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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따르면 비싸게 사서 싸게 팔게 돼주식시장은 잠시라도 방심을 허용치 않는 위험한 곳이다. 투자 손실은 일상사고, 어렵게 쌓은 공든 탑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개인은 혼자선 이런 위험한 바다를 헤쳐나갈 수 없다. 집단의 힘을 빌리고 싶어 한다. 위험이 닥쳐도 여러 사람이 함께 있으면 안정감이 생긴다. 위험이 언제 어느 곳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선 남들을 따라 행동하는 게 살아남는 방법일 수 있다. 그래서 개인은 집단이 가진 정보에 영향을 받는다. 집단이 답을 알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그러나 집단에 의지하는 투자 방식은 아주 위험하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주식 값이 싼 것은 공급자가 수요자보다 많을 때다. 군중심리를 좇게 되면 주가가 쌀 때엔 사지 못한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는 건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많을 때인데, 대중을 따르는 사람은 그제야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비싸게 산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돈을 버는데, 늘 거꾸로 투자한다며 한숨짓는 개인이 많은 이유다. 군중심리를 따르다간 손해를 본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래서 투자의 고수들은 군중심리를 가장 경계한다.국내 유수의 자산운용사인 에셋플러스는 한국 자본주의의 메카 여의도에 없다. 여의도와는 한참 떨어진 경기도 판교에 둥지를 틀고 있다. 회사 설립 당시 아예 제주도에 본사를 세우려고 부지까지 매입했지만 직원들의 출·퇴근과 고객관리 등의 문제가 있어 판교로 선회했다. 가치투자로 이름을 떨쳤던 메리츠자산운용도 전통 한옥들이 들어찬 서울 북촌에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 본사는 뉴욕 월스트리트와 한참 떨어진 네브라스카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 오마하에 있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군중심리에 맞서는 역발상이다. 대한민국에서 날고 긴다는 투자 전문가들이 모여 있고 시장의 심장이 펄떡거리며 날마다 새로운 정보가 흘러다니는 곳을 그들은 의도적으로 등진 것이다. 그리고 더 낳은 투자성과로 그들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시켰다.아무리 고수라 해도 한 곳에 몰려 있으면 분위기에 휩쓸릴 위험이 커진다. 냉정해야 할 투자 판단이 흔들리고 자기도 모르게 군중심리에 젖어들게 된다. 같은 생각, 믿음, 심지어 감정마저도 주변 사람들과 동일시하면서 집단적 행동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야구장에 가본 사람은 흥분한 군중 속에서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람들과 섞여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며 껑충껑충 뛰게 된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데 같은 환경에서 일하다 보면 천편일률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된다. 결국 투자에 있어선 뭉치지지 말고 흩어져야 사는 것이다.
증시는 절대 경제이론대로 움직이지 않아일반투자자들도 의식적으로 시장에서 한 걸음 멀어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틈만 나면 펀드 수익률을 계산하고 주가를 들여다보거나 증권사의 시황보고서를 읽는 사람치고 투자에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이렇게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집단적 심리에 휘말려 판단력이 흐려진다. 투자 성과를 자주 확인하는 사람은 보유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수시로 목격하게 된다. 이익을 보면 더 오를 것 같아 흥분하고 손실이 나면 더 떨어질까 불안해 한다. 그래서 주가를 자주 들여다 보는 사람은 조급증의 포로가 된다. 이것이 크게 번지면 비 이성적 과열이나 투매를 부르기도 한다. 모두를 실패자로 만드는 게임이다.증시는 절대 경제이론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주가는 인간 행동의 결정체이고, 시장은 우연이 지배하는 곳으로 보는 것이 옳다. 아무리 뛰어난 투자자라도 우연한 사건 앞에선 바람 앞의 등불이다. 만약 우연이 개인투자자들의 집단 광기와 만나면 그건 파국을 뜻한다. 1987년 10월 뉴욕증시가 폭락한 검은 월요일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투매가 주가 낙폭을 깊게 했다.증시에서 우연의 공격을 피할 수 없어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있다. 그건 분산이다. 특정 자산에 투자금을 집중시키면 쉽게 위험의 먹잇감이 된다. 우선 시간 분산이다. 투자를 시작할 때 한꺼번에 사지 말고 순차적으로 사는 것이다. 매달 일정 금액을 불입하는 적립식 투자가 그것이다. 적립하는 과정에서 매입 단가가 낮아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위험도 누그러든다. 다음은 투자 대상의 분산이다. 한두 군데 자산에만 편중시키지 말고 이리저리 흩어놓으란 뜻이다. 주식을 사도 여러 종목에 나누어 투자해야 한다. ※ 필자는 중앙일보 ‘더, 오래팀’ 기획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