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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28) | 토모큐브] 세계 현미경 시장의 ‘퍼스트 무버’ 

 

최영진 기자
세계 첫 3D 홀로그래피 제품 개발 … 인공지능 접목해 질병 데이터 라이브러리 구축 목표

▎6월 초 경기도 구리시의 토모큐브 서울 사무소에서 만난 홍기현 대표가 지난해 9월 출시한 ‘HT-2’ 현미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전민규 기자
사람의 몸이나 병을 연구하는 학자와 연구원에게 현미경은 모든 연구의 시작이나 마찬가지다. 사람 세포의 크기는 10 마이크로(micro)에 불과하다. 사람의 머리카락 두께가 보통 100 마이크로라고 한다. 머리카락 두께의 10분의 1 크기인 세포를 들여다보려면 작은 물체를 크게 보는 현미경이 꼭 필요하다.

토모큐브는 현미경 시장을 이끌어가는 ‘퍼스트 무버’다. 카이스트 산업경영을 전공하고 와이즈플래닛 등을 창업했던 홍기현(46)씨가 대표를 맡고 있고, 카이스트 생명과학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박용근(39) 교수가 최고기술책이자(CTO)로 일하는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2015년 8월 대전에서 창업했고, 그 후 지금까지 9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토모큐브 서울 사무소에 올라온 홍 대표를 만났다. 홍 대표는 “박 CTO는 세포의 단층영상을 찍을 수 있는 3차원(D) 홀로그래피 현미경 기술 분야를 이끌어가는 세계적인 리더”라며 “한국이 세계 현미경 시장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박 교수는 천재물리학자로 창업가 마인드가 있는 독특한 분”이라고 덧붙였다.

시약 없어도 세포 관찰할 수 있어

미국현미경협회 자료에 따르면 세계 현미경 시장 규모는 2016년 5조3600억원 정도였고, 2019년에는 6조6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기술 경쟁이 치열한 시장으로 꼽힌다. 현미경의 역사는 17세기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현미경의 기술은 광학 현미경에서 시작해 위상차 현미경 그리고 형광 현미경으로 이어진다. 1935년 독일에서 개발된 위상차 현미경은 투명한 시료를 세포에 입히고 빛을 투과시켜 세포의 윤곽선을 볼 수 있게 했다. 세포의 윤곽선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진전이었다. 다만 세포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기는 어려웠다.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개발된 것이 현재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형광 현미경이다. 세포에 형광 시약을 주입해 레이저를 투과하는 방식이다. 2000년대 개발됐고 세포 내부의 구조를 알 수 있게 한 기술이다. 단점이 있다. 형광 시약을 세포에 주입하기 때문에 세포 변형이 생긴다는 것. 홍 대표는 “형광 현미경은 세포에 시약을 주입하기 때문에 세포가 변형된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며 “시약 때문에 세포를 몇 번 관찰하면 죽어버리는 것도 이 현미경 기술의 한계”라고 설명했다.

토모큐브가 개발한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은 형광 현미경의 단점을 기술적으로 해결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시약을 투입하지 않고 세포 그대로를 3차원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사람의 몸을 입체적으로 촬영해 분석하는 CT(컴퓨터단층촬영) 기술을 현미경에 도입했다. 세포는 단백질이나 물 등 다양한 물질로 구성돼 있다. 그 물질마다 고유한 굴절률을 가지고 있다. 빛이 매개를 투과할 때 얼마나 감속이 되느냐를 보는 게 굴절률이다. 홍 대표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세포의 두께와 부피, 질량 같은 정량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세포의 고유한 떨림이 있는데 그것까지도 3차원 영상으로 얻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용근 교수는 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직접 개발해 연구실에서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세계 각지의 연구실에서 이 현미경을 원했지만 워낙 민감했던 기기였던 탓에 고장이 나기 일쑤였다고. 박 교수의 도움 없이는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다른 연구실에서 사용하기 어려웠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상용화하는 것. 박 교수가 창업에 도전한 이유다. 홍 대표는 “2014년 말 박 교수가 이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블루포인트파트너스라는 벤처캐피털(VC)을 찾았고, 내가 조언을 하는 과정에서 합류하게 됐다”면서 “전에 내가 창업했던 애크론이나 와이즈플래닛이 광학검사 및 측정 분야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이 시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점도 함께 손을 잡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토모큐브는 2년 여 동안 개발에 매달려 2016년 11월 ‘HT-1’을 출시했다. 지난해 9월에는 형광 현미경 기능까지 담은 ‘HT-2’ 현미경을 출시했다. 홍 대표는 “아직까지 형광 현미경이 대세이기 때문에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대중화하기 위해서 이런 선택을 했다”면서 “형광 현미경 기능이 있는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은 우리 제품이 세계 최초”라며 웃었다.

세포 고유의 부피와 질량, 농도 등의 정량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의료 분야에서 큰 의미가 있다. 홍 대표는 적혈구 안에 말라리아 균이 들어가서 증식하는 영상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으로 촬영한 영상이다. 영상을 보니 말라리아 균이 세포 안에서 증식을 하면서 끝내 세포를 터뜨렸다. 말라리아균이 적혈구를 공격하는 모습이다. 홍 대표는 “일반 현미경으로 말라리아를 진단하려면 피를 잔뜩 뽑아서 기생충을 배양한 후에야 말라리아라는 진단을 하게 되는데, 며칠씩 걸린다”면서 “우리 현미경을 사용하면 피를 바로 뽑아서 분석할 수 있다. 세포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세포 데이터 비즈니스로 확대 목표

신약 개발 과정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테스트를 해야만 약에 몸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사용하면 세포 레벨에서 관찰이 가능하게 된다. 약을 굳이 복용하지 않고도 세포 단계에서 약의 부작용 등을 관찰할 수 있는 셈이다. 홍 대표는 “우리 현미경으로 임상 단계를 모두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라며 “다만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사용하게 되면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의 또 다른 잠재력은 데이터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홍 대표는 “우리 몸에는 250여 종류의 세포가 있는데, 우리 현미경을 이용하면 정상세포와 임상세포 등의 영상 라이브러리 구축이 가능하다”면서 “여기에 인공지능을 적용하게 되면 우리 몸의 세포 변화를 바로 분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현미경 판매가 우리의 비즈니스지만, 향후 세포 데이터 비즈니스가 더 커질 것”이라고 홍 대표는 덧붙였다. 10여 명에 불과했던 임직원이 1년 사이에 20여 명으로 늘어난 것도 인공지능 팀원을 새롭게 충원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 덕분에 MIT, 하버드병원, 독일 암센터 등 20여 나라에 진출했다. 홍 대표는 “가격은 5000만원~1억원 정도 하는데, 지금까지 50여 대가 팔렸다”면서 “올해 말까지 70여 대 정도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고, 올해 매출액은 2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모큐브는 ‘단층영상’이라는 뜻의 ‘토모그래피’와 ‘매직박스’를 뜻하는 ‘큐브’를 합한 이름이다. 세포의 단층영상을 찍을 수 있는 새로운 현미경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1441호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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