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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트렌드 변천사 살펴 보니] 2010년대 핵심 키워드는 ‘소형·월세’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피데스개발, 10년 간의 ‘주거공간 7대 트렌드’ 분석… 틈새 주택형 상품 등 각광 받을 듯

▎2010년대는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재생사업이 전환기를 맞는 ‘도시재생 2.5시대’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팔리지 않아 주택건설업체의 골칫거리였던 저층은 언제부터, 왜 주택 수요자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걸까. 성냥갑을 세워둔 것 같았던 판상형 아파트는 언제부터 입체감 있는 타워형 아파트로 바뀌기 시작했을까. 예전에는 같은 조건이라는 큰 집이 인기였는데 언제부터, 왜 작은 집이 더 인기를 끄는 걸까….

그동안 주거 트렌드는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왔다. 인구 감소와 핵가족화에 따른 가구 분화, 소득 3만 달러 시대 등 주거 외적인 요소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주거 트렌드도 급격한 변화를 맞은 것이다. 여기에는 주택이 더는 자산 증식이나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라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안식처, 개개인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영향도 있다. 물론 주택건설기술의 발전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2000년대 말 핵심 트렌드는 ‘절약’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까. 부동산개발회사인 피데스개발에 따르면 향후 1~2년 내 주택시장에서는 ‘틈새 주택형’과 이른바 ‘아파텔(주거형 오피스텔)’ 등 대안 상품이 주류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금까지 이들 상품은 말 그대로 비(非)주류, 틈새 상품에 불과했다. 찾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따라서 공급 물량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들 상품이 주택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피데스개발은 2008년부터 매년 한국갤럽과 공동으로 미래주택 설문조사와 전문가 세션, 소비자 간담회 등을 토대로 ‘주거공간 7대 트렌드’를 선정해 발표해왔다. 2008년 발표한 ‘2009년 주거공간 7대 트렌드’를 시작으로 지난해 말 내놓은 ‘2018~2019 주거공간 7대 트렌드’까지 모두 8차례다. 최근에는 이걸 한 데 묶은 자료집을 발간했는데, 자료집을 따라 지난 10년 간 주거공간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따라가 봤다.

2000년대 주택시장은 급등했다가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터 움직임을 보였다.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표면화하면서 2006년 전후로 집값이 급등했지만, 2008년 터진 세계 금융위기로 집값이 급락하기도 했다. 불황의 여파는 주거공간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9년 주거공간을 관통했던 키워드는 ‘절약’과 ‘축소’였다. 아끼고(실속소비 경향), 줄이고(규모 축소 경향), 맞춤(맞춤선택 경향) 공간이라는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된 것이다. 주택건설회사는 수납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세면대 아래나 세면대 거울 뒷면, 상부 선반 등 구속구석을 활용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태양광 발전시스템 외에도 전기를 적게 쓰는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이 쓰이기 시작했다. 주부의 발언권이 커지면서 주방이 넓어지고, 주방 내에서 인터넷을 이용하거나 가계부를 정리할 수 있는 ‘맘스 데스크(mom’s desk)‘가 등장하기도 했다. 딩크족(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통크족(자녀의 부양을 거부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노인세대) 등 라이프스타일이 세분화함에 따라 ‘맞춤형 공간’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건강과 여가가 주거공간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집이 단순히 쉬는 곳에서 적극적으로 몸과 마음을 돌보는 케어센터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파트에 살균옷장·살균신발장·적외선체온감지기 등이 등장한 것도 이 이즘이다. 남자들이 주거공간에 대한 관심과 참가가 늘어나면서 남성 중심의 인테리어와 설계 등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소형 주택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도 2010년대 들어서다. 2000년대부터 이어진 1~2인 가구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원룸형 등 초소형 주택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의 경우 시의 ‘연도별 가구원 유형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07년 138만4921가구에서 2011년 151만800가구로 4년 새 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2인 가구와 3인 가구는 각각 8.2%, 1.8% 늘어난 반면 4인 가구는 감소했다. 5인 이상 가구도 2007년에 비해 5.1% 줄었다.

이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는 주거 공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소형 주택의 대표주자였던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인기가 정점을 향해 달려갔고, 소형 아파트값도 치솟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주택 면적별 집값 상승률은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이 6.2%로, 같은 기간 중소형(전용면적 60~85㎡ 이하) 상승률(0.1%)을 크게 앞선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면적별 아파트값 상승률은 소형이 22.19%로 가장 높고, 중소형이 19.83%로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대형 아파트값 상승률은 13.82%에 그쳤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 소장은 “1~2인 가구 증가로 인한 ‘강소주택(强小住宅)’ 현상은 2010년대 주거공간을 정의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라며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강소주택 현상은 앞으로도 주거공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개발 활발

2010년대 또 하나의 트렌드는 재개발·재건축으로 대변되는 ‘도시재생’이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달동네 판자촌 정비사업으로 대표 됐던 도시재생사업(1970~80년대)을 ‘도시재생 1.0시대’라고 본다면, 저층 노후 아파트 중심의 도시재생사업(1990~2013년)인 ‘도시재생 2.0시대’를 지나 도시재생사업의 전환기로 접어든 ‘도시재생 2.5시대’가 본격화한 것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등지가 본격적으로 재건축 사업에 착수했고, 서울 강북권에서는 한강변 등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봇물을 이뤘다. 또 작은 면적의 주택 한 채를 중대형 한 채로 확대하던 기존의 도시재생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법령 개정 등으로 이른바 ‘1+1’ 재건축이 가능해짐에 따라 기존 중대형 한 채를 중소형 두 채로 개발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 은퇴 후 노후자금이 필요한 사람은 소형 주택 한 채와 현금을 받을 수 있었다.

취직을 위해 대학생이 스펙 쌓기를 하듯 집·아파트도 스펙 쌓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면접자들이 지원자의 스펙을 확인하고, 주부가 식품을 구매할 때 인증마크를 확인하듯 주택을 구매하거나 전세계약을 할 때 주거공간의 스펙을 확인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친환경주택인증, 녹색건축인증, 에너지효율등급인증, 우수주택인증, 공동주택 차음성능 등급, 우수디자인인증, 금연아파트인증 등이 대표적이다. 층간소음으로 시작된 등급제가 주거공간에 광범위하게 적용돼 주거공간의 성능 평가 잣대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에는 관할기관이나 지자체의 기준 강화뿐만 아니라 주민 자발적 지정 신청 증가에 따라 집 스펙도 점점 확대되고 보편화해 갔다.

임대시장에 월세가 본격화하면서 수익형 부동산이 부동산 시장에서 주연으로 급부상한 것도 2010년대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주택시장이 전월세 시장에서 월세시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한 것이다. 주거공간이 상업용 부동산 상품으로 거듭났고, 이에 따라 기업형 뉴스테이나 준공공임대주택 등이 생겨났다. ‘5060 투자자, 2030 세입자’ 공식도 파괴되며 2030세대도 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 투자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주택 공급 부족으로 전셋값이 치솟는 와중에 금융당국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월세시장이 급속도로 확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거공간이 인공지능·사물인터넷 전초기지로

올해와 내년은 어떤 요소가 주거공간의 변화를 이끌까. 피데스개발은 올해와 2019년 주택시장에 미칠 4가지 주요 요인으로 ▶주택 관련 제도 및 부동산 정책 변화 ▶강남발 도시재생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요소 상용화 ▶한반도 상황을 꼽았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청약가점제 확대, 금리 인상 등 주택시장을 둘러싼 정책과 환경이 크게 변해 수요자들이 여러 대안을 마련하고 이 같은 대안이 주류가 되는 ‘옵션B 전성시대’가 향후 2년 간 주택시장의 주요 트렌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소장은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가 이어지고 정책이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수요자들은 이를 피한 대체시장을 만들어내고 결국 이 같은 상품들이 주류로 떠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피데스개발 조사에 따르면 ‘현재 투자하고 있는 부동산 상품’ 항목에 대한 응답에서 아파트와 상가, 오피스텔 등이 아닌 토지와 오피스가 새로 등장하기도 했다. 신규 분양시장에서는 청약가점제로 당첨이 어려운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전용면적 84㎡를 초과하는 중형 틈새상품, 아파텔 등 대안 상품이 주류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주거공간이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의 전초기지가 되는 ‘플랫홈’ 현상도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집이 단순한 물리적인 공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편리한 삶을 지원하는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나홀로 족과 더불어 욜로(YOLO·현재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주거 공간에서도 ‘횰로(나홀로 욜로)’ 공간이 각광받을 전망이다. 회사 측은 “향후 2년간 주거 공간은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예전보다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스기사]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 - “주택시장 양극화 더 빨라지고 더 심해진다”


“부동산 개발, 특히 주거공간 개발은 긴 시간 많은 공을 들여야 합니다. 한 번 만들어지면 30년, 50년 이상 소비자의 삶을 닮아내는 그릇이 되고, 치열한 인생 행로의 베이스캠프이자 라이프스타일센터입니다. 그만큼 디벨로퍼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한 거죠.”

부동산개발회사인 피데스개발이 2008년부터 ‘주거공간 7대 트렌드’를 선정해 발표한 이유다. 김승배 사장은 “시대와 문화, 소비자 니즈(needs) 변화를 관찰하고 연구해 트렌드를 찾아내고, 이를 실제 개발사업에 적용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와 피데스개발이 추구하는 부동산개발 방향은 수익이 아니라 사람이고, 개발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이다.

“(주거공간 7대 트렌드는) 처음 몇 년 간은 매년 선정해 발표했고, 이후 몇 년은 2년에 한 번씩 선정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사회가 급속히 변화하면서 주거공간 역시 숨 가쁘게 변화해 왔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변화의 텀이 길어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다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최근 1년 간 너무 많은 게 바뀌고 변했어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주택시장을 숨가쁘게 몰아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앞으로 사람이 몰리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별화(양극화)가 더 빨라지고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에서는 (차별화보다는) 양극화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데, 양극화는 평준화를 전제로 한 부정적인 표현”이라고 전제한 후 “미국·일본·유럽 등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부동산시장에서 평준화는 찾기 힘들다”며 “도심과 비(非)도심의 격차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등 일부 대도시의 집값이 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일부 투기 세력에 의한 왜곡된 현상으로 보고 있다. 그 증거가 초과이익환수제 등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각종 규제다. 김 사장은 “인구가 5000만 명인 나라에서 일부 세력에 의해 시장이 왜곡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며 “주택시장을 안정화하려면 지금이라도 정부가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1445호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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