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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워런 버핏이 중국 증시에 투자한다면 

 

김재현 zorba00@gmail.com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에서 중국에 대한 질문 쏟아져...거리전기·마오타이·항서제약 등 관심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5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버크셔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가 열렸다. 변변한 중국 식당도 없는 이곳에, 자본주의의 축제로 불리는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투자자들이 구름처럼 몰렷다. 워런 버핏이 수천만 중국 투자자들의 우상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주총회는 약 5만 명의 버크셔해서웨이 주주가 참석했는데, 이 중 중국인 주주가 1만여 명에 달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의결권에 따라 A주(약 30만 달러)와 B주(약 200달러)가 있는데, B주를 보유해도 1주당 4장의 입장권을 받을 수 있다. 많은 중국 투자자가 B주를 매수하거나 다른 주주의 입장권을 얻어서 주주총회에 참석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B주를 사고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사람이 제법 있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중국 투자자들은 한 눈에 구별이 가능했다. 외모보다는 연령과 옷 차림새가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미국인 주주들은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였다. 티셔츠에 슬리퍼를 신고 휴가를 보내는 듯한 모습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이와 달리 중국 투자자들은 20~30대가 많았고 대부분이 정장을 차려 입고 비즈니스 미팅을 온 듯한 모습이었다. 뉴욕에서 15억 달러의 펀드를 운용하는 장윈도 전형적인 중국 투자자의 모습이다. 장윈은 16여년 동안 주로 중소형주에 투자해온 가치투자자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을 10여년 전부터 보유했고 2007년부터 매년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장윈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했지만, 배울 게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계속 참석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 투자자들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중국 투자자들이 급증했다고 한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에 참석한 중국 투자자 급증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중국 투자자들이 증가하자, 중국에 관한 주제도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의 주요 주제로 떠올랐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몇 명의 중국인 주주가 질문을 했고 이들 외에도 중국에 관한 질문이 여럿 나왔다. 첫 번째 질문자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물었다. 버핏은 세계가 중국과 교역하는 것이 윈-윈 상황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극도로 어리석은 짓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을 작게 본 것이다. 버핏은 무역에서의 의견충돌 때문에 미·중 양국이 세계의 번영을 희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향후 상당한 기간 동안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초강대국일 것이며 미·중 양국이 공통 이익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질문자는 만약 버핏이 신흥시장에 투자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버핏은 미국 시장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라며 올해는 신흥시장에 투자할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계속 자신에게 중국 주식투자를 늘리도록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언론에서는 이 대목에 주목하며 버핏이 과연 중국에 투자할 것인지를 크게 다뤘다.

다음 질문자는 더 직접적이었다. 중국 주식 투자를 기피하는 원인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버핏은 투자 결정 때 가장 먼저 미국 기업 혹은 미국 경제와 비슷한 시장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버핏은 수많은 투자자가 중국이 가져온 기회를 놓쳤다며 원인은 투자자들이 중국의 상황에 대해 적응하지 못했고 중국 투자가 너무 복잡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으로 떠오른 텐센트에 관한 질문도 있었다. 텐센트의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향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겠는가를 묻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버핏은 결제 시스템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잘 모른다면서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훌륭하게 경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에 대한 질문에서는 버핏은 인공지능을 평가할 만큼 잘 알지 못하지만, 인공지능이 투자에서 큰 수익을 가져다 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가 끝난 후 중국 언론에서는 버핏이 중국에 투자한다면 어떤 주식을 매수할 것인지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오는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MSCI 지수에 중국 A주 대형주 230여 종목의 시가총액 5%가 편입될 예정이기 때문에 관심도가 더 높았다. 그런데 버핏이 중국 기업에 투자를 하더라도 A주에 투자하기보다는 홍콩에 상장된 H주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 버핏은 두 차례에 걸쳐서 중국 기업에 대규모로 투자한 적이 있는데, 모두 H주를 매수했다.

가장 대표적인 투자는 페트로차이나에 대한 투자다. 2002년과 2003년 버크셔해서웨이는 4억8800만 달러를 투자해 중국 최대 정유 업체인 페트로차이나의 지분 1.3%를 매수했다. 그때만 해도 버핏의 투자는 위험천만해 보였다. 페트로 차이나는 임직원도 지나치게 많았고(약 40만 명) 새로운 유전 개발도 지연됐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주가도 낮았다. 버핏은 1.1~1.6홍콩달러에서 페트로차이나 주식을 매수했다. 그런데 유가가 상승하고 막대한 매장량을 가진 유전 개발에 성공하면서 페트로차이나 주가가 급등했다. 2007년 페트로차이나가 중국본토 A주에 상장할 때, 중국 개인투자자들은 48위안에 페트로차이나를 쓸어 담았다. 역사적인 고점이었다. 이후 페트로차이나는 한 번도 상장가를 회복하지 못했다(당시 위안화와 홍콩달러 환율은 약 0.88대 1이었다. 48위안은 약 54홍콩달러에 달한다). 이와 달리 버핏은 같은 해 페트로차이나를 12홍콩달러 이상의 가격에서 매도했다. 결국 4억8800만 달러를 투자해서 약 35억 달러를 벌었다. 바로 버핏이 중국 투자자들에게 추앙받는 이유 중 하나다.

페트로차이나 매매로 고수익, BYD 보유 중

2008년에는 찰리 멍거가 버핏을 설득해서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의 지분 10%를 매수하게 했다. 버핏은 지금도 BYD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BYD 투자는 멍거가 왕촨푸 BYD 회장의 경영능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BYD에 2억32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지분가치가 19억 61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온다. 9년 동안 7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만약 버핏이 중국 주식을 매수한다면 어떤 주식을 고를까. 버핏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고 경제적 해자를 가지고 있으며 설비투자를 위한 자본 지출이 낮은 기업을 선호한다. 중국 증권계에서는 거리전기(가전)·마오타이(바이주)· 항서제약(제약)·쌍회이발전(식음료)·화동의약(제약)·청더루루(식음료)·하이캉웨이스(전자)·양허주식(바이주)을 버핏의 투자 가능성이 큰 주식으로 꼽았다. 모두 해당 산업에서 일정한 경제적 해자를 보유한 업종 선두기업이다. 워런버핏이 중국 주식에 투자한다면 빨리 따라하는 게 좋을 듯하다. 2008년 9월, 버핏이 BYD를 8홍콩달러에 매수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BYD 주가는 70홍콩달러를 넘어섰다.

※ 경제적 해자 - 경쟁사로부터 기업을 보호해 주는 높은 진입장벽과 확고한 구조적 경쟁 우위를 말한다. 해자(垓子, moat)는 원래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곽을 따라 파놓은 못을 가리키는데, 경쟁사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을 해자에 비유한 용어가 바로 경제적 해자다. 워런 버핏이 1980년대 발표한 버크셔해서웨이 연례보고서에서 최초로 주창한 투자 아이디어로 기업의 장기적 성장가치의 척도가 된다. 경제적 해자의 판단 기준으로는 무형자산, 네트워크 효과, 교체·전환비용, 비용절감의 우위, 규모의 경제, 신규 진입 요인이 제한된 시장의 선점 등이 있다.

※ 김재현 zorba00@gmail.com -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1434호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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