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증시 맥짚기] 중소형주 쏠림 현상 이어질 듯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대형주로 매수세 옮겨가기 어려워...미국은 초대형주에 무게중심

▎중소형주로 매수세가 몰리는 가운데 4월 17일 코스닥 지수가 4.33포인트 오른 901.22를 기록하며 두 달 만에 900선을 회복했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페이스북·구글 5개사의 시가총액이 3조4000억 달러로 늘어났다. 한때 독일의 국민총생산(GDP) 3조7000억 달러 수준에 육박한 적도 있다. 미국 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대까지 올라온 건데, 구글이 검색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고, 온라인 광고시장의 60%를 구글과 페이스북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시가총액 규모가 너무 크다. 만약 이들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미국을 넘어 세계 주식시장에서 상당한 문젯거리가 될 것이다.

선진국 헬스케어 업종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17배 수준이다. 연간 발생하는 순이익을 17년 간 모으면 비슷할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나라 바이오 업종의 해당 수치는 80배다. 우리 바이오 기업이 선진국 비슷한 회사의 5배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바이오산업의 전망이 밝은 건 사실이다. 고령화가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된 만큼 그에 따른 혜택을 많이 볼 가능성이 있어서다. 과거 한국 경제가 발전해왔던 패턴에 비춰볼 때 해당 산업이 우리와 잘 맞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 기업은 세계에서 최초로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선진국이 개발한 기술이 제품화되는 단계에 빠르게 따라 잡아 돈을 버는 전략을 써왔다. 지금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시밀러가 이에 유사한 형태여서 다른 어떤 신약보다 발전 가능성이 크다.

국내 바이오 기업 고평가 논란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우리 바이오 기업이 선진국 기업과 비교해 5배 수준의 높은 평가를 받는 게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지금 우리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 주가가 크게 상승한 후 특정 종목이나 업종으로 매수가 몰리는 현상이 빚어낸 결과다.

이렇게 쏠림 현상이 심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대안이 될 수 있는 종목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바이오 주식이 상승하기 시작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주가가 오르는 종목이 이들 밖에 없어서인데, 기업 내용을 신뢰하지 못하더라도 투자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바이오 종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바이오 업종 내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에는 셀트리온 등 기업 내용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올랐지만, 3월 이후에는 현재 이익보다 앞으로 회사가 어떤 형태로 변할 것인가가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다. 신약 개발 가능성이나 기술 개발 수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는데, 성장성의 역할이 커지면서 나타난 결과였다. 그만큼 주가와 기업 실적 간에 간격이 커져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시가총액은 1조원을 넘는 기업이 속출하게 됐다.

미국 주식시장의 쏠림 현상은 형태는 비슷하지만 내용은 정반대다. 2020년에 구글·아마존 등 핵심 5개사의 순이익이 1700억 달러(약 180조원)까지 늘어날 걸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전망이 타당성이 있는 게 온라인의 특성상 새로 공장을 짓거나 시설투자를 하지 않고도 영업 공간을 늘릴 수 있어 5개사의 지배력이 점점 세지고 있어서다. 미국 시장에서 이들만큼 이익이 늘어날 걸로 기대되는 종목이 없다 보니 이들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경제 측면에서 주가 모멘텀이 약한 것도 시장보다 종목에 집착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4월에 한국은행은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의 성장률이 각각 3.0%, 2.9%를 기록할 걸로 예상했다. 지난 1월의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표면적인 수치는 변화가 없지만 내용은 좋지 않다. 3월에도 고용지표가 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은행은 현재의 고용 부진이 조만간 해소될 걸로 보고 있지만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건 부인할 없다. 물가도 비슷하다. 당초 올해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서 제품 가격이 올라 기업 이익이 늘어날 걸로 기대했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올해 물가 전망치가 1.6%로 하향 조정된 데 이어, 내년에도 2%에 도달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2분기 물가상승률 역시 1.3%로 1분기와 유사할 걸로 전망되는데, 인플레이션 기대를 유발할 만큼 높은 숫자가 아니다. 국내 상황만 놓고 볼 때 당분간 거시지표가 주식시장에 힘을 실어주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무역분쟁으로 기대했던 수출이 벽에 부딪친 데다, 하반기 경기 모멘텀이 될 걸로 기대됐던 내수 역시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기업 실적의 역할이 줄어든 것도 주식시장을 중소형주 중심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 1분기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3%가 늘어난 51조 6000억원을 기록할 걸로 전망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 성적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사상 최고치 행진이 지난 분기에도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해외도 비슷하다. 미국 기업의 1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2%와 17.5%가 늘어날 걸로 전망되고 있다. 대단히 양호한 결과이지만 아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기대를 뛰어넘는 획기적 숫자를 원하고 있기 때문인데 주가가 오르면서 기대가 같이 커진 결과다.

실적 자체의 약점도 있다. 우리의 경우 이익 증가가 상당 부분 반도체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쏠림 현상 때문이라는 인식이 많다. 미국은 지난해 말 법인세 인하가 이익 증가에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일회성 요인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높은 이익 증가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크게 상승해 이익 증가의 상당 부분이 가격에 반영됐다는 판단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리·유동성 등 기존 재료의 영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시장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료가 필요하다. 만족할 만한 수준이 나온 기업 실적까지 역할을 못할 경우 시장의 조정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

당분간 코스닥과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쏠림 현상의 수혜주이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코스닥 시장이 10% 넘게 상승했다. 세계 주요 시장 중 이 정도 상승률을 기록한 나라는 베트남과 브라질이 유일하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 하락한 걸 감안하면 코스닥으로 쏠림 현상이 얼마나 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중소형주는 종합주가지수 상승이 한 번 정리되고 난 후에 상승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낮은 가격이 중소형주의 상승을 촉발시키는 원동력이 되는데, 대세 상승 기간 중 대형주에 비해 소외돼 가격 메리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국면이 지나면 2~3년 후 수익을, 마지막에는 실체가 없는 미래 성장성까지 반영하는 상승이 나타나게 된다. 지난해 10월부터 미래 성장성을 반영하는 주가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심에 바이오가 위치해 있다.

바이오 그 후는 4차 산업 관련주?

바이오를 중심으로 짜인 매매패턴이 다른 종목으로 넘어가더라도 그 대상은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1분기에 삼성전자가 15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앞으로 이익의 절대 수치가 1분기보다 높아지더라도 증가분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대형주의 최대 이익 모멘텀이 발생했음에도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했다는 걸 감안할 때 다른 대형주로 매수가 이전되기는 더 힘들 전망이다. 시장이 성장성으로 굳어진 만큼 비슷한 개념의 주식으로 이전을 예상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중소형 IT 기업이나 4차 산업 관련주가 그런 부류에 속할 텐데 바이오가 쉬는 와중에 대체 종목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1431호 (2018.04.3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