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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분양시장에 무슨 일이] 한 달 사이 분양가 3.3㎡당 200만원 껑충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디에이치 라클라스, 래미안 리더스원보다 비싸... 장애인용 승강기 면적 따라 ‘고무줄’

▎한 달새 분양가가 3.3㎡당 200만원 오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라클라스 견본주택. 분양가를 규제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계산 방식이 복잡해 가격 혼란을 낳고 있다.
올해 마지막 강남권 ‘로또’로 꼽힌 서울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라클라스(삼호가든맨션3차 재건축 단지)가 예상대로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12월 5일 1순위 청약접수 결과 210가구 모집에 5028명이 신청해 평균 23.9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최고 경쟁률은 1가구 모집에 412명이 몰린 104㎡B타입이었다. 하지만 한 달 전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 리더스원(우성1차 재건축)과 비교하면 청약경쟁률이 절반 수준이다. 이 단지는 모집 가구 수(232가구)가 디에이치 라클라스와 비슷한 반면 청약자는 두 배 수준에 가까운 9671명이었다. 청약경쟁률이 41.7대 1이었다. 디에이치 라클라스가 있는 반포동이 서초동보다 아파트 시세가 더 비싸고 국내 아파트값 최고가 지역인 데도 청약 경쟁률은 떨어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직전 1년 이내 최고 분양가 못 넘게 규제


래미안 리더스원 분양 이후 한 달 새 디에이치 라클라스 분양가가 뛴 게 청약경쟁률이 내려간 원인 중 하나로 업계는 본다. 디에이치 라클라스 분양가가 래미안 리더스원보다 3.3㎡당 200만원가량 높기 때문이다. 30평대 전용 84㎡ 기준으로 7000만원, 50평대 전용 132㎡면 1억원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10월 말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래미안 리더스원 분양가가 3.3㎡당 4489만원이었다. 래미안 리더스원 이전 최고 분양가가 2016년 1월 분양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 3.3㎡당 4289만원이었다. 이 금액을 넘어 3.3㎡당 200만원 정도 상승하는 데 3년 가까이 걸렸다. 분양 시기가 직전 분양 단지와 1년 넘게 차이 나면서 래미안 리더스원 분양가가 오를 수 있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직전 1년 이내 최고 분양가를 넘지 못하게 분양가를 제한하고 있다. 1년 새 분양이 없었으면 10% 이내에서 올릴 수 있다. 래미안 리더스원 직전 분양 단지는 지난해 9월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센트럴자이 3.3㎡당 4250만원이었다. 그런데 래미안 리더스원 분양가가 오른 지 1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디에이치 라클라스 분양가가 또 올랐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보증을 내준 분양가가 3.3㎡당 4687만원이었다. 한 달 새 4.4% 상승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가 규제를 중단한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복잡한 분양가 산정 방식에 따른 ‘착시’다.

정부는 2016년부터 장애인용 승강기 면적을 흔히 ‘OO평형’이라고 말하는 공급면적(전용면적+주거 공용면적) 계산에서 제외했다. 공급면적에서 빠지는 면적만큼 집을 더 지을 수 있어 사업자는 유리하다. 정부가 장애인 주거복지를 위해 건축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공급면적에서 장애인용 승강기 면적이 빠지면 가구당 분양가가 같더라도 공급면적이 줄어 3.3㎡당 분양가가 올라가게 된다. 분양가가 6억원이고 장애인용 승강기 면적(5㎡)을 포함한 공급면적이 120㎡인 경우 공급면적 3.3㎡당 분양가는 1653만원이다. 장애인용 승강기를 제외하면 1725만원으로 70만원가량 올라가게 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래미안 리더스원 3.3㎡당 분양가를 계산할 때 장애인용 승강기 면적을 포함했다. 그게 3.3㎡당 4489만원이었다. 이와 달리 이번 디에이치 라클라스에서는 장애인용 승강기 면적을 빼고 계산해 3.3㎡당 4687만원이 나왔다. 장애인용 승강기 면적을 합쳐서 계산하면 복잡하기 때문에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제외했다. 입주자모집공고상의 공급면적이 장애인용 승강기 면적을 뺀 면적이어서 이를 합쳐 계산하면 헷갈리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앞으로 계속 장애인용 승강기 면적을 제외한 모집공고상 공급면적으로 분양가를 계산한다.

결국 계산방식의 차이다. 실제 가구당 분양가는 사실 같다. 장애인용 승강기 면적을 빼고 입주자모집공고상 공급면적으로 계산하면 래미안 리더스원 분양가도 3.3㎡당 4687만원이다. 정확히 말하면 디에이치 라클라스가 3.3㎡당 3000원가량 더 낮다. 전용 59㎡가 래미안 리더스원 12억6000만~12억8000만원, 디에이치 라클라스 10억8200만~12억6100만원이다. 전용 84㎡는 각각 15억7000만~17억1000만원, 14억6900만~17억4700만원이다.

지난 6월 분양한 강동구 고덕동 고덕자이도 앞서 지난해 10월 나온 고덕아르테온 이후 8개월 지났는데도 분양가가 3.3㎡당 100만원 정도 오르며 당시 논란이 됐다. 고덕아르테온이 2346만원이었고 고덕자이는 2445만원이었다. 이때도 장애인용 승강기 면적 포함 여부로 분양가 차이가 났다. 고덕자이도 장애인용 승강기 면적을 포함하면 고덕아르테온과 같은 가격이었다. 전용 84㎡ 기준으로 고덕자이는 7억5000만~8억원이었고, 고덕아르테온이 7억5000만~8억5000만원으로 오히려 고덕자이보다 조금 더 비쌌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계산하는 분양가에 다른 함정이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보증 기준으로 삼는 3.3㎡당 분양가는 주택형별·층별 분양가를 산술평균한 금액이다. 주택형·층별 분양가에 해당하는 가구 수는 상관없다. 일반적으로 업계는 주택형별·층별 분양가에 해당 가구 수를 곱한 액수를 모두 합친 총분양가를 총 공급면적으로 나눠 계산한다(가중평균 방식). 일반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분양가도 이 금액이다. 대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산술평균 방식보다 가중평균 방식으로 계산한 분양가가 조금 더 높다. 주택형별·층별 산술평균 분양가는 같더라도 가구 수가 많은 분양가를 높이면 총분양가가 올라간다. 디에이치 라클라스와 래미안 리더스원 모두 이런 가중평균 방식 분양가는 3.3㎡당 4891만원으로 산술평균 금액보다 200만원 더 비쌌다.

옵션 비용, 중도금 대출이자 등도 따져봐야

분양가는 서로 같은데 디에이치 라클라스와 래미안 리더스원 중 어디가 더 매력적인 ‘로또’일까. 주변 새 아파트 시세와 분양가 차액을 비교해보면 된다. 디에이치 라클라스 바로 옆에 지난 8월 입주한 반포래미안아이파크가 3.3㎡당 5860만원이다. 전용 84㎡가 21억~22억원이다. 디에이치 라클라스가 14억6900만~17억4700만으로 5억원가량 저렴하다. 래미안 리더스원 옆에 올해 초 입주한 래미안서초에스티지S는 3.3㎡당 5630만원이고 전용 84㎡가 19억~20억원 선이다. 분양가(15억7000만~17억1000만원)와 차이가 4억원 정도다. 이렇게 보면 디에이치 라클라스의 시세차익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시세차익을 계산할 때 더 고려해야 할 게 있다. 분양가에서 빠진 추가 옵션 비용과 소유권을 넘겨받을 때까지 들어가는 중도금 대출 이자다. 전용 84㎡ 기준으로 옵션 비용이 최고 1억원 정도이고 중도금 대출 이자는 5000만원 이상 예상된다. 현재 시세차익에서 이 만큼의 비용을 빼야 하는 셈이다. 실제 디에이치 라클라스 ‘로또 금액’은 3억5000만원인 셈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도곡PWM센터 PB팀장은 “분양가 산정 방식이 복잡하고 분양가에 드러나지 않은 숨은 비용도 있기 때문에 분양가를 포함한 실제 비용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1463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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