행하는 기술 수출도 높은 평가를 주기 힘들다. 개발 중이거나 개발이 완료된 기술을 수출할 때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와 관련한 부분인데, 2015년 11월에 한미약품이 3건의 기술 수출에 성공한 후 본격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의 기술 수출은 2015년 8월 17일 레고켐바이오가 처음이다. 규모가 177억이었는데 계약을 전후해 주가가 92% 올랐다. 본격적으로 주목을 끈 건 한미약품이다. 같은 해 7월에서 11월 사이에 6조7300억원의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800%나 상승했다. 문제는 그 이후인데 2016년 6월에 크리스탈이 3030억원의 기술 수출을 발표했지만 주가 상승률은 128%로 줄었다. 가장 최근 사례인 동아에스티의 경우는 더하다. 재작년 12월에 5250억원의 기술 수출에 성공했음에도 주가 상승률이 41%에 지나지 않았다. 그마저도 발표가 난 이후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해 짧은 시간에 원래 자리로 되돌아왔다.

동일한 기술 수출이라 하더라도 기업 규모에 따라 영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를 동일한 잣대로 분류해 봤다. 기업별로 자기자본의 10%에 해당하는 기술 계약이 이루어졌을 때 주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면 앞의 네 사례의 주가 상승률이 각각 31.3%, 8.7%, 3.5%, 4.5%로 하락해 기술 계약의 가치가 꾸준히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술 계약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희귀성이 줄어들었고, 맺었던 기술 수출 계약 중 일부가 해지되면서 기술 수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엄격해진 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드는 원인이 됐다.

앞으로 바이오 주식이 계속 상승하려면 네 개 의문에 답해야 한다. 먼저 신약 개발이 성공하면 지금 주가에 합당할 정도로 이익이 늘어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29개 신약 개발 사례를 보면 개발된 신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에 한계가 있었다. 모든 신약이 아스피린 같지 않다는 얘기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발사의 실적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재무제표를 획기적으로 바꾸진 못했다. 지금 주가가 정당화되려면 시장에서 얘기되고 있는 신약들이 이미 개발된 신약과 근본적 차이가 있고, 그래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그림이 나온다는 전망이 서야 한다. 아직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둘째 지금 이익 추정이 합리적인가 하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일부 바이오 회사에 대해 2017~2019년까지 3년 간 매출액영업이익률이 60%에 달할 거라 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 중 매출액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게임 회사나 인터넷 포털 업체도 동 지표가 25%를 넘지 않는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최고 호황을 기록할 때에 이익률이 겨우 50%에 근접할 뿐이다. 그런데 바이오 기업은 향후 3년 간 이익률이 60%가 넘을 거라 가정하고 있다.

세 번째 이번 바이오 주가 상승이 대세 상승 막바지에 성장성을 최대한 반영해 주가를 끌어 올리던 과거 행태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2000년 IT버블도 앞에서 얘기한 막판 상승의 성격을 일부 가지고 있었다. 1998년 10월~99년 7월까지 8개월간 종합주가지수가 350%나 올라가는 상승이 끝난 후 2000년부터 코스닥을 중심으로 마지막 상승이 벌어졌는데 핵심 동력이 IT의 성장성이었다.

이번에 생각보다 빨리 종목 선택의 기준이 성장성으로 넘어온 건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대세 상승은 기간이 길고 상승폭도 커서 현재 이익만으로도 주가를 충분히 움직일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이번에는 주가가 6년 전부터 박스권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출발점 자체가 높아 주가가 움직일 공간이 크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지난해 7월까지 상승으로 그동안 발생한 이익이 주가에 대부분 반영되자 시장이 미래 이익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성장성의 대표인 IT주식이 이미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나선 게 바이오였다.

네 번째 바이오는 과거 많은 산업이 겪었던 캐즘(Chasm)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경영학 용어에 캐즘이라는 게 있다. 처음에는 사업이 잘되는 것처럼 보이다가 어떤 단계가 되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마치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과 같이 심각한 정체 상태에 빠지는 걸 말한다. 산업의 발전 과정을 살펴 보면 이런 경우를 빈번하게 볼 수 있다. 멀게는 1900년대 초 미국에 철도가 깔리던 시절 100개가 넘던 철도회사가 극심한 불황을 통해 정리돼 지금이 된 게 그 사례다. 가깝게는 인터넷 보급이 본격화되던 2000년 우리나라 포털 업계에서도 그런 모습이 나타났다. 2000년 최고 주가일 때 시가총액이 5조원에 육박하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그 해 말에 1800억대로 쪼그라들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포털 업체는 네이버와 다음 외에 라이코스, 야후 등 다수가 난립해 있었다. 다음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 때문에 주가는 다음이 전체 포털 시장을 지배할 거란 가정 하에 올라갔다가 경쟁에 져서 완전히 사라지는 걸 가정해 하락한 후 자기 자리를 잡았다. 바이오도 이런 과정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기술 수출에 대한 평가 계속 낮아져

바이오 주가가 너무 높다는 걸 부인하기 힘들다. 어느 때보다 주가 하락의 위험이 높아졌고, 바이오 업황이 어지간히 좋지 않는 한 현재 주가를 유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번이 바이오가 산업으로 자리잡고 처음 맞는 주가 활황이다. 아직 바이오의 수익성이 제대로 검증된 것도 아닌데 투자 종목이 난립하고 있어 정리가 필요하다. 진정한 상승은 인터넷산업처럼 막연한 기대에 따른 호황이 끝나고 생사를 가르는 불황을 겪은 후 살아 남은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다.

1420호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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