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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수소 관련 테마에 관심 가질 만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부진한 경제·실적 등으로 지수 상승 한계… 새로운 테마는 조정 거치며 오른 사례 많아

▎이낙연 국무총리가 1월 30일 경기도 화성시의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함께 수소연료전지차를 시승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력이 약해졌고, 미중 무역협상이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매수가 가세하면서 시장의 탄력성이 커졌다. 만약 금리 인상과 무역분쟁의 영향이 이어졌다면 주가가 어떻게 됐을까? 여전히 2000선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었을까? 속도가 느리긴 해도 주가가 다소 상승했을 것이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까지 내려간 후 주가가 더 이상 떨어지기 힘든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두 번의 바닥 다지기를 통해 저점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는데, 이 경우 주가는 투자자들이 낮은 가격에 적응할 때까지 추가 하락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무역협상은 이벤트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주가를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에는 주가가 움직이지만, 상황이 안정되면 영향력이 곧바로 사라진다. 그래서 미중 무역분쟁이 원만한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심리적 안도 정도 밖에 역할을 하지 못할 걸로 보인다. 문제는 주가가 오른 후다. 이제부터 경제와 기업 실적 같은 본질적인 부분이 주가를 좌우할 텐데 상황이 만만치 않다.

대세 상승기 아니라 반등 진행 상황

외국인 매수의 위력도 시간이 갈수록 약해질 걸로 전망된다. 1월에 외국인들이 4조원 가까이 주식을 사들였다. 주가가 더 오르려면 외국인의 매수 규모가 계속 늘어나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을 기록해 낮은 주가의 매력이 사라져 외국인 매수가 약화될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매수는 처음 유입되는 시점에 반응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데 이미 그 시점이 지났다. 주가가 일정 수준이 되면 ‘외국인 매수=주가 상승’이란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것도 부담이 된다. 2000년 이후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대량 매수한 경우가 두 번 있었다. 2003년 6월과 2009년 5월이 그 경우다. 2003년 6월에 외국인은 3개월에 걸쳐 시가총액의 3.4%에 해당하는 8조9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요즘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45조원이 넘는 돈이다. 주가는 623에서 767까지 23% 상승했다. 2009년 5월부터 8월까지는 시가총액의 2.7%, 총 20조원에 달하는 순 매수를 기록했다. 당시 주가 역시 1400에서 1700까지 300 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두 번 모두 대세 상승이 시작된 직후였는데 외국인 매수가 주가를 올리는 역할을 했다.

이와 달리 외국인 매수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2001년이 대표적이다. 외국인이 매수에 나서 한달 간 시가 총액의 1.5%에 달하는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이 매수를 계속하는 동안에는 주가가 520에서 600까지 상승했지만 매수를 끝내고 한달이 지나자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와 버렸다. 외국인 매수는 대세 상승 여부와 관계없이 일시적으로 주가를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매수가 마무리되고 난 후에는 시장 상황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대세 상승기 때에는 그 영향이 남아 있지만 상승기가 아니면 영향이 곧 사라진다. 수급에 의한 주가 상승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세 상승기가 아니다. 주가가 하락한 후 약간의 반등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예에 비춰볼 때 외국인 매수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외국인 매수 규모는 과거에 비해 작다. 주가를 돌려놓지 못했던 2001년의 5분의 1 수준도 안 된다. 주가도 어느 정도 반등한 만큼 곧 외국인 매수가 힘을 잃을 걸로 전망된다.

연초 이후 주가 상승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조선·자동차·은행·증권 그리고 IT까지 가격이 낮았던 종목 대부분이 한단계 올라왔다. 이를 통해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반면 중소형주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부 종목이 오르긴 했지만 대형주에 비해 상승률이 낮았고 연속성도 떨어졌다. 중소형주가 상승하려면 먼저 대형주 상승을 통해 시장의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 반등 과정에 주가 상단이 정해지고 몇 번의 오르내림을 통해 이 틀이 확고해진 후에야 중소형주가 움직일 수 있다. 중소형주가 틈새시장에서 움직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인데 아직은 그 과정까지 가지 못했다.

중소형주가 과거 상승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된다. 2016~2017년에 바이오를 중심으로 코스닥과 중소형주가 크게 올랐다. 당시 코스피는 6년 동안 1800~2100 사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중소형주 상승은 시장이 일정한 틀에 갇힌 후 나온 반응이었다.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셀트리온 3사의 시가총액이 한때 50조원에 육박했다. 상장하고 1년도 되지 않은 신라젠의 시가총액이 9조원까지 커졌다. 2000년 IT 이후 단일 업종으로는 최고의 상승 기록도 세웠다. 지금은 이런 상승 이후 주가가 고점에서 50% 가까이 내려왔고 상승을 이끌던 동력인 신약 개발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중소형주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테마가 나와야 한다. 바이오 같은 기존 테마는 성장성의 대부분이 주가에 반영돼 주가를 끌고 나가기 힘들다. 중소형주 상승이 상당 부분 테마에 의해 이루어진 과거 사례를 생각해 볼 때 불가피한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수소 관련주에 관심이 필요하다. 중소형주에서 테마가 만들어질 때 정부의 정책이 큰 역할을 한다. 정책은 항상 성장성이 높은 부분에 집중되는데, 정부가 특정 업종을 거론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업종의 성장성이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내놓았다. 수소차 보급 규모를 2022년에 8만1000대로 상향 조정하고, 2040년까지 누적 보급대수를 620만대로 늘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원유의 고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저탄소 기술 개발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중소형주는 틈새시장에서 움직이는 특성

이런 변화는 다른 나라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여러 선진국에서 자동차 연비와 환경규제와 함께 수소·전기차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구매보조금과 세금감면을 통한 수소충전소 보급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구매보조금과 세금감면, 다인승 전용차로(HOV) 이용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은 대체에너지 확보 차원에서 2030년까지 해외로부터 수소 수입을 포함한 대규모 수소공급시스템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도 신에너지차 생산에 도전하고 있다. 정책의 영향으로 수소 관련 기업의 주가가 단기에 크게 올랐다. 지금은 조정에 들어간 상태인데,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한번 테마가 만들어지면 여러 번의 조정을 거치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 나온 재료일수록 그 경향은 더 심했다. 그동안 새로운 에너지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수소는 이번이 처음이다. 반영시킬 수 있는 재료가 많다는 의미가 되는데, 주가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1471호 (201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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