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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흔들리는 美 증시 향방 주시해야 

 

연중 최저치 무너지면 한국 증시도 하락 위험… 경기 둔화 우려 점점 커져

지난 9월 27일 나스닥 지수가 8046포인트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하락해 지금은 70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두 달 사이에 13% 넘게 하락한 것이다. 12월 들어 상황이 더 나빠졌다. 첫 주 나흘 동안 두 번이나 3%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안전할 거라 믿었던 곳에서 의외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주식시장이 왜 이럴까?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미국 시장의 향배는 미국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 주식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과거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세계 주식시장은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동조화 형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10월 한때 2000선 밑으로 내려갔다. 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당분간 주가가 이 선을 다시 밑도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걸로 보이지만 이는 미국 시장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서 성립할 수 있는 얘기다. 미국 시장이 하락을 계속한다면 우리 시장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미국 장·단기 금리차 축소

미국 시장이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 둔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아직은 문제가 없지만 조만간 경기가 정점에 도달하는 게 아닌지, 정점에 도달하면 주가가 어떻게 되는 건지에 대한 우려가 하락을 촉발하고 있다. 현재 세계 경제는 두 부류로 나눠진다. 하나는 경기가 변곡점을 지나 하락 추세로 접어든 나라들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 중간재나 자본재를 수출하는 나라가 여기에 속한다. 다수의 신흥국도 포함된다. 다른 하나는 경기가 정점을 향해 올라오고 있는 나라들이다. 소비 비중이 큰 선진국들이 여기에 속해 있다. 미국도 그중 하나다. 아직 경제가 변곡점을 지나지는 않았지만 전환 신호가 곳곳에서 발생하는 걸 보면 조만간 경기 둔화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장·단기 금리차 축소도 경기 둔화에 힘을 실어준다. 미국의 3년 만기 국채와 5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뒤바뀌었다. 2007년 6월 이후 11년 6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단기 수익률은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에 따라, 장기 수익률은 경제 전망에 따라 결정된다는 걸 감안할 때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경기 둔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는 과정으로 보는 게 맞다. 과거 기록을 보면 미국의 3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 5년 만기 수익률이 역전될 경우 시간을 두고 2년과 10년 만기 금리 역시 뒤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앞으로 금리 역전 현상이 광범위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1988년 12월, 2000년 2월, 2006년 1월에 2년과 10년물 금리가 뒤바뀐 이후 미국 경제 움직임을 보면, 역전 현상이 있고 2~4분기 후에 경제가 약해졌다. 경기 둔화에 대한 두려움이 주가 하락으로 나타날 만하다.

주가가 높아지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것도 문제다. 10월 이후 거래 일수 48일 중 S&P500지수가 1% 넘는 등락률을 기록한 게 21일이나 된다. 비율로 보면 44%이다. IT버블이 붕괴되기 직전인 2000년 초부터 4월 초순까지 동일 비율이 43%였다. 연간 주가 등락률이 10%를 넘는 예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엄청난 변동성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변동성이 커진 건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기 때문이다. 시장 방향에 대한 확신이 없다 보니 그 때 그 때 주가에 따라 움직이는 건데 이런 변동성이 나온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하거나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10년 간 이어져온 미국의 주가 상승은 세 단계로 나뉜다. 흔히 얘기하는 ‘3번의 상승과 2번의 조정’이란 대세 상승의 틀이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1년 동안 조정이 계속되고 있다. 이 상황을 넘으려면 새로운 동력이 있어야 하는데 당장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추가 재정 투입은 공감을 얻기 힘들며,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더라도 시장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유동성 축소가 계속되기 때문인데 또 다른 부담 요인이 된다. 주가 결정 과정에 펀더멘털 이외 요인의 영향이 커진 것도 문제다. 미국 경제가 110개월 넘는 확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성장률은 과거 확장 때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유럽이나 일본 같은 다른 선진국도 비슷하다. 그 빈 공간을 유동성 공급과 정부 정책이라는 경기외적 요인들이 메워왔다. 지속 변수가 아닌 만큼 언제 변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1990년대에 미국 주식시장이 10년 간 240% 상승한 적이 있다. 지금까지 깨지지 않은 장기 상승 기록이다. 이 상승은 2000년에 IT버블 붕괴와 함께 마무리됐다. 이렇게 시작된 하락은 이후 31개월 동안 주가가 44.5%가 떨어질 때까지 계속됐다. 아무리 좋은 상황이 이전에 있었어도 주가가 한 번 힘을 잃으면 상상을 초월하는 하락이 나온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직 상승 기간과 상승률 모두 2000년에 미치지 못한다. 주가를 평가하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지표도 그 때보다는 안정적이다. 2000년에는 나스닥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이 60배를 넘었지만 지금은 30배도 안 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을 멈추더라도 2000년과 같은 급락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요란하지 않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일반적인 형태의 하락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데, 이 정도도 우리 시장에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시장이 이렇게 불투명하다 보니 미국 시장에서 나온 현상이 투자 종목 축소이다. 믿을 수 있는 종목만으로 투자를 한정하는 건데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이 대표적이었다. 이런 투자 형태는 선도 종목이 약해질 경우 시장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 FANG처럼 시장을 대표할 수 있는 종목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수 있을지 확신할 없다.

10월에 우리 주식시장이 유달리 큰 하락을 기록한 건 경기 둔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내수와 투자 부진으로 3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전기비 0.6%에 지나지 않았다. 올해 성장 목표치인 2.7%를 달성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반도체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커진 상태가 얼마나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경기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키는 요인이었다. 이런 우려는 기업 실적 전망에 반영되고 있다. 내년 상장기업 이익 증가율이 당초 예상치인 8%대에서 4%대로 낮아졌다. 하반기 들면서 시작된 실적 둔화 전망이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별한 악재 없다면 코스피 2000선 횡보 전망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은 2000선을 지지선으로 움직일 것이다. 밸류에이션 지표를 감안할 때 추가 하락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11월 말 현재 PER이 7.6배로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신흥국에 비해서도 25%나 낮은 상태다. 그 덕분에 한두 달 전부터 선진국 시장이 하락해도 우리 시장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먼저 떨어져 그만큼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미국 시장의 하락이 계속돼 연중 최저치를 깨고 내려갈 경우 우리 시장도 조용할 수만은 없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464호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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