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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 기자의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다시 보기(15) 아파트·오피스텔 분양권 중개 수수료] 법정 수수료보다 2~3배 비싼 건 기본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새 아파트에 수요 몰리며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 중개업소끼리 미리 협의해 기준금액 정해

신문이나 잡지·인터넷 등에는 ‘돈이 될 것 같은’ 부동산 관련 광고가 넘쳐난다. 어떤 광고는 실제로 재테크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광고도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포장만 그럴 듯한 광고가 상당수다. 과대·과장·거짓은 아니더라도 그 뒤엔 무시무시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예도 많다. 이런 광고를 액면 그대로 믿었다간 시쳇말로 ‘폭망(심하게 망했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할 수도 있다.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한 모(40)씨는 최근 수도권의 한 신도시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하며 황당한 일을 겪었다. 분양권을 매입하기 위해 처음 찾아간 부동산중개업소가 법정 수수료보다 3배 정도 비싼 수수료를 요구했다. 그래서 다른 곳을 찾았지만 역시 똑같은 수수료를 요구했다. 인터넷이 저렴할까 싶어 인터넷에 올라 온 매물을 보고 연락했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씨는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법정 수수료는 100만원이 채 안 된다”며 “하지만 해당 아파트 물건을 갖고 있는 중개업소들은 하나 같이 300만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한동안 망설이다 300만원을 중개 수수료로 주고 분양권을 매입했다.

중개 수수료는 지역이나 거래 종류, 매물에 따라 정해져 있다. 법정 수수료율 이내에서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하고 있다.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 5000만원 미만 부동산의 경우 최대 중개 수수료는 25만원(중개 수수료율 0.6%), 5000만~2억원 미만은 최대 80만원(수수료율은 0.5%)을 넘을 수 없다. 2억원 이상 부동산 매매는 거래금액의 0.4~0.9% 이내에서 매도·매수자와 중개업소가 협의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 2억원 이상 6억원 미만은 상한요율이 0.4%,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은 0.5%, 9억원 이상은 0.9%다. 그런데 이 수수료율을 무시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아파트·오피스텔 분양권 시장이다. 요즘 서울·수도권은 물론 지방 등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분양권을 중개할 때 수수료율을 따르지 않는다. 법정 수수료보다 훨씬 더 비싼 수수료를 요구해 수요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분양권 매물 귀한 몸


분양권은 쉽게 말해 분양계약서로,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완공되기(소유권 이전등기) 전 사고 파는 권리관계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 분양권을 거래할 때 중개업소들이 시·도 조례로 정해진 수수료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횡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분양권 매도자나 매수자는 원래 내야 할 수수료보다 2~5배 많은 수수료를 내기도 한다. 분양권을 거래할 때도 이미 완공된 건축물과 똑같이 취급되므로 수수료는 0.4~0.9%(서울 기준)이다. 다만 분양권은 거래 시점 때까지 매도자가 납부한 실제 분양대금(계약금+중도금)만 거래금액으로 인정된다는 게 다르다. 분양가격이 5억원인 아파트라도 매도자가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2억원만 낸 상태에서 매매계약을 했다면 2억원이 거래금액인 셈이다. 물론 웃돈(프리미엄)도 실제 거래금액으로 인정된다.

가령 분양가가 6억원인 아파트 분양권을 사고 팔 때 계약금 6000만원, 프리미엄 5000만원, 중도금으로 6000만원을 납부했다면 이를 모두 더한 1억7000만원이 수수료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규정대로 수수료율을 적용(0.5%)하면 수수료는 매도자·매수자 각각 85만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도자·매수자 각각 200만원, 300만원 이상을 내고 있다. 중개업소는 처음 매도·매수 의뢰를 할 때부터 이 가격을 부르고 시작한다. 이 가격을 내기 싫으면 다른 중개업소를 가면 되지만, 다른 중개업소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분양권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200만원을 정액으로 받는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은 보통 300만~500만원, 강동구는 200만~300만원, 위례신도시·마곡지구나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지는 200만원 정도다. 중개업소들이 미리 협의해 기준금액을 책정해두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정액제가 된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분양권이 인기를 끌자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6·19 대책으로 분양권 전매제한(일정기간 분양권 팔 수 없도록 한 규제)이 강화하면서 분양권 자체도 귀해졌다. 여기에 위험부담(?)까지 감수해야 하므로 법정 수수료율만으로는 안 된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위험부담은 계약서상 거래금액을 실제 거래금액보다 낮춰 쓰는 다운계약을 말한다. 다운계약은 매도자가 양도소득세를 낮출 목적으로 요구하는 예가 많은데, 다운계약을 했다가 당국에 발각되면 중개업소는 문을 닫거나 자격증을 잃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위험부담이 있으니 별도 수당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강남에서는 일반분양 물량이 거의 없어 분양권 매물을 찾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법정 수수료를 받으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기존 주택 수수료는 갈수록 내려

분양권 중개 수수료를 산정할 때 그 기준을 토지에 대한 수수료로 볼 것인지, 주택에 대한 수수료로 볼 것인지 애매한 것도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토지는 수수료율이 주택보다 비싼 0.9%다. 0.9% 이내에서 협의할 수 있지만 거래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상한인 0.9%를 모두 받거나 심지어 더 받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분양권 거래의 경우 실제로는 집이 없는 상태에서 계약하는 것이므로 주택에 대한 권리보다는 토지에 대한 권리 거래가 더 커 토지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분양권을 토지 수수료로 볼지, 주택 수수료로 볼지 구체적인 규정이나 지침이 없다”며 “시에서는 주택에 대한 수수료율을 책정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지대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는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관련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며 “이와 동시에 지자체 등 당국이 분양권 거래에 관련한 위법 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물리는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양권 시장과는 달리 기존 주택에 대한 수수료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법정 수수료의 절반만 받거나 정액제로 받거나, 아예 안 받는 곳도 있다. 한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부동산의 종류나 거래 금액에 상관없이 수수료를 거래금액의 0.3%만 받는다. 한 부동산 중개법인은 매매·임대차에 관계없이 45만원(3억원 미만), 99만원(3억원 이상)만 받고 있다. 수수료 인하에 반발하던 공인중개업계도 자발적으로 수수료를 조정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3월부터 ‘중개 보수 선진화 방안’ 연구용역을 한다. 이를 바탕으로 중개 보수 선진화 로드맵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전세의 경우 워낙 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세입자가 중개업소와 수수료를 협의하거나 협상에서 결정권을 갖기 어려웠다”며 “오랫동안 유지돼 온 수수료 체계에 변화의 바람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1424호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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