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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 “지주사·우선주가 박스권 장세에서 유리”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대북 관련 SOC·유통·물류株도 관심… 손실률 30% 넘는 종목은 정리 고민해야

▎사진:이원근 객원기자
올 들어 예상을 뒤엎고 코스피가 오르는 ‘1월 효과’를 누렸다. 코스피는 1월 한달 동안 10% 올랐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금리 인상 우려 완화 등에 힘입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에 투자를 늘리면서 투자금의 일부가 국내로도 유입된 덕분에 지수가 올랐다”며 ‘1월 효과’의 배경을 설명했다. 허남권 대표는 “특히 지난해 실적은 좋은데 주가는 과도하게 떨어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주가 빛을 보면서 시장이 급격히 안정을 되찾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증시 상승세가 더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허 대표는 올해 코스피가 2000~240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당분간 특별히 새로운 호재가 없고,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탓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증시의 주요 변수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중국 경기의 둔화, 국내 경기 위축과 고용·수출 부진 등을 꼽았다. 특히 국내 경기 위축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정책의 부작용, 가계부채·청년실업 문제 등으로 내수 침체가 더욱 악화될 수 있어서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글로벌 경기 호황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IT 같은 성장주가 각광을 받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미국 경기가 정점을 찍은 후 성장 둔화세가 이어지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경기 침체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험상 경제 사이클은 3년 단위로 움직이는데, 올해가 업황 사이클이 바뀌는 시기”라며 “코스피도 다시 박스권으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코스피 2000~2400포인트 박스권 예상


증시가 특정한 지수대에 갇히는 박스권 장세가 되면 가치주 투자가 주목 받게 마련이다. 기업 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은 성장주가 각광 받는 시기에 답답할 정도로 더디게 움직이지만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도 덜 내리는 경향이 있어서다. 허 대표는 가치투자를 국내에 도입한 1세대로 신영자산운용을 국내 대표 가치투자 자산운용사로 만든 주역 중 하나다. 그를 지난 2월 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허 대표는 “사실 지난 몇년 간 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가치주 투자 수익률은 그리 좋지 않았다”며 “그러나 저성장·저금리 시기에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면 배당을 꾸준히 받을 수 있는 배당주나 가치주에 관심이 커져 수익률이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지금이 가치투자에 관심을 갖기 적합한 시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재 신영자산운용에서 운용하고 있는 가치형 펀드의 포트폴리오에는 소재·산업재 등 경기 민감 대표주, 지주회사 등의 종목을 담고 있다. 배당형 펀드에는 말 그대로 배당을 많이 주는 우선주나 중소형 가치배당주를 담고 있다. 허 대표는 “올해에는 지금의 포트폴리오 기조를 유지하되 등락폭이 큰 섹터·종목은 일정 부분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눈여겨보고 있는 업종은 대북 관련 사회간접자본(SOC)과 건설, 유통, 물류, 레저, 시멘트 종목이다. 특히 대북 관련주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대북 관련주는 인프라·에너지·소비재 업종에서 투자기회 가능성이 있어서다. 허 대표는 “장기로 투자하면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런 배경에서 5년 전부터 남북경협 수혜주에 투자하는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주식’을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펀드는 통일펀드의 원조격이다.

그는 지주사나 우선주도 장기적으로 유망할 것으로 본다. 예컨대 이 회사의 대표 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삼성전자(투자 비중 7.86%)·맥쿼리인프라(4.49%)·KT&G(3.26%)·GS(2.96%) 등 다수의 대형주가 포함돼 있다. 여기에 배당수익을 겨냥해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대형 우선주도 편입한다. 허 대표는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어 보통주보다 가격이 50~60% 정도로 낮게 형성되는 반면 보통주보다 배당금은 더 많다”며 “때문에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배당률도 괜찮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2.41%였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흐름에 따라 지주사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신영마라톤펀드의 전체 편입 종목 가운데 지주회사 비중이 20%가 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지주사는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때 소속 자회사의 호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악재에는 민감하게 반응해 적정 가치에 비해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향이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두산(0.99배)·삼성물산(0.85배)·LG(0.66배)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청산가치인 1배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허 대표가 투자기업을 고르는 기준은 세 가지다. 이익이 꾸준히 나고 PBR이 낮은 회사, 산업 트렌드나 정부 정책 등과 같은 시대 흐름이다. 그는 “테마주는 주가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치투자자와는 맞지 않다”면서도 “정부의 스타트업 활성화 정책이나 4차 산업혁명,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 큰 흐름에는 관심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제 전체보다는 저(低) PBR·고(高)배당에 오래 투자하는 가치투자 전략에 더욱 신경을 쓴다. 그는 “내가 회사에 입사했을때 국내총생산(GDP)은 2800만 달러, 코스피는 1000포인트였는데 30년이 흐른 지금 GDP는 1700조원이 넘지만 코스피는 2100포인트에 머물고 있다”며 “결국 지수가 아닌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투자 방식 덕분에 성적도 좋았다. 신영자산운용의 대표 상품인 신영마라톤펀드는 지난 2002년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이 500%가 넘는다. 최근 3년 간 누적 수익률(2월14일 기준)은 20%다.

5년 동안 원금 2배로 불리면 성공

물론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는 환경에선 특정 종목을 오래 보유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가치주는 장기간 투자해야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단기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에게는 덜 매력적이다. 허 대표가 생각하는 성공한 투자는 5년 동안 원금의 2배 성과, 해마다 15%의 기대수익률을 내는 것이다. 부동산에 투자하듯 조금 느긋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오래 투자하라는 말은 아니다. 허 대표는 “지난 30년 간 경험적으로 보면 보유기간이 길었던 종목의 수익률이 높았다는 결과를 얻었을 뿐 무조건 장기 투자가 맞다는 건 아니다”라며 “가치투자라고 해도 손실률이 30%가 넘으면 계속 보유할지 매도할지 여부를 단호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472호 (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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