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국내 최대 매장 낸 ‘일본판 이케아’ 무인양품] 커피·책 어우러진 ‘머무는 공간’으로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대학가 겨냥한 레토르트 식품, 한정판 문구류 선보여 … 2020년까지 매장 20개 열 계획

▎서울 서대문구에 2월 28일 문을 연 무인양품 신촌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대학생을 겨냥한 상품이 주를 이룬다. / 사진:허정연 기자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이 2월 28일 서울 신촌에 국내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지상 5층 규모, 1652㎡(약 500평) 면적인 무인양품 신촌점은 2013년 오픈한 강남점의 892㎡(약 270평)보다 넓다. 무인양품은 1980년 일본 대형 수퍼마켓 체인 ‘세이유’의 생활용품 자체브랜드(PB)로 출발했다. 현재 일본 ‘양품계획’이 운영하고 있으며 세계 26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국내에는 2004년 12월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6:4 지분으로 ‘무지코리아’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무인양품은 ‘노브랜드’와 ‘좋은 상품’이라는 콘셉트를 앞세워 심플한 디자인의 상품을 선보이는 브랜드다. 특정 브랜드를 내세우는 대신 단순한 디자인과 품질, 실용성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인기를 모았다. 의류부터 액세서리·가구·침구류·식품 등에 걸쳐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상품 전반을 취급하고 있다.

한국 진출 초기에는 주로 롯데그룹 유통 채널을 통해 매장을 확대했다. 2003년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에 첫 매장을 오픈한 후 현재 26개 점포와 온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08년 137억원, 2011년 233억원 매출을 올리며 매년 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던 무인양품은 이후 글로벌 홈퍼니싱 브랜드 ‘이케아’의 국내 진출과 유사한 콘셉트의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 이랜드 ‘모던하우스’ 등의 성장으로 라이프스타일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하락세를 겪기도 했다. 무지코리아의 2012년 매출 성장률은 7%대에 그쳤고, 영업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재기의 기회를 노린 것은 롯데 울타리를 벗어나 2013년 강남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면서부터다. 그 해 무지코리아는 매출 362억원을 달성, 전년 대비 46% 증가하며 성장에 속도가 붙었다. 다양한 유통 채널로의 진출도 가속화됐다. 2016년 신세계 하남스필드에 매장을 낸 데 이어 지난해 일산 대형 쇼핑몰 벨라시타, 신세계백화점 동대구점 등 대형 신규 매장을 줄줄이 열었다. 무지코리아 관계자는 “강남 플래그십 매장 오픈 당시 200평 매장 기준으로 2020년까지 매장 60개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이후 전체 매장 수는 적더라도 브랜드 콘셉트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대형 매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강남 매장 오픈 당시 무지코리아 측은 ‘2017년 매출 1000억원, 2020년 전국 60개 매장’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입증하듯 무지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1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약 40%가 증가하며 2004년 국내 진출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둔 2016년 매출(786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무지코리아 측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무지 패스포트(MUJI PASSPORT)’를 론칭해 4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매장 방문 고객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콘셉트 전달하는 대형 매장 확대 방침


▎영풍문고와 손잡고 만든 ‘무지북스’ 코너. / 사진:허정연 기자
이번에 오픈한 신촌점은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최대한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잡는 장치가 돋보인다. 매장 1층에는 국내 매장 최초로 ‘커피 스탠드’를, 4층에는 ‘무지북스’를 마련해 일종의 북카페 기능도 한다. 무지코리아는 “영풍문고와 손잡고 무인양품의 철학에 부합하는 내용의 책을 선별해 전시·판매한다”고 설명했다. 나루카와 타쿠야 대표는 “신촌점은 ‘지역에 도움이 되는 매장’을 콘셉트로 지역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신촌투고’는 신촌지역 정보 교환의 장으로, 고객이 알고 있는 명소나 상점·식당 등을 추천하고, 이렇게 확보된 지역 정보를 무인양품 매장에 들러서 습득할 수 있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이다. ‘오픈무지’와 다목적홀은 인근 대학가 학생들이나 직장인, 지역 주민이 이벤트·전시회·워크숍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공간을 대여할 예정이다. ‘자수공방’은 신촌점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다. 직접 고른 자수를 수건이나 에코백 등의 아이템에 놓아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스타일링 할 수 있게 했다. 대학가의 특성을 고려해 노트와 필기류 등 문구류 라인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한 독특한 제품을 구비한 것도 특징이다. 나루카와 타쿠야 대표는 “신촌점은 손님들에게 단순히 물건을 파는 매장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매장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박스기사] 나루카와 타쿠야 무지코리아 대표 - “지역색 살린 매장 계속 내겠다”


▎사진:무지코리아 제공
지난해 2월 CEO로 선임된 나루카와 타쿠야 무지코리아 대표는 MD(상품기획자) 출신이다. 1996년 점포 직원에서 출발한 그는 매장 운영과 판매, 해외 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 사업을 1년째 끌어오고 있다. 2월 27일 서울 신촌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만난 나루카와 타쿠야 대표는“무인양품의 철학을 반영하면서도 지역색을 살린 ‘개성’을 담은 매장을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촌에 최대 매장을 연 계기는. “무지의 가치관이 젊은 학생 층에게 큰 호응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다양한 시도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신촌은 주말이면 보행자 전용 도로로 바뀌고, 새로운 문화가 활성화되는 지역이다. 무인양품을 통해 신촌의 매력이 재발견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커피와 책을 도입했는데. “사람이 모이는 장소이니 커피와 책이 있으면 좋을 거라 생각했다. 일본 매장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다. 한국 커피값이 비싼 것 같은데 이곳에선 단돈 2000원에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일본 현지에 비해 비싸다는 비판이 있다. “일본 매장과 가격 차가 없을 수는 없다. 예컨대 중국산 제품의 경우 일본과 한국에 매기는 관세가 각각 다르다. 일부 제품의 경우 한국에게 관세 장벽이 낮은 아세안 지역으로 생산지를 옮길 계획이다. 식품의 경우 아예 한국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물류비를 낮출 수도 있다.”

신촌점의 올해 매출 목표는. 맞은편 현대백화점 안에 유니클로가 있는데 그곳 매출을 뛰어넘고 싶다. 2020년까지 한국에 15~20개의 신규 점포를 출점할 계획이다. 2003년 한국에 첫 매장을 낸 후 현재 27개 점포가 있으니 3년 내 1.5배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서울 외 광역시와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를 중심으로 신촌점처럼 커뮤니티 기능을 가진 매장을 열 예정이다.”

1424호 (2018.03.1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