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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 전말은] 주주 간 약정? 삼성바이오에피스 과대평가?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금감원 vs 삼성 주장 평행선…바이오 업계 가치평가·주가에 심각한 영향 미칠 수도

▎5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긴급 기자회견에서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가 금감원의 회계 처리 위반 판단에 따른 대응 및 후속조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저런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니 우리라고 가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시가총액 32조원짜리 글로벌 바이오 기업이 하루 아침에 부도덕한 분식회계 기업으로 낙인찍혔지 않습니까?” 지난 5월 2일 오전, 바이오 제약전문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관계자들은 격앙돼 있었다. 근로자의 날이자 증권시장이 휴장한 5월 1일 금융감독원은 출입기자들에게 일제히 문자메시지를 발송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를 완료하고 ‘조치사전통지서’를 회사 및 감사인에게 통보하였음. 조치사전통지란 금감원의 감리 결과로 조치가 예상되는 경우에 위반사실 및 예정된 조치의 내용을 안내하는 절차임’. 최근 1년 동안 진행한 삼성바이오 특별감리(재무제표가 적정하게 작성되었는지 검사함)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메시지에는 삼성바이오가 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 냈다는 직접 언급은 한 줄도 없다. 그러나 조치사전통지의 의미를 설명하는 문장에서, 회계기준 위반으로 결론 내렸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소명절차 없이 이례적으로 언론에 알려

매우 이례적인 조치였다. 감리위원회에서의 회사 소명절차 등 남은 과정이 많은데도 금감원이 이렇게 감리 결과를 언론에 배포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후부터는 기사가 쏟아졌다. 저녁 뉴스에는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다음 날 아침 삼성바이오의 분위기에는 분노가 담겨있었다. 감리 결과가 예상과는 전혀 딴판으로 나온 데 대한 충격도 충격이지만, 금감원이 결과를 사실상 사전공표한 배경에 대한 의심과 반발이 감지됐다.

아니나 다를까, 삼성바이오는 이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회사는 “고의로 회계를 조작할 동기도 없고, 실익도 없다”고 주장, 감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또 “외부 전문가와 협의를 거쳐 회계기준을 준수했지만 금감원 측과 회계기준 인식 및 적용에 대한 차이가 발생한 것이지, 분식회계를 한 것이 아니다”라며 언론에 항변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3년 동안 두 차례 외부감사인(2개 회계법인) 감사와 한 차례 감리(한국공인회계사회)를 무사통과하며 증권시장에 상장한 회사다. 그런데 왜 금감원은 2015년 결산에서 2조원의 부당이익을 계상했다는 결론을 이제 와서 내리게 되었을까. 삼성바이오는 왜 ‘행정소송’까지 언급하며 금감원과의 ‘맞짱’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을까.

논란의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성에피스), 미국 회사 바이오젠과의 관계부터 알아야 한다. 지난 2011년 삼성그룹은 바이오사업을 두 갈래로 진행하기로 한다. 하나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또 하나는 바이오복제의약품인 바이오시밀러 개발이다. 위탁생산사업을 위해 삼성바이오를 설립하는 한편,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업을 위해서는 바이오젠과 합작회사를 세우기로 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삼성에피스였다. 지분율은 삼성바이오 85% 대 바이오젠 15%.

회계기준에서는 지분율 50%를 초과하면 ‘지배력’이 있다고 간주한다. 삼성바이오는 지배회사, 삼성에피스는 종속회사로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를 중심으로 작성하는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되는 삼성에피스 지분가치, 즉 장부가격은 삼성에피스의 순자산액(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수치)이다. 기껏해야 몇천억원 정도 수준이었다.

바이오기업들은 대체로 성과를 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적어도 초기 수년 동안은 적자가 발생한다. 삼성바이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삼성바이오의 2015년 결산 재무제표에는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 1조9000억원 당기순이익을 냈고, 그 덕분에 누적결손금을 정리하고도 1조6000억원의 이익잉여금이 발생했다. 자본도 2조7700억원으로 급증했다.

삼성바이오가 지배력 상실했나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키(key)는 두 가지다. 삼성에피스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그리고 삼성바이오의 지배력 상실이다.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면 삼성에피스 지분(2015년 말 결산 당시 91.2%)은 종속회사 주식에서 관계회사 주식으로 신분이 바뀐다. 이 때 삼성바이오 장부에 반영되는 삼성에피스 지분가격은 순자산가치에서 공정가치(시장가치)가 교체되어야 한다. 상장회사라면 공정가치로 시장거래가격, 즉 주가를 사용하면 되겠지만, 비상장회사인 삼성에피스에 대해서는 따로 가치평가를 해야 한다.

안진회계법인이 수행한 평가 결과 삼성에피스 총가치는 5조2700억원으로 매겨졌다. 삼성바이오 지분 91.2%에 해당하는 금액은 4조8000억원이다. 2015년 결산 직전 삼성에피스 장부가격은 2600억원이었다. 삼성에피스 지분이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신분이 바꾸면 삼성바이오는 4조8000억원에서 2600억원을 차감한 4조5400억원의 평가이익을 얻게 된다.

삼성바이오가 지배력을 상실한 것이 맞는다면 이러한 처리는 회계기준에 적합하다. 그렇다면 삼성바이오가 지배력 상실을 선언한 근거는 무엇일까.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은 삼성에피스를 출범시킬 때 콜옵션 계약을 했다고 한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권리)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의 삼성에피스 지분율이 50%-1주(간편하게 49.9%라고 하자)가 되는 수준까지 지분을 넘겨줘야 하는 의무를 진 것이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난다면, 바이오젠이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삼성바이오는 행사된 것으로 간주해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 회계기준이 그렇다.

그러게 하더라도 지분율은 삼성 50.1% 대 바이오젠 49.9%가 되어, 지배력은 여전히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런데도 삼성바이오가 지배력 상실을 주장하는 이유는 ‘주주 간 약정’때문이다. 삼성바이오는 콜옵션이 행사되면 이사회를 동수로 구성한다는 내용이 주주 간 약정에 담겨있다고 밝혔다. 즉, 삼성에피스 이사회가 주요 경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삼성과 바이오젠 간 합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삼성바이오가 지배력을 잃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이 또한 회계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주장만 놓고 본다면 지배력 상실에 따른 2015년의 회계처리는 흠잡을 것이 없는 것처럼 비친다. 그런데도 금감원이 무려 1년 가까이 감리를 진행한 이후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판정을 내린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금감원은 구체적인 감리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다만, 삼성에피스 지분 재분류를 회계위반으로 본다는 이야기만 흘리고 있다. 한마디로 금감원은 지배력 상실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첫째는, 주주 간 약정이다. 삼성바이오는 이사회 동수 구성, 이에 따라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된 사정을 거론했다. 이사회 동수는 주주 간 약정 내용의 아주 일부다. 삼성바이오의 말대로 콜옵션 행사 때 이사회 동수 구성 조항이 있다면, 바이오젠은 삼성에피스 경영에 적극 참여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사회가 양쪽 동수로 운영될지라도 삼성이 의사결정에 좀 더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면 지배력 유지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삼성바이오는 이사회 구성이 현재 1 대 4에서 4 대 4로 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바이오가 이사회 의장 역할을 수행하며,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다면 삼성바이오가 이사회를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또 삼성바이오 측 이 사진 가운데 일부가 회사 임원으로서 실제 회사 정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데 비해 바이오젠 측 이사진은 비상임이사 등의 직위를 가지고 있다면 삼성 측의 지배력 상실 주장이 무력화될 가능성도 있다.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주주 간 약정 속에 이런 내용이 담겨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금감원이 주주 간 약정 내용을 외부에 언급하기는 어려우며, 실제 이런 내용이 있다면 삼성바이오가 스스로 공개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에피스 가치평가 잘못됐나


다음으로 삼성에피스에 대한 가치평가가 잘못된 것으로 금감원이 결론 내렸을 가능성이다. 삼성에피스에 대한 가치평가가 결국 2015년 말에 지배력 상실 주장을 불러온 트리거다. 삼성바이오 입장에서 보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은 회계상 부채다. 삼성바이오가 가진 삼성에피스 지분으로 결제를 해줘야 할 의무이기 때문이다. 콜옵션 행사가격은 3500억원이다. 바이오젠은 이보다도 콜옵션 가치가 크게 높아진다면 행사할 동기가 생긴다. 콜옵션 가치는 삼성에피스 지분 가치에 연동된다. 삼성바이오 측은 2015년 말 결산 시점에 외부감사인(삼정회계법인) 측의 제안으로 삼성에피스 공정 가치 평가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정 측이 “콜옵션과 관련한 부채를 인식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며 “국제 회계기준(IFRS)에 맞춰 가치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콜옵션 부채를 얼마로 계상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한 평가였지, 대규모 당기순이익과 자본 증가를 염두에 둔 작업은 아니었다는 뉘앙스다. 삼성에피스 총가치는 5조2700억원으로 산출됐다. 콜옵션 행사 때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에 넘겨줘야 할 추가 지분은 41.2%(바이오젠 현재 지분은 8.8%)이므로 금액으로는 2조17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대금(3500억원)을 빼면 삼성바이오는 콜옵션 부채에서 1조8200억원의 평가손실을 입게 된다. 앞에서 설명한대로 삼성바이오는 결국 2015년 결산에서 삼성에피스 지분 공정가치 평가 결과로 평가이익 4조 5400억원, 평가손실 1조 8200억원을 손익계산서에 반영한다. 세후 당기순이익은 1조9000억원을 반영했다.

그렇다면 표에 나타난 것처럼 바이오젠 입장에서는 추가로 갖게 될 삼성에피스 지분가치가 2조1700억원, 이 지분을 얻기 위해 부담해야 할 콜옵션 행사대금이 3500억원이라면, 누가 생각해도 권리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삼성은 이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결국 콜옵션 행사, 그리고 그 결과로 지배력 상실로까지 연결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만약 금감원이 삼성에피스 가치평가가 심하게 과대포장될 것으로 결론 낸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예컨대 2015년 말 당시 삼성에피스 가치를 2조원 정도로 매기는 게 타당했다고 금감원이 생각한다면, 에피스 추가 지분 가치는 8200억원, 콜옵션의 가치는 4700억원으로 뚝 떨어진다. 콜옵션 가치가 행사대금(3500억원)을 1200억원 정도 웃도는 상황이라면 행사 가능성이 커서 지배력을 상실한다는 주장을 하기는 어렵다. 삼성에피스 가치를 3조원 수준으로 놓고 봐도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크게 보기는 어렵다.

과연 금감원은 삼성에피스 가치평가를 걸고 넘어졌을까? 그 가능성이 상당한 것처럼 보이기는 하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바이오기업 전반에 걸친 가치평가의 문제를 불러온다. 파장이 간단찮을 수 있다.

만약 주주 간 약정이 문제라면? 주주 간 계약내용에서 삼성 측과 해석을 달리할 부분을 금감원이 발견한 것이라면, 특별감리에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을까? 물론 삼성바이오에 대한 특별감리가 정치적·사회적 파장과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것이라면, 진작에 결론을 내놓고 타이밍을 보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로선 근거가 부족한 음모론적 시각에 가깝기 때문에 일단 배제한다.

바이오 업계에 종사하는 한 회계전문가는 이렇게 말한다. “금감원 감리 지적사항을 보면 사실관계를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회계기준위반 여부가 갈리는 경우가 꽤 있다.” 회계기준서의 내용은 원칙과 방향을 정해주지만, 복잡한 개별 사례는 해석과 판단의 문제다. 삼성바이오 사건 역시 필자가 간단하게 핵심을 추려서 설명했지만 실상은 난이도가 매우 높은 회계의 영역이기도 하다. 이런 사안에 대해 금감원이 “고의로 회계기준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을 때는 무언가 확실한 증거와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긴 하다. 그러나 삼성 측이 긴급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반발할 때는 삼성도 나름 그만한 근거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금감원 개혁성 부각 위해 특정 그룹 때리기?

바이오 업계는 삼성바이오 파장 이후 긴장하는 분위기다. 최종 결론에 따라 바이오 업계 가치평가나 주가 흐름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 업계 영향 때문에 회계기준위반 사안을 봐 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다만 이번 사건이 세간에 흘러다니는 음모론처럼 관(官)이 자기 조직의 개혁성과 선명성을 부각하는 수단으로 특정 그룹 때리기 차원에서 활용하는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433호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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