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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한국판 어벤저스(현대차+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카카오) 만들어 적극 대응해야”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도요타·GM도 공유차 업체에 무릎 꿇어...해외 기업 공세 견딜 국내 플랫폼 부재 뼈 아파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발맞춰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연합체 결성이 필요하며 정부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진:김현동 기자
“자동차 산업은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융합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50년보다 앞으로 5~10년 간 더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고 본다.”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바라 회장은 110년 역사의 GM이라도 자동차 산업의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존속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에 GM을 자율주행차와 공유차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전통적 완성차 비즈니스에 천착한다는 평가를 받던 GM이지만 2013년 바라 회장 취임 이후 공유차 브랜드 메이븐 출범, 공유차 업체 리프트 인수 등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공유·자율주행·전기 등 파편된 기술이 한데 뭉치며 자동차 산업을 뿌리부터 바꿔나가고 있다. 기술 표준경쟁 수준이 아니다. 밸류체인의 골격을 바꿔나가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와 정보통신기술(ICT) 등 산업 간 융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만 유독 무풍지대에 가깝다. 규제와 사회적 반발에 부딪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만나 최근 글로벌 산업 동향과 한국의 대응 방향을 물었다. 고 센터장은 자동차·타이어 부문에서 수 차례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된 전문가다. 2014년부터는 자동차 업계와 정부 관계자들에게 생존을 위한 협업 강화를 호소하고 있다.

언제부터 자동차 산업에 변화가 시작됐나.

“당초 친환경차·자율주행차·커넥티비티(연결성)·공유차 등이 따로 발전할 때는 대부분의 사람이 모빌리티를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 치부하고 말았다. 그러나 인공지능(AI)과 라이더 기술은 개발자가 일일이 프로그래밍을 하지 않아도 사물을 인식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랐고, 디젤 게이트 이후 리튬에어 기술이 발전하며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렸다. 처음에 렌트카의 아류라고 생각됐던 우버가 친환경·편의성 등 사용자의 여러 요구를 플랫폼에 실으며 각 분야를 한데 묶는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산업 변화를 공유차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는 뜻인가.

“우버의 서비스는 세계 65개국에서 파장을 일으켰고,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진 업체가 속속 등장했다. 중국 디디추싱, 인도 올라 등 현재는 각국에 1위 업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올해 말 상장하는 디디추싱은 기업가치가 60조~70조원에 이른다. 리프트는 17조원, 우버는 700억 달러가 넘는다.”

후발 업체인 디디추싱이 빠르게 성장한 비결은 무엇인가.

“중국 정부가 우버 등 해외 플랫폼의 자국 진입을 잘 막아줬다. 그러면서 서비스 확대와 기업 간 합병을 묵인해줬다. 중국의 공유차 업체가 디디추싱으로 일원화 돼서야 카헤일링(차량호출) 시장을 풀어줬다. 아마 한국이 공유차 시장을 해외에 열어줬다면 디디추싱에 장악당했을 것이다. 한국 정책당국도 중국의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

“자국 플랫폼 키운 후 시장 개방한 중국 배워야”

한국은 왜 공유차 비즈니스가 사실상 전무한가.

“운송교통법상 출·퇴근 시간만 일부 허용됐고 그외 경우는 모두 불법이다. 가장 큰 관건은 정부 규제다. 한국은 영토가 작고 택시 공급량이 많아 넉넉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정부가 이를 열어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초기에 기회가 있었는데 걷어찬 꼴이다. 풀러스·럭시 등의 스타트업 서비스가 있었는데 꽃을 피우지 못했다. 현재는 SK·카카오 등이 지분을 투자한 상태지만 사업의 큰 진전은 없는 실정이다.”

한국만의 공유차 업체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공유경제는 잉여가 있는 한 무조건 발생한다. 자동차는 전체 운행시간의 95%는 주차장에 있게 마련인데 이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자동차 소유주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앞으로 공유차 서비스는 로밍 서비스를 통해 국경을 허물 것이다. 2000만 인구가 밀집된 서울·경기·인천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우버·디디추싱 같은 해외 업체에게 국내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면 국내 시장을 확보한 업체가 있어야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 또 한국이 세계적 흐름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면 완성차 제조사들의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

자율주행 기술은 현재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나.

“주부들이 전날 애플리케이션으로 물품을 주문하면 자율주행차가 모든 동선을 돌면서 배달하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대금은 물품을 받는 순간 자동으로 지불된다. 이미 동남아시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많은 나라에서 라이딩 셰어링과 관련한 많은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과거 자율주행차의 사고 우려가 있었지만 딥러닝과 뉴트럴 네트워크 기술 발달로 완화됐다. 만약 센서가 오작동을 일으켜도 통신 기술이 이를 보완해 준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5G 통신이 퍼지는 2021년을 자율주행차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정교한 지도가 있어야 자율주행 기술도 가능하지 않나.

“실리콘밸리와 디트로이트가 경쟁을 벌일 때 독일 메르켈 총리가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과 1박2일 간 치열하게 논의를 했다. 그 결과 구글맵에서 탈피하기로 하고 노키아의 자회사였던 지도 업체 히어를 독일 3사(벤츠·BMW·아우디)가 인수했다. 미주는 구글맵이지만 유럽은 히어맵이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기술까지 더해져 빅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글로벌 얼라이언스 굳어지고 나면 막대한 비용 치러야”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어느 수준인가.

“자율주행 AI 기술은 이미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상황이다. 지도는 SK텔레콤과 카카오 등의 것을 자율주행에 쓸 수 있도록 정리가 필요하다.”

이번 도요타와 소프트뱅크의 협력 강화는 어떤 의미인가.

“도요타의 이팔레트 프로젝트에 모빌리티의 모든 게 담겼다고 본다.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아 상당히 구체화 됐다. 물류부터 피자 배달까지 자율주행 공유차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부가가치는 이동거리의 총합이 될 것이다. 자동차가 24시간 쉬지 않고 주행한다는 뜻인데, 빨리 폐차되더라도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한국 모빌리티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플랫폼의 부재다. 도요타가 소프트뱅크에 무릎을 꿇고 GM이 리프트에 고개를 숙인 것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노출도가 적은 자동차 회사는 추락하고 말 것이다. 공유차가 등장하고 뉴욕의 택시 라이센스 가격은 99% 하락했다. 한국도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 글로벌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현대자동차를 주축으로 관련 기업을 묶는 한국형 어벤저스 만들어야 한다.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가 5G 모뎀칩을 만들고 LG전자가 전장부품을 제공해 현대차가 완성차를 만들면 된다. 더불어 SK텔레콤이 통신서비스를, 카카오가 공유차 플랫폼을 제공해 전체 모빌리티를 관통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현대차가 현재 연 700만 대 이상의 차를 파는데 라이딩 셰어링에 끼지 못하면 이 물량을 어떻게 소화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글로벌 얼라이언스가 공고해진 후 동참하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1456호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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