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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떼 쓰는 엘리엇?] ‘자산 팔아 주가 올려라’ 억지춘양식 주장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지배구조 개편하려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 매입 후 평가손…‘자본주의의 흡혈귀’로 악명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현대차그룹을 다시 흔들고 있다. 엘리엇 측은 11월 14일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차 이사진에 ‘주주 환원정책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협업’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명분은 그럴 듯하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자산을 팔아 주가를 올리라는 주문이다. 현대차그룹의 사내 유보금은 현대차가 8조∼10조원, 현대모비스가 4조∼6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를 처분해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올리라는 주장이다. 엘리엇은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무산시키고, 9월에 현대모비스를 쪼개 현대차, 현대글로비스로 합병하라고 압박했다. 이번이 세 번째 공격이다.

지배구조 개편 무산 등 3번째 공격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엘리엇의 지금까지 행태를 보면 그냥 무시할 사안만은 아니다. 엘리엇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지분을 각 3% 정도씩 갖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46.4%에 이르는 지분을 가진 전체 외국인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주주 배당을 늘려주겠다며 아군으로 포섭해 기업 경영진을 압박하는 데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15년 삼성그룹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엘리엇으로부터 비슷한 공격을 받았다.

엘리엇은 행동주의펀드로 불린다. 동시에 벌처펀드라는 악명도 가지고 있다. 약점을 치고 들어와 기업을 흔들고 수익을 챙겼다. 지배구조 개편, 구조조정 등 민감한 이슈가 발생한 기업의 주식을 사들인다. 그리고 일반 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약속해 세를 모은 다음 대주주를 공격한다. 경영권을 장악하면 단기 차익을 챙겨 빠져나가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기업에는 적군인데, 소액주주에게는 확실한 이익을 보장해주는 우군이다. 포춘은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스마트하고 터프한 펀드’로 꼽았고, 블룸버그는 ‘자본주의 사회의 흡혈귀(bloodsucker)’라고 혹평했다.

엘리엇이 걸어온 길을 보자. 2001년 재정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와 소송을 벌여 아르헨티나를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뜨렸다. 펀드가 국가 재정을 흔든 케이스다. 이때 썩은 고기를 먹는 대머리 독수리인 ‘벌처펀드’라는 악명이 생겼다. 기업 사이에서도 원성이 높다. TWA·엔론·컴캐스트·P&G·델파이·티센크루프·텔레콤 이탈리아·워터스톤즈 같은 글로벌 기업이 엘리엇의 공격을 받았다. 최근 사례를 보자. 이탈리아 최대 통신사 ‘텔레콤 이탈리아’의 경영권은 지난 5월 엘리엇에 넘어갔다. 텔레콤 이탈리아 주식 24%를 가진 프랑스 재벌 비방디 그룹이 주식 9%를 가진 엘리엣과의 표 대결에서 졌기 때문이다. 영국의 최대 서점 체인 워터스톤즈는 지난 4월 엘리엇에 인수됐다. 한국에서는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공개 반대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삼성에 30조원 특별배당, 사외이사 추가 등을 요구해 일부를 관철시키기도 했다.

시장에선 엘리엇의 이번 서한이 새로울 게 없다는 반응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현대모비스의 보유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라는 주장을 통해 소액주주의 지지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라며 “조만간 현대차그룹이 내놓을 지배구조 변경안에 맞서 주총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본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현대모비스의 모듈·애프터서비스(AS) 부품 사업을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을 뼈대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가 엘리엇을 비롯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에 부닥쳐 철회했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과 관련해 주주환원 확대 등의 추가 조치를 요구했고, 이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제안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개선하고 있다. 엘리엇은 현대차 지분 3.0%와 기아차 지분 2.1%, 현대모비스 지분 2.6%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 봤을 때 엘리엇은 지금까지 약 2470억원의 투자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박스기사] 한국판 엘리엇 등장? | 한진칼 급습한 KCGI

기업지배구조 개선 전문 사모펀드가 설립한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 지분 9%를 취득했다. 532만2666주 규모로 11월 15일 장 마감 후 공시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경영참여형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가 만든 KCGI제1호사모투자 합자회사가 최대주주다. 이번 지분 확보로 지분 8.35%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을 제치고 한진칼 2대 주주에 올랐다. KCGI를 설립한 강성부 전 LK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2005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보고서를 낸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다. KCGI 측은 공시를 통해 “장래에 회사 업무집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하면 관계 법령 등에서 허용하는 범위 및 방법에 따라 회사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들을 고려할 예정”이라며 경영 참여 의사를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KCGI가 단순 투자가 아니라 한진그룹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지분을 매입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진칼 이사회 멤버 7인 중 3인의 이사와 감사의 임기 만료일이 내년 3월 17일로 예정돼 있어 그레이스홀딩스가 내년 정기주총에서 이사진 교체를 시도할 것”이라며 그레이스홀딩스의 경영권 장악 시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사회 장악 이후에는한진칼의 적자 사업부 정리를 위한 호텔 및 부동산 매각, 계열사 경영 참여 시도가 예상된다”며 “내년 주총 표 대결 전까지 한진칼의 주가는 상당 기간 급격한 변동성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경영참여 선언을 한 만큼 지배구조 개선 요구 압박이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다. 대한항공 지분 30.0%, 진에어 지분 60.0%, 칼호텔네트워크 지분 100%, 한진 지분 22.2%, 정석기업 지분 48.3%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한진칼의 지분 현황은 최대주주인 조양호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 17.84%(특수관계인 지분 합산 시 28.95%), 그레이스홀딩스 9.00%, 국민연금 8.35%, 크레디트스위스 5.03%, 한국투자신탁운용 3.81%, 기타기관과 소액 주주 44.86% 등이다. - 연합뉴스

1460호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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