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금리 3% 오르내려 증시 변동성 커질 듯...장단기 금리차 축소에 ‘경제위기 전조’ 위기론 고조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3%를 넘나들면서 증시 등 자금시장에 변화가 예상된다. / 사진: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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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금리는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경제지표다. 안전자산인 채권에 시중자금이 얼마나 모이냐를 두고 자금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와 앞으로 자금 이동 여부를 가늠할 수 있어서다. 특히 만기 3년 이상의 장기채는 중장기 경기 변동을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최근 채권시장에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4월 2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4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중 3%를 넘어섰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기 금리의 벤치마크며,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의 기준이 된다. 채권시장에서는 3%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봤다. 금리가 3%에 육박할 때마다 채권 매도가 쏟아져 금리를 떨어뜨려왔다.그런데 최근 들어 채권 매수세가 강해지며 금리가 치솟고 있다. 채권금리가 오르며 1% 안팎으로 유지되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와 미 국채 10년물 간 금리차도 점차 벌어지고 있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영향이지만,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위험’ 가능성에 돈을 걸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장 중 2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일단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으로 2%대 후반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머니 무브’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74%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도 1.70% 떨어졌다. 세계적인 경제 호황과 정보기술(IT) 열풍으로 현재 글로벌 자금은 증시·암호화폐 등 위험자산에 몰려 있다. 그러나 채권 금리가 뛰자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며 증시에 몰렸던 자금이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2월 뉴욕증시가 폭락한 것도 미 국채 금리 상승이 원인이었다.최근 미 국채 금리가 치솟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 고조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으로 무역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교역이 둔화되고 기업의 수출 실적이 나빠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2014년부터 40달러대에서 안정돼 있던 국제유가는 최근 70달러선까지 치솟았다. 4월 24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67.7달러, 두바이유 68.2달러를 기록 중이다. 브렌트유 73.68달러로 이미 70달러를 넘어섰다. 연초 대비 10%대 상승했다.
무역전쟁 가능성, 유가 상승 등 불확실성 고조원자재 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실제 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퍼 하마룬드 스웨덴 SEB 이머징 마켓 전략가도 “원자재 주도의 물가 상승과 그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으로 통화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연준은 현재 연 1.50~1.75%인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2~3차례 인상해 2.00~2.25%, 2.25~2.50% 수준으로 올린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최근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자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인상 횟수를 4차례로 늘릴 것이란 관측도 확산되고 있다. 불확실성 고조와 높아진 물가상승 압력으로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는 셈이다.채권금리가 오르면 기업과 가계의 차입금리가 올라 부채 부담이 커지고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다. 기업 주가에도 부정적인 요소다. 금리 인상기에는 미 국채를 비롯해 미 달러 표시 자산에 먼저 돈이 몰린다. 안전자산이라서다. 이는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강달러는 한국의 수출에는 호재지만, 고유가까지 대응해야 하는 제조 업체들은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자금시장에서는 금리차를 노리고 유입됐던 달러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미국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는 4월 24일 “실물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가운데 국채 금리가 3%까지 오르면 기업의 이익이 감소하고 금융비용이 올라 증시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지난 2년 간 증시가 크게 오른 데 따른 피로감으로 차익 실현 자금이 채권으로 갈아타는 수요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 10년물 금리의 오름세가 차츰 꺾이겠지만 심리적 저항선인 3%를 돌파한 것은 증시 변동성 확대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4월 25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7663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2013년 6월 13일(8009억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외국인은 이날을 포함해 최근 4거래일 동안 1조9890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에 비해 채권형펀드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22일부터 국내 채권형펀드에 2조9643억원(상장지수펀드 제외)이 순유입 됐다. 특히 만기가 3~6개월로 짧아 금리 상승기에도 채권값 하락 가능성이 작은 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미 국채 금리 4.5% 되면 미 증시 20~25% 급락”미국에서도 주식시장의 부진이 나타날 수 있다. 미 다우지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6000대에 머물렀지만 2014년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4배 가까이로 상승하며 현재는 2만4000에 육박하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7600에 다다르며 10년 저점 대비 6배나 올랐다. 미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3%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진정되기 시작한 2010~12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부채비율은 2006년 65%에서 지난해 72%로 올랐다. 미국 기업들의 실제 부가가치 창출 능력보다 주가가 더 부풀어 올랐다는 뜻이다. 주가에 거품이 빠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골드만삭스의 단 스트루벤 이코노미스트는 미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증시 변동폭을 예측한 보고서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5%까지 오르면 미 증시는 20~25%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최근의 채권금리 상승이 경기 부진의 전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경기를 지탱해온 유동성이 증시가 아닌 채권으로 쏠릴 경우 경기 하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장기 채권과 단기 채권 간 금리차가 좁아지고 있다. 장기채 금리가 3%를 넘었지만 단기채는 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어서다.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차는 지난해 말 1.25%포인트에서 최근 0.5%포인트 아래로 줄어들었다. 경기 하강이 발생하기 전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된다는 것은 채권시장의 일반론이다. 금융시장이 중장기 경기에 대한 불신을 안고 있다는 뜻이며, 단기 채권에만 돈이 드나들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진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7년과 닷컴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2000년 6개월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를 역전하기도 했다. 장단기 금리차는 ‘현명한 경제학자’로 불리기도 한다. 자산운용사인 아문디 파이오니어의 애드리안 헬퍼트 헤드는 “금융시장이 글로벌 통상전쟁 위험보다 경기 하강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장단기 채권의 수익률 곡선이 2019년 초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