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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최고급 주택 자존심 대결] ‘나인원 한남’이냐 ‘한남더힐’이냐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한남더힐 3.3㎡당 평균 5800만원…나인원 한남 분양전환 가격에 관심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들어서는 나인원 한남 투시도. 이곳은 보증금이 최고 48억원에 달하는 고급 임대주택이다. 입주 후 4년의 임대기간이 끝나면 분양전환(소유권 이전)한다.
보증금이 최고 48억원에 달하는 임대주택이 임차인 341가구를 모집한 결과 1886명이 몰렸다. 경쟁률 5.5대 1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면 한 달 이내에 계약금으로 20%인 7억~10억원을 내야 한다. 준공 예정인 내년 11월까지 1년 반 동안 중도금·잔금까지 총 33억~48억원이 필요하다. 341가구 총 보증금은 1조3000여 억원에 달한다. 지난 4월 한 달 간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대금(4494건, 2조6800여 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이다.

이 주택은 7월 2일 인터넷으로 임차인 신청을 접수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 한남’이다. 옛 외인아파트 부지에 임대주택으로 모습을 드러낸 나인원 한남이 국내 최고급 아파트로 등극할지 주택시장의 관심을 끈다. 현재 최고급 단지는 같은 동에 있는 ‘한남더힐’이다. 한남더힐은 옛 단국대 자리에 들어섰고, 대부분 전용 177㎡가 넘는 대형 주택형으로 이뤄져 있다. 가격이 국내 최고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신고된 거래가격이 3.3㎡당 평균 5800만원이다. 가구당 33억~74억원에 20가구가 거래됐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30억원 이상에 실거래된 아파트(118가구) 여섯 가구 중 하나로 가장 많았다.

나인원 한남과 한남더힐은 탄생 과정부터 비슷하다. 같은 동이면서 대로만 건너면 될 정도로 가깝다. 단지 중심 간 직선거리가 500m에 불과하다. 분양가 규제라는 비슷한 사연으로 임대주택으로 태어나 일반 분양주택으로 거듭난다. 한남더힐은 2008년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임대주택으로 분양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땅값과 정부가 정한 건축비 범위에서 분양가를 정하는 제도다. 한남더힐은 입주 후 임대기간을 지난 후 분양전환(소유권 이전)을 해서 일반주택이 됐다. 나인원 한남은 지금은 사라진 분양가 상한제 대신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제한을 받았다. 당초 3.3㎡당 6360만원에 분양보증을 신청했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가 4700만원대 초과는 안 된다며 분양보증을 거부했다. 나인원 한남은 임대주택으로 사업방식을 바꾸었고 입주 4년 후 분양전환할 예정이다.

분양가 규제 피하려 임대 분양


▎나인원 한남 인근에 들어선 한남더힐도 임대주택에서 분양전환한 주택이다. 분양전환 가격이 3.3㎡당 최고 8000만원 정도다. 이 단지 펜트하우스가 올해 아파트 최고 공시가격(54억6400만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한남더힐과 마찬가지로 나인원 한남도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 분양’이라는 비판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임대료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제시한 분양가와 별 차이가 없다. 시행사는 사업방식 변경으로 분양가 규제를 벗어난 대신 임대 기간 종료 후 가격 제한 없이 분양할 수 있어 ‘실익’을 챙긴 셈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가격 숫자를 4700만원 아래로 낮춰 ‘명분’을 살렸다.

둘 다 주택형이 대형 위주로 구성됐고 중·저층으로 층수가 높지 않다. 한남더힐 최고 12층, 나인원 한남 최고 9층이다. 나인원 한남 주택 품질은 역대 최고급으로 꼽힐 만한 수준이다. 나인원 한남은 보안에 신경을 써 해외 고급 주택에서 볼 수 있는 외부인 출입제한 시스템 ‘게이티드 커뮤니티(Gated Community)’를 도입하고 4단계 보안 체계와 원패스 출입통제 시스템을 적용한다. 층별로 단독 엘리베이터를 배치한다. 프라이빗 파티룸, 와인 창고 등 부대시설을 들인다. 내부 마감재로 오스트리아·핀란드·이탈리아 등에서 수입한 최고급 원목마루를 사용하고, 독일·이탈리아 등의 수입 가전과 주방가구, 수전 등을 설치한다.

기본으로 설치된 삼성과 독일 밀레 가전제품(대형 냉장·냉동고, 오븐 등)을 미국 다코(Dacor)와 독일 가게나우의 제품으로 바꿀 수 있다. 비용은 1800만~2200만원이다. 공간이 넓다. 천정 높이가 법적 기준은 2.3m인데 이보다 높은 2.45~2.6m다. 복층형 거실은 최고 7.3m에 달한다. 가구당 4대가 넘는 차를 주차할 수 있다. ‘1인 1차’ 세대가 충분히 살 수 있다. 전용창고 등이 주어져 실제 사용면적이 전용면적보다 훨씬 넓다. 복층형 전용 273㎡의 경우 발코니 46㎡, 마당 86㎡, 테라스 28㎡, 전용창고 52㎡ 등 전용면적의 절반이 넘는 210여㎡를 더 쓴다. 실제 사용면적이 487㎡(147평)에 달한다.

주택 하드웨어에서 나인원 한남이 나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11년 준공해 지은 지 7년이 지나는 한남더힐보다 내년 입주하는 나인원 한남이 새 집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남 더힐은 차량이 단지 안으로 다니는 반면 나인원 한남에선 지하로 다니고 지상에 산책로·보행로가 조성된다. 나인원 한남의 가구당 주차공간(4.67대)이 한남더힐(2.9대)보다 배 가까이 넓다. 나인원 한남 주차공간은 가로 2.7m, 세로 5.5m로 광폭이다. 한남더힐엔 당시 소형주택 의무건설비율(전체 건립 가구수의 20%) 적용으로 전용 59㎡가 133가구 들어서있다. 나인원 한남은 소형 주택 없이 모두 대형 주택형이다.

서로 가까이 있지만 입지 여건이 다소 차이 난다. 한남더힐이 한강에 더 가깝고 언덕 위에 있어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나인원 한남은 바로 대로변이고 평지로 한강 조망이 나오지 않는다. 나인원 한남은 용산공원이 더 가깝고 용산역세권 개발 후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개발이 진행 중인 한남뉴타운도 가깝다.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이 가까워 대중교통이 편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남더힐이 지어진 지 좀 되기는 했지만 낡지는 않았다”며 “겉으로 보이는 조건은 별 차이 없다고 봐야 하고 앞으로 자산가들의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다.

임대 보증금은 나인원 한남이 훨씬 비싸다. 최근 1년 간 한남더힐에서 거래된 전세보증금이 3.3㎡당 3600만~3800만원 선이다. 나인원 한남보다 15%가량 낮다. 한남더힐 전용208㎡이 전세보증금 27억원에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계약됐는데 나인원 한남 전용 206㎡ 보증금이 33억~37억원이다. 나인원 한남엔 70만~110만원의 월임대료도 있다.

한강 조망, 용산 개발 후광효과 등 차이

하지만 나인원 한남 임대보증금을 임대료만으로 볼 수는 없다. 앞으로 분양전환을 고려한 금액으로 분양전환 가격이 일부 미리 반영된 셈이다. 임차인이 분양전환 받을 때 분양전환 가격과 임대보증금간 차액만 추가로 내면 소유권을 넘겨 받는다.

결국 분양전환 가격과 분양전환 후 시세가 나인원 한남과 한남더힐의 우열을 가릴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한남더힐 분양전환 가격은 33㎡당 5000만~8000만원 정도였다. 분양전환 때 감정평가로 정했다. 나인원 한남은 당첨자 계약 때 분양전환 가격을 미리 계약자에게 통지할 예정이다. 한남더힐 분양전환 가격 이상으로 예상된다. 계약자는 입주 후 임대기간이 끝나고 시세와 비교해 분양전환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한남더힐 거래가격이 대부분 분양전환 신고 가격이어서 한남더힐 시세가 제대로 형성됐다고 보기 힘들다. 한남더힐 절반 가까이 아직 분양전환되지 않은 미분양 상태다. 분양전환 가격이 거품이라는 지적이 일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한국감정원·국민은행도 한남더힐 시세 정보를 아직 제공하지 않는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한남더힐과 나인원 한남에 초고가 주택이 800여 가구나 밀집하게 된다”며 “모두 분양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1442호 (20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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