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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갤럭시S10’ ‘갤럭시 폴드’ 보니] 10주년 기념작다운 혁신, 다소 부담되는 가격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화면 내장형 지문인식 등 신기술 집대성… 폴더블폰은 얇으면서 내구성 갖춰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갤럭시 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0번째 ‘갤럭시S’ 시리즈를 기념하는 갤럭시S10엔 의미 있는 혁신 요소를 집대성해 미래 스마트폰의 표준을 제시하겠다.” 2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빌그레이엄시빅센터에 마련된 ‘삼성 갤럭시 언팩 2019’ 행사장.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장(사장)의 말처럼 갤럭시S10은 갤럭시S 시리즈의 10주년 기념 모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기대감이 고조된 전 세계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려면 특급 혁신이 뒷받침돼야 했다. 자칫하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더라’는 비판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지구촌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날 삼성전자는 예고대로 갤럭시S10 4종(기본 모델, 갤럭시S10 플러스, 갤럭시 S10e, 갤럭시S10 5G)과 함께 화면을 접었다 펼칠 수 있는 폴더블(foldable)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를 선보였다. 혁신의 성과물을 처음 대중에게 공개한 자리였다. 공개 장소부터 파격적이었다. 최근 수년 간은 해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을 공개했지만, 이번엔 전례를 깨고 샌프란시스코 빌그레이엄시빅센터를 택했다. 이곳은 최대 경쟁사인 미국 애플의 심장부와도 같다. 애플 본사와 60㎞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 애플이 아이폰6와 아이폰7 시리즈를 공개한 곳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장소 선정에서부터 “삼성전자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언팩 장소 선정부터 파격적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었을까. 공개된 갤럭시S10부터 짚어봤다. 우선 ‘인피니티-오(O)’라고 이름이 붙은 디스플레이가 특징적이다. 우측 상단의 카메라 홀을 제외한 전면부가 화면으로 꽉 들어차 완전체에 가까운 풀 스크린을 구현했다. 지금껏 적잖은 스마트폰이 본체 테두리가 거의 없는 ‘베젤리스’ 디자인을 추구하기는 했지만, 이쯤 되면 베젤이 아예 없는 수준에 가깝다. 전면의 화면 비율이 90%가 넘는다. 앞서 나온 갤럭시 노트9의 84.3%를 크게 앞질렀다. 사용자 입장에선 더 큰 화면에서 시야에 방해를 받지 않고 영상을 재생할 수 있게 됐다. 디스플레이 자체도 전작의 수퍼 아몰레드(AMOLED)에서 한 단계 진화한 다이내믹 AMOLED를 탑재했다. 다이내믹 AMOLED는 색 표현력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단위인 JNCD 값이 0.4로, 실제 색상과 거의 같은 색을 구현한다. JNCD는 작은 숫자일수록 정확도가 더 높음을 뜻한다. 갤럭시노트9은 0.5, 갤럭시S9은 0.7이었다.

보안성 강화에도 신경 쓴 흔적이 엿보였다. 세계 최초로 초음파 지문 스캐너를 디스플레이에 ‘내장’했다. 지금껏 지문인식 센서에 접근하려면 사용자는 스마트폰 후면 등의 특정 위치에 손가락을 갖다 대야 했다. 그 위치가 사용자의 손 크기에 따라 접근하기 불편하거나 이 때문에 오작동이 발생하는 경우도 잦아 소비자들을 애태웠다. 갤럭시S10에선 이런 번거로움 없이, 화면에 따로 센서가 보이지 않아도 하단 부위를 터치하면 잠금이 해제된다. 또 이 스캐너는 사용자의 미세한 지문 굴곡을 초음파로 인식하기 때문에 타인의 지문 도용과 위조 가능성이 현저히 작아졌다.

카메라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 전문가 수준의 촬영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일종의 인공지능(AI)인 NPU가 촬영 장면을 인식하고 분석해 장면별로 적합하게 채도·대비·노출 등을 조절해준다. ‘HDR10+’ 규격의 영상 촬영도 새롭게 지원해 실제 눈으로 보는 색감을 더 잘 담아낼 수 있게 됐다. 또 기존의 액션캠 수준으로 흔들림 없는 영상 촬영이 가능한 ‘슈퍼 스테디’ 기능을 적용, 흔들리는 차 안에서나 격렬한 운동 중에도 영상 촬영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산악자전거나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찍은 영상도 부드럽게 재생된다”고 말했다. F1.5와 F2.4 듀얼 조리개를 제공하는 1200만 화소의 듀얼 픽셀 카메라와, 최초로 광각 123도를 지원하는 1600만 화소 카메라가 기본 탑재돼 이런 성능을 뒷받침한다. 이 광각은 사람의 실제 시야각(120도)과 거의 비슷하다. 갤럭시S10 플러스를 택한 소비자라면 800만 화소의 전면 심도 카메라를 통한 라이브 포커싱 기능까지 누릴 수 있다.

아울러 눈앞에 성큼 다가온 5세대 이동통신(5G) 신기술을 누릴 수 있는 스마트폰이 됐다. 갤럭시S10 5G 모델을 통해서다. 이동통신사들의 5G 상용화가 기대대로 진척된다면 갤럭시S10 5G 모델 사용자들은 기존 ‘롱텀에볼루션(LTE)’ 기술 대비 최대 20배가량까지 빨라진 데이터 전송속도를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갤럭시S10 시리즈의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은 갤럭시S9 대비 29%, 그래픽프로세서(GPU) 성능은 37% 각각 향상됐다.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게임 등을 구동할 때 그만큼 더 빠른 반응 속도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기본기도 크게 강화됐다. 갤럭시S10 플러스의 경우 램(RAM)이 최대 12기가바이트(GB), 저장 공간이 최대 1테라바이트(TB)나 되며 최대 512GB짜리 마이크로 SD카드를 추가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은 4100밀리암페어시(㎃h)다. 갤럭시S10 5G는 4500㎃h에 달한다.

최상위 모델은 램 12GB, 저장 공간 1TB


▎2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숍에 전시된 갤럭시 S10 시리즈를 아이폰 사용자가 촬영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공개된 갤럭시 폴드는 이전부터 ‘진정한 의미에서의 세계 최초 폴더블폰’으로 관심을 모았다. 중국 업체 로욜(Royole)이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때 세계 최초 폴더블폰을 선보이긴 했지만, 화면이 바깥쪽으로만 접히는 데다 품질 면에서도 조악하다는 평이 많았다. 갤럭시 폴드는 이와 달리 전망대로 화면이 안쪽으로 접히는 형태로 나왔다. 이날 실물이 전시되진 않았지만 무대 위에서 시연자가 제품을 들고 차례로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접었을 땐 4.6인치이지만 펼쳤을 때 7.3인치로 지금까지의 갤럭시 스마트폰 중 가장 큰 디스플레이로 변신한다. 이날 갤럭시 폴드의 정확한 두께까지 공개되진 않았지만, 삼성전자 측은 “유리 소재 대신 새로운 복합 폴리머(Polymer) 소재를 개발해 기존 스마트폰보다 50%가량 얇은 디스플레이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폴더블폰을 두고 ICT 전문가들은 내구성 면에서 많은 우려를 쏟아냈다. 화면을 펼쳤다 접는 일을 수시로 반복했을 때 단말이 버텨낼 수 있느냐는 얘기다. 갤럭시 폴드는 하루 100차례 접었다 펼쳤을 때를 기준으로 약 6년 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내구성을 끌어올렸다. 다른 하나는 화면이 구부러지지 않고 ‘완전히’ 접힐 수 있느냐는 우려였다. 그렇지 않을 경우 외관상 약점이 될뿐더러 내구성 유지에도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갤럭시 폴드는 새로 개발된 ‘힌지(hinge)’ 기술을 적용, 책처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화면을 펼칠 수 있고 화면을 접을 때도 평평하고 얇은 형태가 된다는 설명이다. 접히는 부분의 곡률(곡선이 휘는 정도)이 매우 낮아서 구부러지는 대신 완전히 접힌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형태로 나온 스마트폰임을 고려해 내장 부품을 양쪽 본체에 균형적으로 배치했다. 배터리도 양쪽에 나눠 4380㎃h 용량으로 탑재했다(듀얼 배터리 시스템). 갤럭시 폴드의 실용성은 어떨까. 태블릿 수요와 스마트폰 수요의 접점을 노린 제품답게 폴더블폰만의 장점으로 다가서려 한 모습이다. 화면을 접은 상태에선 일반 스마트폰처럼 모든 기능을 한 손으로 사용할 수 있고, 화면을 펼치면 큰 화면에서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화면을 2분할 또는 3분할할 수 있고, 이때 여러 개의 앱을 동시에 써도 무리가 없도록 ‘멀티 액티브 윈도’ 기능을 지원한다. 예컨대 좌측 화면으로 영상을 보면서 우측 상단 화면에 모바일 메신저를 띄워 채팅을 할 수 있고, 우측 하단 인터넷 브라우저를 띄워 실시간 검색까지 할 수 있는 식이다.

이처럼 폴더블폰 특유의 장점으로 무장했어도 하드웨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여러 앱을 동시 구동하면서 자유로이 대(大)화면을 누리려면 그에 걸맞은 고(高)사양이어야 해서다. 갤럭시 폴드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도 힘쓴 모습이었다. 7나노미터 공정에서 생산된 64비트 옥타코어프로세서에다 12GB짜리 램, 512GB의 저장 공간을 탑재했다. 듀얼 배터리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해 장시간 사용해도 문제가 없도록 하며, 무선 배터리 공유를 통해 다른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도 충전할 수 있게 했다.

갤럭시 폴드 국내 가격 250만원 예상

이날 공개된 갤럭시S10 시리즈는 3월 8일부터, 갤럭시 폴드는 4월 26일부터 글로벌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공개와 함께 외신들은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갤럭시S10에 대해선 평이 조금씩 엇갈렸다. 미국 ICT 전문 매체 기즈모도는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로 사용자 편의성이 강화됐다”며 “삼성전자가 우월한 기술력을 다시 입증했다”고 평했다. 다른 전문 매체 매셔블도 “최근 수년 간의 스마트폰 신작 중 손에 꼽히는 역작”이라며 “가장 많은 기술이 접목됐다”고 했다. 반면 엔가젯이라는 매체는 “한계가 분명한 모델”이라며 “작은 기기 사이즈가 구매욕을 불러일으킬지 의문”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매체 테크레이더는 갤럭시S10e 모델을 예로 들며 “성능 대비 가격대가 다소 높아 보인다”며 “혁신 기술을 경험하고 싶다면 더 높은 가격의 갤럭시S10 플러스 등을 택하는 편이 좋을 것”으로 분석했다.

갤럭시 폴드에 대해선 더 많은 호평이 나왔다. 영국 BBC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폴더블 화면은 엄청나게 창의적이고 의미가 있다”며 “소비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의 씨넷은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등을 자체 생산해 신기술 측면에서 (경쟁사에) 앞서나가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폰을 보고 다시 열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관건은 소비자들이 가격 면에서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다. 갤럭시S10의 국내 출고가격은 갤럭시 S10e 128GB 모델이 89만9800원, 갤럭시S10 128GB 모델이 105만6000원, 512GB 모델이 129만8000원, 갤럭시S10 플러스 128GB 모델이 115만5000원, 512GB 모델이 139만7000원, 갤럭시S10 5G 모델이 150만원 내외로 각각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갤럭시 폴드의 미국 시장 출고가격은 1980달러(약 222만원)다. 한국에선 세금 포함 250만원 전후가 될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갤럭시 폴드는 가격대가 워낙 높아 부유층을 제외한 소비자들은 외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1473호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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