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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코스피 2150~2350 박스권 전망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반등과 급락 거듭하며 횡보 가능성…선진국 시장 예의주시해야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 증시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IMF·WB 연차총회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 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 1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00년 3월 29일 나스닥 지수가 4% 하락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잠시 주춤할 때였는데 사흘 간 후퇴한 후 다시 최고치 근방인 5000선을 회복했다. 진짜 하락은 그 이후 발생했다. 조금씩 후퇴하던 주가가 4월 중순에 본격적으로 내려오기 시작해 닷새 만에 25%가 떨어지는 상황으로 악화됐다. 꾸준히 제기되던 IT 버블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주가 하락은 2000년 말 나스닥 지수가 2300대로 밀려날 때까지 계속됐다. 8개월 사이에 최고점 대비 60%가 하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상황이 마무리됐다. 우리 시장도 안전하지 않았다. 2000년 4월 하루 동안 11.6%가 떨어지는 폭락을 겪은 후 잠시 회복되기도 했지만 다시 내려가 연말에 코스피가 500 밑으로 떨어졌다. 10개월 사이에 50% 이상 하락한 건데 외환위기 때와 맞먹는 하락 속도였다.

대세 하락이냐 일시적 하락이냐

2011년 8월 13일 S&P500지수가 한꺼번에 5.1%나 떨어졌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미국의 국채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기 때문이다. 사태 이전에도 불안한 요인은 있었다. 정부 부채 한도를 늘리려는 협상이 의회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정부 기능이 마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그 영향으로 조금씩 후퇴하던 주가가 신용등급 하락을 계기로 급락해 버렸다. 초반 하락 기세는 대단했다. 불과 사흘 만에 S&P500지수가 1260에서 1120으로 11.2%나 떨어졌는데 이후 평온을 되찾아 연말에 다시 1250대를 회복했다. 우리 시장은 미국보다 반응이 더 셌다. 미국 주가가 떨어지는 동안 수 차례 10% 넘는 하락을 기록할 정도였는데 8월 16일(-125포인트)과 19일(-115포인트)이 특히 심했다. 그리고 이 하락을 기점으로 2011년에서 2016년까지 5년 반 계속된 박스권이 시작됐다.

똑같은 급락이라도 두 경우는 다른 결과를 낳았다. 2000년은 대세 하락으로 연결된 반면 2011년은 일시적 하락에 그쳤다. 이런 차이는 하락의 원인에서 나왔다. 2000년은 하락이 시작되기 전에 주가가 10년 가까이 상승했다. 중간에 1년 정도 쉰 걸 제외하면 전체 상승 기간이 15년에 달할 정도였다. 버블 부담도 있었다. 2000년 1분기에 나스닥의 주가수익비율(PER)이 80배를 넘었다. 10년 넘게 계속되던 미국 경기 호황도 이 무렵 꺾였다. 미국 시장이 내부에서 무너지기 시작한 만큼 하락 압력이 강하고 회복도 쉽지 않았다. 이와 달리 2011년은 외부 악재가 원인이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낮아질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던 상황에서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는데 사태가 수습된 후 주가가 안정을 찾았다.

미국 주가가 갑자기 급락했다. 다우지수가 이틀 동안 1200포인트나 하락할 정도였다. 우리 시장은 이보다 더 심했다. 추석 연휴 직후부터 미국 주가 하락이 발생할 때까지 8일 동안 225포인트, 10%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할 정도였다. 미국 금리 인상이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 현재 금리 인상 속도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거란 우려가 팽배한 상태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 의지를 다시 밝히자 시장이 요동을 쳤다. 악영향은 시장의 약한 고리에서부터 나타났는데 그게 이머징 마켓이었다. 우리는 경기 둔화 우려까지 겹쳐 주가가 더 크게 하락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주가 하락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일회성으로 끝날까 아니면 계속 이어질까? 두 가지는 분명하다. 우선 일회성이라 해도 시장이 안정을 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과거 예를 보면 폭락이 한 차례로 끝난 경우는 없었다. 반등과 한두 차례 더 하락하는 상황이 벌어진 후 저점 부근에서 횡보하는 형태로 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도 비슷하다. 연말까지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새로운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코스피 2150이 바닥이 되고 2350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옆으로 밀고 가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락 요인만 보면 상황이 좋지 않다. 외부 충격보다 내부 요인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가가 10년 가까이 상승했다. 우리는 오른 기간이 미국보다 짧지만 해외 시장 강세에 편승해 올랐기 때문에 기반이 취약하다.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줄어드는 것도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 혼자만 금리를 올렸지만 앞으로는 다른 나라가 동참하는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겠다고 나서는 걸 보면 다른 나라의 처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적도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 3분기 실적이 괜찮을 걸로 전망되지만 주가를 올리기 보다는 일정 수준 밑으로 내려가지 않게 유지하는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내년이다. 또 다른 장애물이 예상된다. 국내외 경기가 시간이 갈수록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월에 바닥을 쳤으니까 지금까지 112개월째 확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 된다. 해당 기간 평균 성장률은 1.8% 정도였다. 이전에 100개월 이상 경기 확장을 기록했던 1990년대는 성장률이 3%대 중반이었다. 가늘고 긴 확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문제

다른 나라 사정도 비슷하다. 일본이 9월까지 71개월째 경기 확장을 이어오고 있다. 사상 최장기였던 2000년대 중반의 73개월과 맞먹는다. 독일 역시 115개월로 통일 이후 최장이다. 영국은 대처수상 때 기록했던 150개월에 이어 두 번째로 긴 경기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9월까지 66개월째 확장 중인데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비관적 전망이 많지만 저점이 공식화되지는 않았다. 문제는 성장률 수준이다. 거론된 어떤 나라도 과거 확장 때의 성장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성장은 낮은데 지속 기간은 긴 만큼 경제의 방향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금리도 문제다. 미국 행정부가 연준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지만 먹히지 않았다. 통화가치 안정을 목표로 하는 기관인 연준이 상황이 됐을 때 금리를 최대로 높여 향후 정책 여지를 확보하자고 생각한 것 같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유럽의 양적완화가 끝난다. 다음은 금리 인상이다. 앞으로 금리 인상 속도와 참가하는 나라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 시장처럼 오랜 시간 오를 경우 주가는 칼로 두부를 자르듯 단절적인 형태로 진행되지 않는다. 상승 기간 동안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져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매수세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락은 투자자들의 기대가 꺾이고 상승 에너지가 모두 사라진 후에 시작된다. 올해는 에너지가 약해지는 과정이었다. 가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걸 제외하면 주가가 대부분 기간 옆으로 누워있었다. 미국 시장이 약해지면 우리 시장의 하락이 불가피해 진다. 선진국 시장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1456호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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