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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주목받는 자연재해 관련 보험] 풍수재보험 가입률 22.8%에 그쳐 

 

허성하 스위스재보험 한국지사 상무
주택·온실·상가 등 저렴하게 가입 가능…일반 보험상품에선 특별약관 잘 살펴야

▎원희룡 제주지사를 비롯한 제주도청 관계자들이 8월 2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의 한 애플망고 비닐하우스 태풍 피해 현장을 찾아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의 세력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 했지만 제주도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는 피해가 막심했다. 당초 수도권을 강타할 것으로 예보됐던 태풍은 서해상에서 예상보다 일찍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호남·충청 등 태풍 이동 경로에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영향을 미쳤다. 8월 22일 밤 제주도에 상륙한 태풍은 23일 전남 목포와 전북 전주를 거쳐 24일 충남 대전을 따라 강원도 강릉으로 급커브를 돌면서 ‘C자’ 형의 상처를 남겼다. 태풍 ‘솔릭’ 북상으로 8월 24일까지 1명이 실종되고 여러 명이 부상했다.

폭염이 맹위를 떨친 여름이 저물어가고 있지만 아직 집중호우와 태풍 걱정에서 자유롭지는 않은 계절이다. 최근 사망·실종자가 200명을 넘고 상당한 재산피해가 발생한 이웃 나라 일본 서부지역의 폭우 사태를 보면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대비가 상당히 선진적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다.

태풍의 계절이 되면 매일 출퇴근 길에 한강을 건너면서 항상 강 수위를 점검하는 것이 20년 넘게 보험사고 관련 업무를 해오면서 생겨난 오래된 습관이다. 사실 지난 한 해는 미 대서양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 등으로 자연재해 사고가 세계 보험시장에 상당한 손실을 안겨준 해였다. 지난해 발생한 이들 허리케인의 피해 규모는 2005년 미국 남부를 강타해 1800여 명의 사망자와 보험사고 기준 800억 달러 이상의 보험 손해가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버금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역대 글로벌 자연재해 사고의 추세를 분석해 보더라도, 2010년을 기점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자연재해 사고의 수가 화재 등 인재로 인한 사고의 수를 넘어서고 있고, 이 또한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대형 자연재해 발생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세계 기준으로 재산피해 규모 대비 보험 미가입 비율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이런 보험 가입 공백은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국내의 경우 지난 2012년 태풍 볼라벤과 산바 그리고 2016년 태풍 차바 등 몇 차례의 태풍을 경험했다. 그러나 2002년 기상관측 시작 이래로 최대인 870㎜의 폭우를 강릉지역에 부른 태풍 루사와 강풍과 함께 남부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초래한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이에 상응할 만한 초대형 자연재해 사고는 다행히 아직 없었다.

2010년 이후 자연재해 사고 수 증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국내 보험시장에서 자연재해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많이 희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보험사들이 향후 자연재해 위험에 대한 여러 분석과 나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런 분석은 대체로 한반도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는 태풍 경로에 대한 전문적인 추세 분석과 국내 소재 보험물건에 대한 누적 위험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재해에 대한 우리의 준비는 어떠할까?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나름의 지속적인 배수시설의 개선, 하천관리 등을 통해 태풍이나 집중호우에 대한 대비를 진행해왔으며, 이를 통해 홍수·범람 등에 대한 내성이 어느 정도 생긴 점은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며,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폭우와 같이 1000mm 가 넘는 물 폭탄이 국내에서 쏟아진다면 그 피해는 사실 예측조차 어려운 수준일 것이다. 그간의 태풍 및 집중호우에 따른 보험사고의 유형과 추세를 분석해 보면 실제 우리나라의 자연재해의 규모나 유형에 상당한 변화가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우선 지루한 장마라고 불리던 장마가 이제는 열대 지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유사한 형태의 국지성 집중호우로 바뀌었으며, 태풍의 형태와 경로에도 추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전문적인 시나리오 분석과 철저한 대책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집중호우와 태풍의 시즌을 맞이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자연재해는 누구에게나 닥쳐올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재난으로 단지 정부 차원의 대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자연재해에 대한 주변 위험 요인의 점검과 더불어 보험 가입 여부의 확인이 필요한 때다.

보험에서 자연재해에 대한 보상은 많은 경우 특약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우선 주택침수의 경우 일반적으로 가입하는 주택화재보험이나 상가 공장 등의 일반화재보험은 풍수재 위험 특별약관의 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태풍 또는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및 유리창 파손 등의 손해는 이런 특별약관 가입시에만 담보받을 수 있다. 일반 기업을 주로 가입 대상으로 하는 재산종합보험은 통상 자연재해를 담보 범위에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보험 가입 종목에 따른 풍수재 담보 여부의 확인, 가입금액의 적정성 등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농촌에선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 가능

이 외에 자연재해로 인한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으로 정부가 소득 계층에 따라 보험료의 55%에서 92%까지를 지원하는 풍수재보험을 들 수 있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관장하고 민영보험사가 운영하는 정책보험으로 주택, 온실(비닐하우스 포함), 소상공인의 상가 및 공장(시범지역에 한함)을 가입대상으로 태풍·홍수·호우·강풍 등의 8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정부 지원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험임에도 지난 5월 기준 전국 단독주택 186만 가구 대상 풍수재보험 가입률은 아직 22.8% 수준에 그치고 있다. 보험가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부분이다.

농촌 지역에서는 자연재해의 발생으로 농작물이 입은 피해를 보상해 주는 보험으로 농작물 재해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 병충해를 포함해서 우박, 이상기후 등 포괄적인 담보 범위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마다 주로 재배하는 농작물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농작물의 종류에 따라 가입 기준과 담보범위를 확인하고 가입할 필요가 있다. 그 밖의 정책성 재해보험으로는 가축 재해보험과 양식수산물 재해보험이 있다.

요즘은 여름철 국지성 폭우로 주차장 등에서의 차량 침수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침수차량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차량 손해담보에 가입해야 한다. 차량침수는 흐르거나 고인 물, 역류하는 물, 범람하는 물, 해수에 차량이 빠지거나 잠기는 경우를 말하며, 창문이나 썬루프를 열어둬서 입은 손해는 통상 보상범위에서 제외된다.

제주도에 가면 날씨를 알려준다는 주먹 만한 돌멩이 한 개가 안내표지판과 함께 매달려 있다. 안내문에 적힌 날씨를 알려주는 방법은 간단하다. 돌이 젖었으면 비, 돌 위가 흰색이면 눈, 돌이 안 보이면 안개, 돌이 흔들리면 지진, 돌이 없으며 태풍이라는 것이다. 관광객을 즐겁게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지만 한편 생각해 보면 돌이 없어진 이후에 태풍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주먹구구식의 대비가 아니라 사전에 주변을 점검해 위험 요인은 없는지, 보험은 가입되어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확인하는 것만이 자연재해로부터 우리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1449호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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