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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중고차 사도 될까] 안전진단 받았거나 리콜 예약한 차량만 거래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전문 딜러들 “가격 더 떨어질 것” 전망 … 거래 차량 불 나면 새 차로 교환

▎주행 중 잇단 화재로 BMW 차량에 대한 리콜이 결정된 가운데 8월 3일 서울 시내 한 BMW 서비스센터에 점검을 받으려는 차량이 붐비고 있다.
2014년식 BMW 520d 중고차를 구입했는데 불이 나면 어떻게 될까? BMW의 응급진단 서비스 확인서가 있고 화재 원인이 배기가스저감장치(EGR) 때문이라면 동급의 신차로 교환을 받을 수 있다. 리콜 차량도 신차로 교환해 준다. 이를 위해서는 BMW 중고차를 구매하기 전 확인하고 동의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자동차 차주에게 BMW에서 진행 중인 안전진단을 받은 확인서가 있어야 한다. 8월 16일 이후에는 안전진단 서비스를 받지 않은 차량은 운행이 금지됐다. 확인서를 받아야 운행 중지 명령에서 제외되고 중고차를 팔 수도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지난 8월 8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BMW 차량과 화재위험이 있는 차량은 구입과 매매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리콜에 적어도 1년은 걸릴 듯


▎경기도 부천시 오토프라자 매매단지는 BMW 520d 차량의 전시장 출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과 안내판을 내걸었다. 매매단지는 “여러분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사진:연합뉴스
다음 과정이 8월 20일부터 시작하는 리콜 예약이다. 모든 차주는 리콜을 예약하고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리콜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5만대 리콜에 보통 1년 정도 걸린다. BMW 리콜 대상 차량은 10만6000대에 달한다. 일반적이라면 2년은 걸릴 수 있다. 이에 BMW 코리아 관계자는 “모든 역량을 집중해 하루라도 빨리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BMW가 리콜을 1년 내에 마무리 할 것으로 보고 있다.

BMW 차량 소유자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차량을 판매하려면 리콜 예약만 걸어 둬도 된다. 중고차를 구입하는 사람이 이를 인지하고, 차량을 구매한 다음 예약 일정에 차를 리콜하거나, 아니면 다른 일정으로 다시 잡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리콜 중에는 BMW가 제공하는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다. 원래대로면 동급 차량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리콜이 너무 밀려 있는 탓에 국산 준중형 차량을 배정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동급 차량 렌트는 법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다.

사실상 BMW 중고차 판매를 위한 걸림돌은 거의 없는 셈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이 냉랭하다. 구매 희망자가 줄어들며 거래가 예년보다 감소했다. 내차팔기 견적비교 서비스 헤이딜러에 따르면 520d 차주의 ‘판매 요청’ 건수는 화재 사건 이전 200여대에서 사건 이후 600대로 급증했다. 분석 기간은 화재 사건 이전인 6월 18일부터 30일까지, 화재 사건 이후는 7월 23일부터 8월 13일까지다. 같은 기간 520d 모델 입찰에 참여하는 중고차 딜러의 수는 평균 14.1명에서 11.5명으로 약 20% 감소했다. 화재에 대한 불안감에 중고차로 팔려는 차주는 증가했지만 구매자의 매입 의사는 줄었다는 의미다. 2014년 520d 모델의 중고차 거래가격은 사고에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대략 2900만원대에서 거래됐다. 하지만 정부가 운행중지 명령을 내린 8월 16일 이후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17일에는 400만원이나 낮은 가격인 2500만원대에 거래된 차량이 나왔다. 헤이딜러 관계자는 “차주들의 판매 요청 문의가 급증했지만 딜러들의 매입 의사가 줄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중고차 시세가 더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다른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서도 BMW 차량은 피하는 분위기다. 중고차 판매 1위 업체인 SK엔카는 BMW 중고차 거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BMW코리아의 직영 ‘BMW 공식 인증 중고차센터’와 중고차 거래업체 AJ셀카는 BMW 차량의 매입·매매를 아예 중단했다. AJ셀카는 지난 8월 10일부터 리콜 대상뿐만 아니라 BMW 브랜드 전 차종의 중고차를 대상으로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AJ렌터카 관계자는 “사고 가능성이 있는 중고차를 매매했다가 손해를 보면 곤란하다”며 “고객의 구매 문의가 뚝 끊긴 상태라 영업에 부담도 없다”고 말했다.

판매 문의 많지만 매입 요청은 드물어

업계에선 리콜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할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본사 차원의 정밀 진단과 부품 교환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체면을 많이 구겼지만 BMW가 기술적으로 그렇게 만만한 브랜드는 아니다. 기술 진단을 받고 리콜을 받기 전 1년 이상 주행하게 될 진단서 확인 모델은 조금 불안할 수 있다. 8월 7일 목포에서 화재가 발생한 BMW 520d 모델이 그런 사례다. 차주라면 충격과 분노를 느낄 사건이지만, 그래도 한 가지 위안거리는 있다. 불에 탄 중고차 대신 새 차를 받을 수 있다. BMW코리아 관계자에게 이를 악용하는 사례에 대한 방지책을 물었다. 그는 “블랙컨슈머가 나올 가능성은 있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국민과 BMW 오너들을 위한 대책과 보상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스기사] 뿔난 ‘BMW 피해자 모임’ - 불 날 때까지 스트레스 테스트 요구

BMW 관련자를 경찰에 고소한 BMW 차주들이 국무총리실과 국토교통부에 ‘화재 원인 규명 시험’을 요청했다. ‘BMW 피해자 모임’과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는 8월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바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자동차 주행 시험장(Test Track)에서 ‘화재가 발생할 때까지’ BMW 520d를 에어컨을 켠 채로 지속해서 고속주행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라”고 요청했다. 엔진룸 등 차량 내부 곳곳에 열감지 적외선 카메라 등을 설치한 다음, 시속 120㎞ 이상 고속으로 주행하다 화재가 발생하면 즉시 화재를 진화하고 차량을 분석하자는 요구다. 이들은 또한 “시동을 건 BMW 120d를 주차해놓은 채 에어컨을 가장 강한 강도로 계속 가동하는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실시하라”고도 요청했다. 지난 8월 12일 인천의 한 자동차운전학원 앞에서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켠 채 대기 중이던 BMW120d에서 갑자기 불이 났고, 화재 발생 부위가 엔진룸이 아닌 실내 사물함(글러브 박스)으로 밝혀진 데 따른 진상 규명 요구다. 또 이들은 “화재 원인 불명으로 판명된 BMW 1대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보내 화재 원인 분석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의뢰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피해자 모임은 유럽에서 520d 중고차를 구입해 유럽 차에 장착된 EGR 모듈과 국내 판매 차에 장착된 EGR 모델이 동일한 업체에서 생산된 동일한 부품인지 확인할 것, 국토부가 연말까지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화재 원인 규명 시험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즉시 투명하게 공개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피해자 모임 측은 이날 “국토부가 연말까지 화재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검증’은 선택과 집중 관점에서 불필요해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BMW가 환경 기준을 맞추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조작했을 가능성보다는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해 EGR는 많이 가동되도록 설계해놓고 EGR 쿨러나 밸브는 그 정도에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는 게 피해자 모임 측 주장이다. [연합뉴스]

1448호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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