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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금리 인상의 실물경제 영향은 제한적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기준금리 수준 여전히 낮아…은행지주사 발행 신종자본증권에 관심을

1년 만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실물에 영향을 주기에는 기준금리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는 선진국과 다른 형태로 금리를 움직여왔다. 미국처럼 꾸준히 올리지도, 유럽이나 일본처럼 낮은 수준에 고정시켜 놓지도 않았다. 2010년에 2.0%를 바닥으로 오르기 시작한 국내 금리는 1년 반 사이 5번의 인상을 통해 3.25%가 됐다. 국내 경기가 우려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아 금리를 원상태로 돌려야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유럽 재정위기, 국내 경기 활성화 필요성 등의 요인으로 2012년 7월부터 금리를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4년 7월이 됐다. 정부가 돈을 빌려 부동산을 사자는 걸 경제 운용 틀로 제시하면서 2.5%였던 금리가 1.25%까지 내려왔다. 이후 간간히 인상 필요성이 얘기되긴 했지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 지난해 말에 처음 한 번 올렸다. 기준금리가 최저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낮은 상태라는 의미가 된다.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금리 수준이 높아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상태가 아니다.

금리 인상은 이번 한 번에 그칠 듯

1년 전에 금리를 한 번 올린 것도 영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과거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사이의 관계를 보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시장금리가 오르기 시작해 2~3차례 인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그 추세가 이어졌다. 이후에는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시중금리가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졌다. 지금 우리 시장은 세 번째 단계에 들어와 있다. 지난해에 금리를 한 번 밖에 올리지 않았는데 벌써 세 번째 단계로 넘어왔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데 이번은 금리 인상 사이에 시간 간격이 너무 커 영향이 빨리 나타난 걸로 보인다. 시장금리를 보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국채 3년물 금리가 3월에 2.3%를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해 지금은 2% 밑으로 내려왔다. 금리 인상의 영향이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이다.

당분간 금리 인상이 없을 거란 점도 실물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열된 경기를 식히는 게 목적이라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여러 차례 올릴 것이다. 금리 인상으로 경제 변수의 방향이 바뀔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반면, 정책은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한 후에야 멈추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은 상황이 과거와 다르다. 자산 가격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게 금리 인상의 목적인 만큼 후속 인상은 없을 걸로 전망된다.

11월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꼭 올려야 한다고 얘기하는 측에서 핵심 근거로 삼았던 부분이 국제금리와 격차다. 미국과 우리의 금리 차이가 0.75%포인트로 벌어져 국내에서 자금이 빠져 선진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으니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가능성은 애초부터 크지 않았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패턴을 보면 알 수 있다. 올해 10월 말 현재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채권 잔고는 111조8000억원이다. 올 들어 13조6000억원이 늘었는데 지난해 9조4000억원보다 큰 액수다. 미국과 금리차가 벌어지면 자금이 빠져 나갈 거란 예상과 달리 오히려 돈이 들어온 것이다. 올해는 금리뿐 아니라 환율도 외국인 투자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원·달러 환율이 연초 1060원대에서 1120원대로 상승했다. 수익률만 생각하면 외국인이 상당한 손해를 받기 때문에 자금을 뺐을 텐데 반대로 움직였다. 국제 금리차가 우리 채권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이 아니어서다. 외국인이 우리 채권을 매입하는 건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서라고 이해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은 금리를 인상하면 곤란하다는 쪽의 핵심 논리였다. 마찬가지로 영향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걸로 보인다. 가계부채는 오래 전부터 거론돼온 문제다. 지난 10년 간 우리나라의 자산가격 상승률은 선진국에 비해 낮았다. 둘 다 가계부채 문제를 희석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3분기 말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총액은 1427조원이다. 증가율은 2016년 11.3%에서 6.7%로 떨어졌다. 10월에 가계가 신규로 빌린 돈의 평균 대출금리는 3.64%인데 금리 인상을 선반영해 9월보다 0.03%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31%로 전체 대출 금리보다는 조금 낮다. 지난해 12월 처음 금리를 인상했을 때 대출금리 움직임을 보면 9월 3.41%에서 12월에 3.61%로 상승한 후 올해 1월에 3.71%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횡보하다 올해 7월에 다시 하락했다. 과거 흐름을 보면 이번에도 금리 인상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역할을 해도 그 기간이 일시에 그쳐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자산시장은 실물과 달리 금리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다. 가격이 너무 높아서다. 부동산이 특히 걱정인데, 8월 이후 상승분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를 인상할 경우 그동안 가격 상승을 끌고왔던 동력이 약해지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지난 10년 간 국내외 자산 가격을 끌어올린 힘은 낮은 금리였다. 이 부분이 약해지는 건데 그나마 주식시장은 10월~11월에 크게 하락해 금리 인상의 영향을 덜 받을 걸로 전망된다.

금리가 오를 때 혜택을 보는 종목은 많지 않다. 금리 인상은 기업의 비용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굳이 꼽는다면 금융주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은행 수익의 큰 부분이 대출과 예금 금리의 차에 따라 결정되는데, 금리가 오를 경우 그 차이가 벌어져 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금리가 오름에 따라 채권 투자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00년 말에 500만원씩을 주식과 3년 만기 국채에 투자했을 경우 현재는 각각 2100만원과 1223만원이 됐을 것이다. 종합주가지수와 연간 채권가격 변동을 가지고 계산하면 그렇다. 주식이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만 이는 2000년말에 주가가 최저였고 채권은 국채라는 가장 보수적인 수단을 사용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반대로 1989년 말을 기준으로 하면 각각 1000만원과 9000만원으로 채권이 주식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을 얻는다. 장기 투자 대상으로 채권을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다.

채권 투자 고려할 만

회사채 중 은행지주회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은행채에 비해 신용등급이 몇 단계 낮지만 평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은행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괜찮은 투자대상이다. 지금 연간 수익률은 4.0~4.5% 정도 된다. 채권 투자를 꺼리는 얘기 중 많은 부분이 막연한 공포 때문이다. 금리가 낮아서, 너무 어려워서, 많은 돈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등 다양하다. 채권을 발행한 회사가 부도가 날지 그렇지 않을지만 판단하면 되므로 어렵지 않고 적은 돈으로도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 지난 5년 채권의 누적 수익률이 주식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걸 감안하면 금리가 낮아서도 투자를 회피하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투자 범위를 넓혀야 하는데 채권은 좋은 투자 대상이다.

1463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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