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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의 1인 회사 설립·운영 길잡이(13)] 개업한 지 1년 …일 가짓수가 많다면? 

 

고객 만족도 높이고 지식자산 쌓을 단계… ‘잔가지’ 업무는 새로 맡지 말아야

▎홈택스에서 편리한 연말정산 메뉴를 택하면 펼쳐지는 화면.
글쟁이주식회사의 공식 개업일 1주년을 앞두고 결정을 하나 내렸다. 작은 결정이었지만 신출내기 1인 법인사업자인 내겐 의미가 있는 결정이었다. 세무사사무소의 서비스를 받기로 한 것이었다. 계기는 연말정산이었다. 나는 소득세·주민세 원천징수와 부가가치세 신고·납부는 우여곡절 끝에 익혀서 스스로 처리해왔다. 연말정산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납세자가 세금 신고와 납부 등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국세청의 인터넷 사이트 홈택스(hometax.go.kr)에서 연말정산을 하려고 했다. 홈택스에서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시간을 두고 알아보고 문의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우여곡절을 거쳤다. 그러나 결국 포기했다. 지인에게서 세무사사무소를 소개받아 그곳에 연말정산 업무 처리를 의뢰했다. 연말정산와 법인세신고를 맡기기로 했다. 우선 연말정산은 예상보다 복잡했다. 또 내 상황도 달라졌다. 사업을 시작한 지 몇 개월 동안에는 일거리는 별로 없었고 시간이 많았다. 이제 일이 많아졌고, 가끔 시간이 쪼들린다.

사업자등록증의 개업 시기는 2월인데, 글쟁이주식회사가 실질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8월이다. 즉, 나는 지난해 8월부터 내게 급여를 주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그 정도로 일감이 없었다. 8월 이후에도 일이 띄엄띄엄 들어왔고, 시간이 많이 남았다. 연말 연초는 직장인 강의 비수기라고 했다. 나 같은 초보 글쓰기 강사에게는 일이 더 뜸할 수밖에 없었다.

맞춤형 강의, 준비에 시간 많이 들어


▎국세청 인터넷 사이트 홈택스에서 연말정산을 처리할 수 있다.
주위의 도움 덕분에 요즘 강의 제안이 전보다 자주 들어온다. 새 학기부터 가천대에서도 강의를 하게 됐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로 취재보도론 강의를 한다. 3시간 강의를 15주 동안 하려면 커리큘럼이 탄탄해야 한다. 강의소개서와 강의일정을 가천대 홈페이지에 올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들여 궁리하고 작업했다. 나는 인물 기사, 인터뷰 기사, 자기소개서, 서평 기사 등을 수강생들이 순차적으로 써서 제출하게 한 다음 글쓰기의 여러 지침에 따라 각각의 글을 개선해나가는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강의의 하반은 정보전달 글쓰기의 핵심 원리를 강의와 실습을 통해 익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맞춤형 글쓰기 강의를 내세우는 내게 새로운 강의는 새로운 준비를 뜻한다. 나는 어느 정도 가다듬어진 강의자료를 반복해서 활용하는 대신 나를 부른 기업이나 기관의 수요에 맞춰서 기존 강의자료를 대폭 보완하거나 수정한다. 어떤 기관에서는 핵심 위주의 간결한 보고서 작성을 주로 강의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주문에 맞춰 나는 그 기관에서 낸 자료의 핵심 요약문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검토한 후 자료를 준비해 강의했다. 강의 도중 문답이 활발하게 이뤄졌고, 만족도가 높았다고 자평한다. 다른 기관에서는 창간하는 저널의 글을 교정·교열·편집하면서 글쓰기 교육도 해달라고 했다. 그곳에 가서는 핵심 요약과 제목을 작성하는 방법을 강의했다. 다른 기관에서는 위기대응 보도자료·사과문 작성 방법을 강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강의를 주업으로 하는 지식서비스 업자로서 요즘 단계는 축적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초기에 이 서비스에 필요한 지식자산을 폭넓고 깊게 축적해놓으면 어느 단계 이후에는 맞춤형 글쓰기 강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 시간이 점점 단축되리라고 예상한다. 일감이 들어오는 가운데 내 지식자산을 축적하려면 2단계로 접어들어야 한다. 본업에 집중하기 위해 전에 벌려놓은 잔가지 업무들 가운데 일부를 버려야 한다(‘잔가지’란 비유적인 표현이고, 중요하지 않다는 뜻으로 선택한 단어는 아니다). 잔가지 업무들을 나는 글쓰기 강사로 나서기 전에 준비했다. 개업 후 강의 공백기를 메울 방안을 모색하다가 일감을 가리지 말고 받아둔다는, 대책 아닌 대책을 마련했다.

‘축적의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나

본업으로 삼기로 한 글쓰기 강의 외에 나는 번역도 한다. 지난해 영어책 두 권을 번역했고, 현재 번역 원고를 하나 붙들고 있다. 매체에 기고해달라는 의뢰를 받으면 대개 받아들인다. 책도 쓴다. 지난해에는 주식 투자 길잡이 책의 개정판을 썼고, 우리말 고유의 무늬와 결을 탐구한 책도 썼다. 올해에는 다른 분야 책도 집필하기로 출판사 대표와 구두로 약속했다. 3월에는 무크 편집 일을 맡을 예정이다.

그러다 보니 내 활동은 ‘식소사번(食少事煩)’이 됐다. 많이 먹지 못하는(수입) 가운데 일은 많아졌다. 식소사번은 악순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수입이 많지 않으니 종류가 다른 일을 계속 맡게 되고 그러다 보면 본업의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면서 지식자산을 축적하지도 못할 수 있다. 알차게 축적하는 시간을 지내면 머지않아 ‘식다사다(食多事多)’ 강의 사업자가 되리라고 기대한다.

[박스기사] 사업자가 연말정산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

실용글쓰기를 가르칠 때 내가 가장 강조하는 마음가짐은 ‘역지사지’다. 보고서를 읽는 사람의 자리에서 생각해 내용을 채우고 순서를 배치하라는 것이다. 역지사지는 문서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 적용할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막상 새로운 상황에 처하면 역지사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에 연말정산을 하면서(포기하면서) ‘자리를 바꾸기’가 어려움을 또 경험했다. 20여 년 간 근로소득자 자리에서 연말정산을 해왔는데, 이번 연말정산은 처음으로 회사 자리에서 원천징수의무자로서 연말정산을 해야 했다. 지난해 나는 원천징수의무자로서 국세청의 간이세액표에 따라 원천납세의무자가 부담할 세액을 정부를 대신해 징수·납부했다. 이번에 나는 1인 법인사업자이자 근로자로서 ‘근로소득자의 연말정산’과 ‘원천징수의무자의 연말정산’을 함께 처리해야 했다. 연말정산과 관련해 결정할 사항이 있었다. 세무사사무소 과장이 알려줬다. 과장은 계산해 보니 원천납세의무자인 내가 세금을 환급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원천징수의무자로서 세금을 관할 세무서에서 환급받아 원천납세의무자인 내게 줄 것인가, 아니면 원천징수의무자로서 환급 세액을 2월이나 그 이후의 원천징수 세액과 정산해 조정환급할 것인가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말했다(과장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 이런 내용으로 말했다고 짐작한다. 나도 과장의 말을 이렇게 이해하지 않았다. 자료를 찾아보고 이해한 뒤 이렇게 적은 것이다). 나는 환급받아 내게 주는 방식이 더 익숙했다. 그러나 원천징수의무자 입장에서 곰곰 생각해보니 관할 세무서에서 받아서 내게 주고 원천징수를 하느니, 정산한 결과만 원천징수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절차도 그게 간편했다. 환급받으려면 ‘원천징수세액환급신청서’에 원천징수이행상황신고서 부표와 환급신청명세에 포함되는 근로소득 지급명세서를 첨부해 관할 세무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 경우와 반대로 연말정산 결과 근로자로부터 소득세를 더 걷어야 하는 경우 원천징수의무자는 그 세액을 해당 근로자의 2월분 근로소득에서 추가징수하면 된다. 원천징수의무자가 연말정산 때 처리할 서류가 있다. 원천징수이행상황신고서와 원천징수영수증이다. 전자는 연말정산 달의 다음 달 10일까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후자는 해당 과세기간의 다음 연도 2월 말일까지 근로소득자에게 발급해야 한다. 원천징수영수증은 근로소득 지급명세서라고도 불린다.

※ 필자는 글쟁이주식회사 대표다. 동아일보·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1473호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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