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분할 직전 개인 투자자 비중 35%로 늘어특히 삼성전자가 국민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개인 투자자의 참여를 늘릴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경영권 공세를 방어하기도 수월해진다. 삼성물산은 2015년 발생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영권 공격에 곤혹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외국 주주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전체 의결권의 30%까지 좌지우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우호적인 개인 주주의 수가 현재보다 50배로 늘어난다면 삼성전자로서는 경영권에 대한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익성 전망이 양호한 가운데 유동성이 늘어나는 것은 누구나 싼 가격에 좋은 주식을 살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 증가는 주가의 변동성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는 외국인·기관보다는 시장심리와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인 투자자가 늘어서다. 4월 20∼27일 6거래일 동안 개인 투자자의 삼성전자 투자가 늘어난 데 비해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1023억원, 1276억원을 순매도했다. 투자자들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개인뿐만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등 벤치마크에 따라 움직이는 펀드 자금의 대량 매수도 용이해진다. 유통량이 많기 때문에 펀드 자금이 유입되기 쉬워지며 이는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가총액은 18위 수준으로 글로벌 펀드의 관심을 받는 종목이다. 실제 글로벌 펀드의 대표적인 벤치마크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의 경우 삼성전자 비중은 4%다. 중국 텐센트에 이어 두 번째다. 국내외 펀드의 삼성전자 편입 수요가 높기 때문에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 추가 매수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펀드 자금이 대거 유입돼 실제 주주 구성도 자사주나 계열사보다는 자산운용사 비중이 크다.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이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호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근본적으로 액면분할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은 아니며, 5만원권 지폐를 1000원권 지폐 50장으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에서다. 실제 과거 액면분할을 단행한 기업의 경우 거래량이 크게 늘어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급등했으나, 1년 이상으로 보면 주가가 꺾인 사례가 많았다. 주가가 388만4000원까지 올라 초고가주의 액면분할 흐름을 만든 아모레퍼시픽이 그렇다. 아모레퍼시픽은 액면가 5000원에서 500원으로 주식을 10 대 1로 액면분할해 주가를 38만6000원으로 떨어뜨렸다. 개인 투자자가 몰려 액면분할 직후 주가가 43만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주가의 고점 인식과 그간 높은 가격 때문에 생긴 희소성 프리미엄이 사라지며 가격이 현재는 34만원으로 떨어졌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보복이 겹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아모레·롯데제과 등 액면분할 후 주가 하락롯데제과도 그렇다. 유통주식수가 142만1400주에 불과하고 주가가 250만원에 달해 희소성 있는 종목으로 통했다. 그러나 2016년 3월 액면분할로 주가를 26만원대로 낮추자 일평균 1000주에 불과했던 거래량은 10만주 수준까지 늘었다. 다만 주가는 현재 18만원대로 떨어졌다. 오리온홀딩스 역시 79만8000원이던 주식을 3만2900원으로 액면분할했지만 주가는 2만4000원대로 부진하다. 한국투자증권이 2013년부터 액면분할한 보통주 114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액면분할 공시 시점부터 신주권 상장 전까지는 평균 주가 상승률은 16.8%였다. 그러나 상장일 이후 한 달간 주가는 평균 5.6% 하락했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결국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기업 실적과 업황”이라며 “반도체 업황이 앞으로 몇 년 간은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 액면분할보다는 삼성전자의 실적과 반도체 산업 전망에 기반해 투자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4년 액면분할 한 미국의 애플과 중국의 텐센트도 1개월 뒤 벤치마크(기준) 대비 초과 수익률은 각각 0.7%포인트, 9.7%포인트에 그쳤다. 그러나 1년 후에는 31%포인트, 36.1%포인트로 크게 올랐다. 결국 액면분할보다는 업황과 실적이 뒷받침돼야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일단 증권 업계는 삼성전자가 올해 258조원의 매출과 6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지난해 기록(239조5800억원, 53조6500억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