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콘텐트·가격 등 초기 과제 산적… 애플·화웨이 악재 국내 기업에 기회
▎중국산 중저가 제품 공세와 제조 기술의 상향 평준화로 레드오션이 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5G와 폴더블폰이라는 신기술로 한 발 앞서 무장 중인 삼성전자·애플·화웨이 주도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을지 관심사다. / 사진:© gettyimagesban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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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약진(躍進), 양강(兩强)의 부진(不進).’ 최근 수년간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판도는 한마디로 이랬다. 여기서 양강은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 시리즈로 시장을 선도한 미국의 애플, 그리고 ‘갤럭시S’ 시리즈로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 중 가장 성공적으로 입지를 다졌던 삼성전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3분기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점유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애플을 누르고 처음 세계 1위에 올랐던 2011년 당시 23.8%에서 지난해 4분기엔 18.4%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애플은 14.6%에서 17.5%로 반등했지만 1위 자리 탈환에는 여전히 실패했다.이런 판도 변화는 중국의 스마트폰 후발주자들이 매섭게 치고 올라온 것과 관련이 깊다. 중국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제조 기술력을 갖춘 화웨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승부하는 샤오미와 오포·비보 등의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자국 시장을 집어삼켰다. 스마트폰 수요 급증과 기업들의 기술 발전이 맞아떨어지면서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4년 삼성전자와 애플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록한 점유율은 각각 12.8%와 10.1%. 물론 이때도 샤오미(13.3%)에 소폭 뒤처지고 화웨이(9.6%)의 맹추격이 있긴 했지만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8년(3분기 기준)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 0%대로 추락
▎화웨이는 5G 도입에 적극적인 스마트폰 제조사 중 하나다. 다소 낮은 가격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삼성전자·애플 수요를 포섭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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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화웨이 24.6%, 비보 21.7%, 오포 20.4%, 샤오미 13.6% 등 중국 기업 네 곳의 도합 점유율이 80%를 넘어섰다. 애플이 점유율 7.4%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한 것, 삼성전자가 점유율 0%대로 위기에 처한 것과 대비됐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들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나눠 갖는 ‘파이’도 자연스레 커졌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CPR)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2억530만대로 전년 대비 무려 34%가량 급증하면서 삼성전자(2억9180만대)와 애플(2억630만대)을 턱밑까지 추격한 3위를 차지했다. 샤오미·오포·비보가 4~6위였다. 이들 기업은 이를 통해 지금껏 이상의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를 확보하고, 향후 글로벌 수요를 한층 끌어당길 원동력을 갖추게 됐다.삼성전자나 애플 입장에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산 중저가 스마트폰의 세계 시장 무더기 공습으로 수요가 줄고 경쟁만 격화, 시장 전체가 레드오션이 되면서 성장성 자체도 그만큼 줄었다. 가뜩이나 한정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의 상당수가 중저가 스마트폰 쪽으로 급격히 넘어가고 있어서다. 실제 CPR은 지난해 글로벌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이 14억9830만대로 전년(15억5880만대) 대비 4%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연간 출하량이 이처럼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스마트폰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분기 출하량의 경우 5분기 연속 감소했으며, 특히 지난해 4분기에만 약 7% 급감했다. CPR의 타룬 파탁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 등 세계 최대 규모 시장에서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과거보다 길어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더욱이 애플과 삼성전자는 그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요층의 높아진 기대치를 좀체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인공지능(AI) 비서 탑재, 생체인식 기술 강화, 풀스크린 디스플레이(full screen display) 구현 등 이용자의 편의성을 끌어올리는 일부 혁신엔 성공했지만 중저가 제품의 상향 평준화 시대가 열리면서 이조차 퇴색됐다는 얘기다. 소비자 입장에선 혁신의 강도가 높지 않다면 굳이 비싼 돈을 들여가며 기존에 가진 스마트폰을 바꿀 이유가 없다. 파탁 연구원은 “화웨이 등이 가격대를 낮춘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선전하면서 프리미엄 시장 경쟁이 격화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올해를 출범 원년으로 삼을 5세대 이동통신기술 ‘5G’, 화면을 접었다 펼칠 수 있는 신개념 스마트폰 ‘폴더블(foldable)폰’에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두 신기술이 눈에 띄게 길어진, 전 세계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교체주기를 일거에 앞당기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개연성이 있어서다. 5G는 스마트폰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기존 대비 약 20배까지 높일 수 있고 동시 접속이 가능한 기기 숫자를 크게 늘릴 수 있는 ‘초 연결성’을 가졌다. 폴더블폰은 일반 태블릿 수준 또는 그에 준하는 대(大)화면을 필요로 함에도 휴대성 문제로 망설이던 수요를 끌어당길 수 있다. 이 두 기술은 프리미엄 제품 제조사들이 기술력을 앞세워 후발주자들을 제치고 선점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애플, 화면 세 번 접을 수 있는 신기술 준비실제 삼성전자는 2월 20일(미국 샌프란시스코 현지시간) 화면을 접었을 때 4.6인치, 펼쳤을 때 7.3인치 크기인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 공개로 중국 기업들에 반격을 알렸다. 이 제품은 이날 공개된 갤럭시S10 시리즈와 함께 5G도 지원한다. 최근작 대비 단연 눈에 띄는 혁신의 결과물이다. 애플 역시 가세했다. 미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전문매체 씨넷(CNet)은 최근 “애플이 접는 디스플레이와 관련한 특허 기술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갤럭시 폴드처럼 화면을 반으로 접는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을 땐 접어서 호주머니 등에 보관할 수 있다.여기에 애플은 폴더블폰을 세 번 접을 수 있는 특허 기술도 함께 공개했다. 폴더블폰의 안쪽과 바깥쪽 모두를 접는 것이 가능해 아이폰뿐 아니라 이 회사 노트북 ‘맥북’이나 태블릿 ‘아이패드’에도 새롭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물론 ICT 시장 전반에 걸쳐 상당한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애플은 5G 분야에선 충분한 인프라가 구축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삼성전자만큼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비교적 늦은 내년 상반기에나 5G 지원 아이폰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첫 공개 직전 폴더블폰 관련 특허 기술을 새로 공개했다. 화면을 세 번 접을 수 있는 기술도 포함됐다(맨 오른쪽). / 사진:CNet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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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5G와 폴더블폰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녔음에도 그 영향이 당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5G는 기존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이 일반 이용자들 입장에서 충분히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가운데 차별화한 콘텐트의 조기 확보가 관건이다. 폴더블폰은 기술적으로 검증이 덜 됐다는 리스크가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마저 초기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출하량 규모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았다. 올해 약 100만대로 이 회사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의 0.3% 정도에 불과하다. 200만원대에 달할 높은 가격도 부담되는 요소다. 기술 향상으로 단시일 내에 더 많은 수요가 접근 가능한 가격대까지 낮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애플은 특허 분쟁 패소, 화웨이는 규제 강화에 애로무엇보다 제조사들 수준이 상향 평준화한 현 시점에서 ‘삼성전자·애플만의 호재일까’라는 물음표도 남는다. 실제로 화웨이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월 25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에서 삼성전자처럼 5G 폴더블폰을 공개, 맞대응에 나선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로선 현 시점에서 호재가 될 만한 업계 동향들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임수정 CPR 연구원은 “최근 애플이 퀄컴(미국)과의 대규모 특허 분쟁에서 패소한 점, 화웨이가 5G 사업에서 보안성 논란에 직면하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규제 강화 대상이 되고 있는 점 등이 국내 기업들엔 기회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5G와 폴더블폰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로 인해 파생될 새 콘텐트의 발전과 UI·UX(사용자 인터페이스·경험) 변화를 유발하면서 올해 이후 (지금까지 침체됐던) 스마트폰 시장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