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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美 국채 수익률 당분간 3% 넘나들 듯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상승 속도 빠르지 않아 주가에 영향 적을 듯… 한계점을 넘으면 주가 급변할 가능성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3%를 넘나들고 있다. 올 초 해당 금리가 2.4%에서 2.8%로 오를 때 주가가 요동치는 걸 봤기 때문에 당분간 투자자들의 관심은 미국 금리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인플레 우려가 금리를 끌어올린 요인이었다. 4월 중순 국제유가가 배럴당 65달러를 상향 돌파했다. 2014년 이후 저항선을 넘은 건데, 그 와중에 미국 금리가 0.2% 올랐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를 유발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때마침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우려가 다소 잦아들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금리 상승 요인이 됐다.

금리와 관련해 시장이 궁금해 하는 게 세 가지 있다. 미국 금리가 앞으로 계속 오를지, 오른다면 얼마나 빨리 오를지 그리고 어떤 수준에서 금리 상승이 멈출지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금리는 당분간 상승이나 하락 어떤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3.0%를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상승 속도도 빠르지 않아 걱정할 정도가 아닐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가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인플레를 유발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실질 구매력을 약화시켜 물가를 안정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가장 두려워하는 수요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 요인이 아니므로 영향력도 제한적이라는 의미가 된다. 현재 미국 경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하다. 1~2월 부진했던 소매판매가 3월에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긍정적인 흐름이지만 물가 상승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할만한 근거가 없어 금리가 오르는 데 한계가 있다.

국내 금리는 미국보다 더 안정적인 흐름 예상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더 안정적인 금리 움직임이 예상된다. 미국 연준이 올해 3~4차례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한국은행은 상반기에 한번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데 그칠 확률이 높다. 한국은행이 4월 경제 전망을 통해 물가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고용부진이 구조적이어서 빠르게 개선되기 힘들다는 얘기도 했다. 현재의 경기 부양 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거란 의미가 된다. 국제유가 상승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이 우리 내부에서 충분히 흡수되고 있고, 최근 원화 강세도 인플레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해서 정책을 펴는 데 어려움이 없는 상태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오를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4월에 미국의 시중금리가 3.0%를 넘었을 때에도 우리 금리는 2.8%를 넘지 못했다. 당분간 한·미의 시중금리 역전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 상승의 영향이 단기에 그칠 거라 믿기 때문인지 주식시장에 미치는 금리의 영향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시장금리가 3.0%를 넘자 국내외 주가가 하락했지만 그 기간이 이틀을 넘지 않았다. 연초에 금리 상승으로 주가가 10% 가까이 하락했던 것과 비교된다. 이런 상황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전후해 금리 인상 우려가 최고조가 돼도 변하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아직은 투자자들이 금리가 추세적으로 상승하기보다 일시적으로 오른 후 다시 안정을 찾을 걸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도 비슷하다. 지금 미국 정부는 빠른 금리 상승을 원하지 않고 있다. 금리가 급등할 경우 트럼프 경제 정책이 곤란에 처할 수 있어서다. 내년에 미국의 재정적자가 1조 달러를 돌파할 경우 정부의 이자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미국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분들이 미국 정부가 금리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정책의 영향도 금리가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물론 금리 상승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뿐 없어진 건 아니다. 시장 내에 계속 쌓여가고 있다. 한계점에 도달할 경우 갑자기 영향이 나타나게 된다. 이미 이런 상황을 한 번 겪었다. 연초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8%까지 오르자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저금리 정책이 끝났다고 생각한 건데 지금은 그때보다 금리가 더 높다. 이론대로라면 주가가 떨어져야 맞지만 금리 상승에 대한 시장의 내성이 커져서인지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당분간 금리 상승과 주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기보다 금리가 3.0% 같이 중요 전환점을 넘을 때 주가가 잠시 하락했다 다시 원상태를 회복하는 형태를 보일 걸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런 단계를 지날 때다. 금리가 3.0%를 완전히 벗어나거나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시장의 예상보다 늘어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주식시장의 반응이 격해질 것이다. 금리 수준이 주식시장이 견딜 수 있는 한계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연준이 0.25%의 기준금리를 유지한 84개월동안 주가가 200% 가까이 올랐다. 낮은 금리에서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시장이 견딜 수 있는 내성도 약할 수밖에 없다. 과거보다 낮은 금리 수준에서 주가가 반응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는데 걱정되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금융정책이 변할 경우 투자자들은 상황 변화를 인지하고,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후 반응하기 때문에 주가가 변동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8%를 넘으면서 이미 금리는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앞으로 금융정책이 시장을 압박하는 강도가 점차 강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협 관련주가 급등했다. 현대건설이 거래일수 10일 만에 저점 대비 60% 넘게 오를 정도였다. 1987~1988년 사이에 남북 경협주가 시장의 핵심 테마가 된 적이 있었다. 이와 달리 2000년에는 처음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훨씬 큰 이벤트가 있었지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이런 변화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에 나왔다. 1988년까지는 주가가 기업 내용보다 기대와 소문에 따라 움직였다. 2000년에는 특정 이벤트가 기업 이익에 영향을 미치느냐 아니냐가 주가를 움직이는 역할을 했다. 이런 변화는 남북 문제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1990년 이후 남북 문제 진전에도 해당 사안이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지 못한 건 해당 사안으로 기업 이익이 늘어날 거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북 경협주 상승은 단기에 그칠 전망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1988년만큼은 못 돼도 근래 있었던 어떤 남북 관련 이벤트보다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걸로 전망된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지금은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심리를 채워줄 종목이 많지 않다. 시장이 바이오의 반복적 등락에만 집착할 정도로 선택의 폭이 제한적인데, 이런 상황에서 남북 관계 진전이 새로운 재료가 될 수 있다. 또 하나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이전에 있었던 어떤 만남보다 큰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인 역할에 주목하는 건데,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올 경우 경협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질 수 있다. 만약 남북 대치에 의해 우리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보다 낮게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었다면 이번 정상회담이 이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긍정적인 흐름이 예상되지만 그래도 아직은 남북 정상회담에 재료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한다. 회담 결과가 기업 실적 변화로 나타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실제 효과가 얼마나 될지도 가늠하기 힘들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남북 경협 효과는 이벤트가 발생할 때 주가가 올랐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약해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1433호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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