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월세 거래량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감소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44만여 가구에 이른다. 이는 2000년 이후 입주 물량을 집계한 이래 최대 물량이다. 이는 ‘하우스푸어 사태’가 일어났던 2012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보다 6000가구 이상 많은 것이다. 재고 물량 대비 입주 물량으로 따져보면 실감이 난다. 충북은 재고 아파트에 7.44% 물량인 2만2488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며, 이어 경남 6.39%, 경기 6.22% 정도다. 올해는 주택 공급 과잉의 첫해다. 입주 물량 과다에 따른 후유증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 영향이 바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전월세 시장이다. 전월세 시장은 현재 시점의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매 시장은 현재~미래 전체 구간의 수급을 반영한다. 즉, 매매 시장은 미래의 가격이 오른다는 기대가 있다면 현재 시점에서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입주 물량이 많은 곳에서 전월세 가격이 급락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세입자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꺼리니 월세 매물이 더 적체되고 가격도 빠지는 것이다.집주인 입장에서도 월세의 매력이 줄고 있다.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전세를 월세로 전환했을 때의 연 환산이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1월 당시 만에도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5.52%에 달했지만, 지난 3월에는 5%대가 붕괴(4.95%)됐다. 서울도 같은 기간 4.88%에서 4.24%로 떨어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월세 물건이 늘다보니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이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월세시장은 전세와는 달리 세입자 우위인 상품”이라며 “주변 지역에 아파트 전세 물량이 넘치다보니 월세 집주인이 더욱 교섭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이런 현상은 전국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 다만 현상은 비슷하지만 원인은 각각 다르다. 지방과 수도권은 주로 공급 과잉에 따른 영향이 강하다. 하지만 입주 물량이 많지 않은 서울은 공급 과잉보다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에 그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즉, 전세 수요자들이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일시적 전세 수요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애초 전세로 더 거주하려고 했던 세입자들이 집값이 더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자 군집행동식으로 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매수세에 가담한 사람들은 고소득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 회사원 등 구매력을 갖춘 세입자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셋값이 집값의 70%에 육박해 전세 거주자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매수세로 돌변, 시장 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 전세 거주자의 수도권 이동도 한 요인이다. 발달된 교통수단을 활용해 수도권 지역의 싼 신규 아파트로 전세를 찾아 이동하는 ‘탈 서울현상’도 한몫했다는 얘기다. 이는 강남 재건축 철거 이주 수요의 증가에도 강남권 전세시장의 약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봄 전월세 시장이 이상신호가 켜진 것은 겨울방학 이사철 특수 실종에 따른 매물 적체도 한 요인이다. 다시 말해 한해 최대 이사철인 겨울방학 특수가 없었고, 그때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여전히 적체돼 있다 보니 전셋값이 빠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전월세시장은 봄 이사철이 되어도 물량이 넉넉하기 때문에 당분간 안정세는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요즘 입주 물량이 넘치면서 주택시장에서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역(逆)전세난이 일고 있다. 공급 쇼크로 전월세 시장에 소화불량과 동맥경화증이 심각해져 생긴 현상이다. 역전세난은 심각한 정도가 문제지, 경기 남부는 물론 서울 한복판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신규 입주 단지에서는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역전세난이 심한 상황이다. 전셋값을 받아서 잔금을 치를 계획이었던 분양 계약자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데다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신규 입주 단지에선 입주율이 떨어지면서 ‘불 꺼진 아파트’까지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 5%대 붕괴
계속 월세 놓으려면 입지 좋아야안정적인 월세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는 입지와 상품 측면에서 가치가 있는 아파트를 골라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우선 주거지로서 입지 경쟁력이다. 주거지 경쟁력이 높다는 것은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뜻이다. 이른바 주거 프리미엄이 형성된 곳이다. 이런 곳은 교통(역세권 특히 더블 역세권), 교육(학원·학군), 편의시설(쇼핑)이라는 명품 주거지 3박자를 갖춘 곳이다. 이런 곳이 바로 현대판 명당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라. 이런 조건을 갖춘 아파트는 가격이 너무 비싸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투자 금액 한도 내에서 조건에 최대한 부합하는 지역을 선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그리고 상품의 경쟁력도 따져야 한다. 월세가 잘 나가려면 지역도 잘 골라야하지만 상품도 잘 선택해야 할 것이다. 월세를 받으려면 무엇보다 세입자가 좋아하는 상품이어야 할 것이다. ‘신축 10년 이내+소형+중저가’ 조건을 맞출 경우 공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월세 200만원을 넘어서는 고가 월세나 중대형 아파트는 부유층 밀집지역이 아니면 세입자를 찾기 어렵다. 투자금액 한도 내에서 월세 수입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한다면 근거리에 저가 소형 여러 채가 낫다. 월세 살이 수요는 중장년층보다는 젊은 층인데 빈약한 급여로서는 비싼 월세를 감당하기 어렵다. 월세 부담을 낮추려면 아파트값이 일단 싸야 한다. 요컨대 월세가 잘 나가려면 입지, 상품 등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투자처를 고를 때 월세가 상승하는 지역이 어딘지 항상 눈여겨보라. 다리품을 팔아 그런 곳을 찾아내는 게 실패하지 않은 부동산 투자법이 아닌가 싶다.
[박스기사] 전세의 역사는 ... 광복 이후 도시·산업화로 빠르게 확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