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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극명한 봄 분양시장] 로또 분양 vs 할인 분양 희비 엇갈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서울 재건축 아파트 청약에 3만명 몰려…지방에선 미분양 아파트 급증

▎3월 21일 1순위 청약 접수에서 3만 명이 넘게 몰린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자이개포 아파트 견본주택이 방문객으로 붐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도 봄 분양시장이 문을 열자마자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예비 청약자들은 견본주택을 둘러보기 위해 3~4시간씩 줄을 서고, 청약가점을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청약 1순위 자격 강화 등으로 청약경쟁률은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인기 단지는 경쟁률이 수십대 1에 이른다. 하지만 이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얘기다. 지방 분양시장은 사정이 좀 다르다. 견본주택을 열어도 찾는 사람이 없어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시장이 쪼그라들자 성행하던 분양가 할인까지 등장했지만 빈 집을 채우긴 버거워 보인다. 더욱이 앞으로 금리 인상과 공급 과잉 등 분양시장을 옥죌 만한 요인이 많아 상황은 더 나빠질 전망이다.

정부 규제에도 서울 분양시장은 봄바람


이런 가운데 봄 분양시장이 본격 열린다.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4월에만 전국에서 5만6450가구가 분양한다. 대통령 선거라는 굵직한 이슈가 있었던 지난해 4월 1만8415가구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많은 물량이다. 서울·수도권에서는 재개발·재건축, 공공택지 물량이 많다. 서울에서는 강동구 고덕 주공6단지를 재건축하는 고덕자이, 서초구 서초동 우성1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1317가구, 영등포구 신길동에서는 신길8구역 재개발 신길파크자이 641가구 등이 일반분양에 나선다. 수도권에서는 하남 감일지구(포웰시티 2603가구)와 양주시 양주신도시(e편한세상양주 신도시4차 2038가구) 등이 분양 채비를 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부산과 세종시에 분양이 몰려 있다. 세종시에서는 나성동 세종제일풍경채위너스카이 771가구와 연기면 세종마스터힐스 3100가구가 나온다. 부산에서는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 센트럴푸르지오 548가구 등 2947가구가 분양한다.

서울 분양시장은 정부의 규제에도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청약가점제 확대나 청약 1순위 자격 강화 등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는 물론, 중도금 대출 보증 제한과 같은 간접 규제까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직·간접적인 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수억원 싼 로또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실수요는 물론 가수요까지 불러 모으고 있다. 3월 21일 청약 1순위 접수에서 평균 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8단지 재건축 아파트(디에이치자이개포)가 대표적인 예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안 되지만 정부의 분양가 간접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5억원 이상 싸게 나오면서 1순위 청약에서만 3만1000여 명이 몰렸다. 견본주택에 수만 명이 몰리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위장전입 여부와 자금 출처 등을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소용없었다. 정부로서는 대출, 청약, 분양가, 재건축 기준 강화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가용 카드를 총동원했지만 시장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강남 재건축뿐만 아니다. 대림산업이 영등포구 대림3구역을 재개발한 e편한세상 보라매 2차 59㎡형 A타입은 48가구 모집에 900명이 몰려 18.75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과 수도권 인기지역에서 분양한 단지 대부분이 청약 1순위에서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중, 3중으로 마련한 규제 장치가 역설적으로 인기지역 쏠림 현상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는 ‘당첨만 되면 억대 시세차익이 가능하다’는 불패 이미지를 덧씌웠다.

지방은 이 같은 청약 열기가 ‘다른 세상 이야기’다. 신규 분양 단지들이 수요자들에게 외면받으면서 청약경쟁률이 한 자릿수는 고사하고 소수점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강원·경북·충남·충북·제주도 등지는 올 들어 신규 분양 단지마다 모두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심지어 단지 전체가 미분양인 곳도 있다. 창원시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창원월영사랑으로는 4928가구 전 가구가 미분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분양가 할인이나 임대 분양도 다시 등장했다. 창원시 진해구와 마산합포구 일부 단지는 최초 분양가보다 1000만~3000만원 낮은 가격에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다. 청주시 오송읍의 동아 라이크 텐과 동남지구의 대성베르힐은 임대 분양으로 전환해 공급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값 요동칠 가능성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서울·수도권을 겨냥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이 지방만 더 아프게 하고 있다”며 “여기에 지역 경제를 지탱해 온 조선·자동차·기자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분간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도 적지 않다. 지방에서는 18만3000여 가구가 추가로 분양한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지방은 그동안 공급이 적지 않게 이뤄져 청약 수요가 많이 줄었다”며 “당분간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분양시장 양극화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서울 재건축 분양시장이 주택시장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건축 로또 아파트 청약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주변 재건축 물량으로 몰리면 숨고르기에 들어간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아파트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청약자가 4만 명가량 된다면 탈락자는 3만8000명”이라며 “이들이 개포동 등 강남 재건축 등으로 유입되면 강남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잠실 주공5단지의 재건축 국제 설계현상공모 결과 발표도 재건축 시장에서 추가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로 청약 흥행이 재건축 시세 반등으로 이어지며 시장 분위기를 역전시킨 사례가 종종 있었다. 지난해 초강력 대책을 망라했다는 8·2 대책 이후 침체된 분위기는 9월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센트럴자이의 청약(1순위 평균 경쟁률 168대 1)과 반포동 주공1단지(1·2·4주구) 시공사 선정 등을 발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청약 열기가 기존 아파트 시장으로 옮겨 붙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 역시 적지 않다. 청약 탈락자가 굳이 기존 아파트로 시장으로 옮겨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최근 강남 청약시장의 수요자는 투기성 한탕을 노리는 수요로 기존 매매시장의 수요와는 다르다”면서 “앞으로도 로또성 분양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427호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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