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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PEC 전시회 가 보니] 중국 정부·기업과 새로운 협력의 장 

 

선양(중국)=글·사진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78개 국내 기업 참여해 바이어 발굴, 기술 교류 논의...아크웨이브솔루션스코리아, 1700억원대 계약 수주



이희복 아크웨이브솔루션스코리아 대표는 6월 27일 중국에서 열린 APEC 기술 교류 박람회에 참석했다. 주요 제품인 와전류 발열보일러와 글래스 발열보일러를 전시하기 위해서다. 두 제품 모두 친환경 고효율 전기 보일러다. 그는 2년 전부터 중국 시장 개척에 공을 들여왔다. 국내 보일러 시장은 포화상태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개척이 필수였고 이 대표는 중국 시장에 주목했다. 최근 중국은 화석연료 보일러를 친환경 보일러로 교체하고 있어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었다. 이 대표는 “기름 보일러 대비 80%의 원가를 줄일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는데 중국에서 관심을 보였다”며 “확실한 기술이 있기에 서두르지 않고 신뢰를 쌓아가며 파트너를 찾았다”고 말했다. 아크웨이브솔루션스코리아는 이번 박람회에서 결실을 거뒀다. 중국 요녕성 금주시 중창화정 신에너지과학기술유한공사와 보일러 공급계약을 했다. 설비 판매와 기술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10억 위안(약 1680억원) 규모의 계약이다. 이 대표는 “기술 개발에 매달려온 덕에 중국에서 큰 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농업용 보일러 시장이 큰 일본과 미국 매릴랜드, 몽골과도 제품 수출을 논의 중이라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APEC 전람회는 회원국 간 중소기업 기술·무역 교류 촉진을 위해 중국 공업신식화부와 요녕성 인민정부가 APEC 승인을 받아 주최하는 행사다. 1150개의 중국 기업과 APEC 21개 회원국에서 온 500여 개의 기업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진흥공단·코트라 등과 78개의 기업이 참여해 바이어 발굴, 기술 교류 등 중국 및 기타 APEC 회원국 기업과 협력사업을 논의했다. 참가 기업 구성을 보면 매출 200억원 이상, 업력 10년 이상 등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부터, 매출 1억원 내외의 스타트업 기업까지 다양했다. 김중현 중소벤처기업부 정책보좌관은 “현지 전시회를 잘 활용하면 중국 정부와 우리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며 “우리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국제조 2025 정책 방향 염두에 둬야

행사 참가 국내 업체 가운데에 가장 인기를 끈 곳은 장수돌침대였다. 돌침대 6개를 펼쳐 놓은 전시관을 찾은 중국 관람객은 줄을 서서 기다리며 침대에 누워보곤 했다. 한류 인기 덕에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부스에도 중국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업체들은 한류 영상을 틀어 놓고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화장 서비스를 제공하며 관심을 끌었다. 기술력 있는 강소 중소기업들도 주목받았다. 참가 국내 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력을 강조하며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했다. 기술 기업들은 중국이 추진하는 ‘중국제조 2025’ 정책에 주목하고 있었다. 중국 정부는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로봇·친환경·바이오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기술 투자를 진행 중이다. 기업들은 이번 전람회 및 기술 교류 매칭 상담회에 참여해 부품수출, 합작투자, 라이선스 계약 등의 형식으로 중국에 진출할 방법을 찾았다. 휘는 반도체를 개발한 플렉스컴의 이혁 대표는 “중국 기업인들은 최신 기술에 관심이 많다”며 “당장은 큰 계약을 따내지 못해도 이런 행사를 통해 접점을 늘리며 교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기관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중기부는 전람회가 일회성 행사에 끝나지 않고 참여기업이 실질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면밀한 사전 준비와 더불어, 행사 진행과 사후 관리까지 모든 과정에 걸친 지원을 기획했다. 사전 준비 단계에서는 중국이 기술 교류를 원하는 ‘중국제조 2025’의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을 모집했고, 참가 희망 기업에 기술 교류 관련 전문가를 파견해서 기술수출 여건, 기술 차별성 등 기술 교류를 위한 진단을 실시하고 최종 18개 기업을 선정했다. 또 요녕성과 심양시 정부의 협조로 행사 1개월 전부터 국내 기업과 매칭상담을 추진할 중국 기업을 발굴해서, 한국 기업의 소개 자료를 전달하고 행사 이전에 사전 매칭 기회를 가졌다. 60여 개 중국 동북 3성 현지기업과 비즈니스 매칭 행사를 별도로 개최했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의 동북 3성 진출에 내실을 다졌다. 서성규 중진공 국제협력처 부장은 “한국과 중국은 다양한 방면에서 협력할 길을 찾을 수 있다”며 “시장 변화를 주시하며 중소기업에게 좋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알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최수규 중기부 차관 - 중기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나올 것

한국 기업이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특별한 지원 내용은.

“전람회 기간 중에는 한·중 기술교류 상담회를 별도로 개최했다. 양국 기업 간 심층적인 비즈니스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중진공과 함께 참가한 18개 한국 기업은 이번 전람회 기간 동안 350여 개 중국 기업과 상담을 진행했다. 별도로 개최한 기술교류 상담회에서 36개 중국 기업과 추가적인 심층 상담의 기회를 가졌다. 참가 기업을 대상으로 추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성과를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 우리 기업이 심층 상담을 추진한 중국 기업과 후속 미팅을 갖고 계약까지 이를 수 있도록 중국 현지 통역, 차량 대여 및 계약 관련 법률자문 등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 중소기업이 중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보나.

“최근 중국은 내수 증대와 자국 제조업 수준 향상 등에 따라 수입 구조에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가공무역 등을 위한 중간재 수입이 많았으나, 최근 들어 점차 소비재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중국제조 2025’로 대표되는 제조업 혁신정책에 따라 핵심 부품과 자재의 국산화율을 점점 올리고 있고 우리 기업과의 격차를 좁혀오고 있다. 우리 기업도 이런 추세에 맞춰 기존 중간재 위주의 대중국 수출 구조를 소비재·자본재 등의 최종 제품 위주로 개편할 필요가 있으며,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기술혁신도 필요하다. ”

한국 혁신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한 방안은.

“이번 정부는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새로운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의 혁신을 통한 경제 성장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균형있게 성장하는 공정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했다. 중기부는 우리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기술수준 제고, 인재 확보 등 중소기업의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생산현장에 접목하는 스마트 공장을 보급하고, 중소기업 R&D를 대폭 확대하는 한편, 중소기업 근로자의 급여와 근무환경을 개선해 우수한 인력이 중소기업에 몰릴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하고 있다. 중소기업도 현상(現狀)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경영혁신으로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

1443호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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